샤워할 때가 큰 목소리로 암기한 사항을 복창하기 제일 좋은 시간.
아침 여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정신없는 몸과 마음을 샤워로 깨운다. 찬 물과 따뜻한 물로 번갈아 단 5분이면, 아침 9시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은 가장 빠르고 상쾌한 방법. 옆 방 유학생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공학도 '바들(Badr)'은 나와 마주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의 올빼미 족인가 보다. 어딘가로 부터 새벽에 들어와서는 늦게까지 잠을 잔다는 '데이빗' 아저씨의 불만섞인 정보. 아침에 주변의식하지 않고 마치 방 안에 있는 독립된 욕실을 사용하는 기분이다.
더구나 샤워할 때 물소리에 섞어 노래도 부르고, 발표할 자료도 읊어보고 하는 노래방같은 독립공간과 시간. 오늘은 어제 당혹스럽게 다가왔던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절차 (Global Business Communication Procedure)'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았다.
1. 인사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 감사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자기소개 "제 이름은 '김형래'라고 합니다." 4. 목적 "오늘 저는 신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5. 긍정의 유도 "모든 분들께 유용한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발표하기에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7. 시작 "자, 시작해 볼까요?" 8. 목표 전달 " 제가 전해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러저러한 내용입니다." 9. 청중과의 교감 '모든 참석자와의 시선 맞추기, 레이저 포인트와 제스추어, 이동 경로를 여유럽게' 10. 마무리 "오늘 드린 말씀을 간단하게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이러쿵저러쿵" 10. 의견 수렴 " 오늘 제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한 분이 한 가지씩 말씀해 주세요. '오스틴'부터 시계 방향으로" 11. 판서 및 확인. 의견을 들으면서 칠판에 정리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칠판에 적힌 것과 일치합니까?" 12. 전체 정리 "오늘 여러분이 주신 의견은 이러쿵 저러쿵이었습니다. 맞습니까?" 13. 답변 전달 "오늘 주신 의견에 대해서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이렇고 두 번째는 .. 저렇고." 13. 지적사항 점검 "한 분씩 제 발표를 들으시고 부족하거나 개선될 사항에 대해서 한 가지씩 지적해 주십시요." 한 명씩의 지적에 대해서 경청하고 바로 지적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14. 감사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해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절차'는 수업을 듣는 학생의 입장이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에서 꼭 갖추어야 할 예의이기도하다. 아침 샤워할 때 반복연습한 이 '절차' 외우기는 57일간의 유학기간 동안 유용했다.
[사진설명: 등교길 풍경, 추워서 사진을 찍는 손도 흔들렸다.]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조언? 아니면 상대방의 결점 찾아 비틀기
내 진정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상대방의 말을 모두 이해한다고 할 수 없는데, 거기에 무슨 발표를 하던지 간에 그 발표에 대해서 반드시 '언급 (Comments)'해야 하는 것이 IPD의 전통이자 IPD 학생들의 의무인것이다.
'타치로'는 수전증이 있어서 레이저 포인트를 사용하면 주제 단어를 딱 세 번 원으로 그려야 하는데, 정신없을 정도로 레이저 포인트의 '빨간점'이 스크린을 오간다. 또 한 쪽 발에 체중을 실어서 서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불호령'으로 '레이' 교수로부터 지적을 받는다. '이바타'는 무대 전체를 이용할 정도로 발표에는 자신감이 있지만. 손과 몸을 너무 많이 흔들어 듣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차우'는 청중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벽을 향하거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든 문제점이 지적된다. '셉'은 너무 빠른 내용 전개로 예정시간을 훨씬 앞서서 발표를 마치고, 무대를 전후로만 빠르게 사용하는 것이 지적되었다.
나에겐 이런 지적이 있었다. '목소리가 강력해서 호소력이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불안할 정도다. 너무 적극적이다 보니 청중들에게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성실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재미가 없고 너무 학구적이다.'는 것이다. 이런 충고를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결점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위축되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완벽한 인재상을 추구하자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하나 하나 진지하게 접근이 이루어지면서 소홀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진심으로 강의에 몰두하게 되면서 스스로들도 서서히 바른 국제 비즈니스맨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순서익히기도 쉽지 않았지만, '식사 예절'이외에 아무런 비즈니스 예의를 배우지 않은 우리들에게 '비즈니스 예의'라는 것을 통해서 '세계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훈련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설명: '네브래스카'대학 노트, 공책 표지에 가격이 떡하니 찍혀져 있다. 왜?]
내 자료를 도서관에서 종이로 출력하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실패를 경험했다.
점심을 서둘러 마쳤다. 점심시간 1시간 중 20~30분의 짬을 내기 위해서다. 그 짬을 도서관에서 자료 출력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늦게 맵카드를 발급 받았으니 활용도에 대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고작해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갈 때 사용한 것이 전부였는데, 자료를 출력하기 위해서 맵카드가 필수라는 것이 반가왔다. 나도 그 자격을 가졌으니 말이다. 먼저 도서관 1층에 있는 맵카드 충전기로 갔다. 마치 교통카드 충전기같이 생긴 기계에 맵카드를 넣고 그 다음으로 신용카드나 현금을 넣고 맵카드로 돈을 옮겨 놓는 것이다. $20을 우선 옮겨 넣었다. 이곳에서 하나 하나가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그저 인쇄만 누르면 뚝딱 나오던 환경에서 살았던 생활에 대한 반성이랄까? 생각보다 비싸서 칼라로 한 장 출력하는데 35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원 꼴이었다.
처음 출력은 예상대로 실패로 돌아갔다. '효과적인 전문적인 발표(Effective Professional Presentation)' 수업의 과제 중에 하나인 각 나라를 문화적으로 설명하라는 주제에 따라서 '한국의 탐험(Exploring Korea)'으로 준비한 한 장짜리 출력물을 7장 준비해야 했으나,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7장을 출력했으나 종이에 출력된 자료가 밖으로 벗어나서 프린터가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다른 프린터로 또 뽑았다. 그래도 밖으로 출력이 되어서 이번에는 PC가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PC로 옮겨서 출력을 했다. 이번에도 또 종이에 반듯하게 출력되지 않는다.
시간은 자꾸 지나서, 오후 1시에 예정된 '기업 세미나 (Coorporate Seminar)' 시간이 다가오는데 벌써 7의 배수로 맵카드에서 돈은 빠져나가고 파지는 늘어간다. 메모리 카드에 자료를 준비해서 도서관에서 출력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최종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강의실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강의가 다 끝난 후,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준비한 문서는 우리에게 익숙한데로 A4 기준으로 문서를 작성했는데, 미국의 문서 기본은 '편지지(Letter)' 규격이었다. 세로 놓고 본다면 A4가 위 아래로 길다고나 할까? A4는 가로가 21cm이고 세로가 29.7cm이다. '편지지(Letter) 규격은 가로가 21.59cm이고 세로가 27.94cm이니 출력하면 맞을리가 없다. 배낭에 있던 한국에서 준비해가 서류와 종이 크기를 대조해 보고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너무도 익숙한 종이에 출력하는 것.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이렇게 나는 때마다 초등학생처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설명 : CPACS 강의동 입구에 있는 각 방을 안내하는 표시판]
오늘 첫 기업 세미나는 '엘리전트 그룹(Alegent Hospital, www.alegent.com)'
이 병원이 매주 수요일 오후에 있어서 중요한 기업을 아는 시간이다. 회사의 설립 동기를 비롯해서 목적, 현재 운영 현황 및 미래에 대한 비전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그저 알려주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다.
예정되어 있는 기업의 순서에 따라 미리 그 기업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준비를 해와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시간을 내어준 기업에 대한 예의이라고 배웠다. 물어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강의에 참여시키지 않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에드퀸' 주임교수의 엄명이 있었다.
실제로 '기업 세미나' 시간이 시작되니 기업체에서는 사람이 오질 않았다. '에드퀸' 주임교수 혼자 들어와서는 책상 귀퉁이에 엉덩이를 걸치고서는 한 명 한 명에게 오늘 준비한 질문을 확인한다. 나는 지난 화요일 '가슴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한 '메소티스트 병원'이 '엘리전트 병원 그룹'과 어떤 관계에 있으며, 병원이 비영리법인이지만 내가 본 바로는 환자가 너무 적어서 어덯게 운영이 되는지 (재무현황)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인력 대비 환자의 비율 그리고 자원봉사자의 참여 정도 등을 묻겠다고 의기양양했다.
[사진설명: Alegent 회사의 웹사이트]
그러나 나의 수업준비는 나 혼자만의 자만심에 불과했다. 모두들 본인들이 준비한 질문서를 한 장씩 들고 덤비듯 '애드퀸' 주임교수의 질문에 응대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기업체에서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놀란 것은 대표이사 CEO가 직접 여섯 명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서 참석한 것이다. 오히려 대표이사가 참석해서 기업소개를 하고 질의 응답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1996년에 가톨릭 병원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1,300명의 의료진과 100개 이상의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 이 대형 병원그룹. 그러나 비영리이면서 어르신 케어부분까지 진출하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기업의 숨은 비법 중 하나가 대표이사의 열정이 아닐까? 휴식시간도 없이 네 시가 넘어서 '세미나'가 끝이났다. 세미나 말미에는 '엘리전트 모자'를 나누어주고는 단체사진까지 찍고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사진설명: 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 모자를 쓰지 않은 이가 '엘리전트 대표이사', 맨오른쪽이 '에드퀸']
[사진설명: '엘리전트' 모자와 '네브래스카 대학' 티셔츠, '에드퀸' 주임교수가 나누어 주었다.]
Alegent Health. 추가적인 조사 대상이다. 그리고 Edward Quinn이 회색 UNO MAVS 티셔츠를 주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시계를 보았다. 서울은 20일 낮 11시, 이곳은 19일 밤 8시.
'메신저'를 접속해보니 직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같다. 오늘 눈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자꾸 창밖에 시선이 간다.
[사진설명: 테블릿을 통해서 본 오마하의 날씨, 밖으로 나서는 것이 겁이 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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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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