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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12] 비즈니스 맨이 1분 안에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소개하는 방법

by Retireconomist 2011. 1. 18.

꿀떡같은 공휴일인 월요일은 지나고, 또 달리기 시작하는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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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침대 옆에 붙어 있는 탁자 위. 안경과 전화기, 타블렛, 시계, 사탕와 비타민제, 물컵 등이 어지럽게 올려져 있다. ]

오늘은 '레이' 교수의 과목이 둘이 있고, '에싱거' 교수의 수업이 하나 있다. 여덟 시 '레이' 교수의 '비즈니스 읽기(Business Reading)' 수업이 있고, 열시부터는 '에싱거' 교수의 '비즈니스 집필(Business Writing)' 시간이 오후에는 다시 '레이' 교수의 '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Global Business Communication)' 수업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타치로' 동기와 함께 메소디스트 병원에 가서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와야 한다.

 조마조마하게 '레이' 교수의 등장에 긴장하다.

'레이' 교수를 두려워 하는 것이 있다. 워낙 다혈질에 열혈 여장부로 체중을 실은 목소리로 몰아세우면 그 '여파(女波)'를 견뎌낼 재간있는 동기는 여섯 중에 아무도 없어 보였다. 지난 주에 워낙 강력하게 '큰 웃음(Big Smile)'  출입으로 호되게 당한 터라 수업 시작 30분 전에 대부분이 앉아서 예습에 열중이었다. 이정도  면학 분위기면 '고시촌' 분위기'

 단단히 닫힌 강의실 문을 벌컥 밀어 붙이며 엄청나게 큰 소리로  "좋은 아침"을 외치며 '레이' 교수는 입장했다. 이에 박자를 맞추듯 우리 모두는 훈련소 신병같은 일사불란함으로 "좋은 아침"으로 화답했다. '레이'교수는 가지런한 이가 모두 보이도록 잇몸을 드러내며 의미 심장한 웃음을 좌우로 보이며 화요일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긴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글쎄~. 그것도 잠시.

"김씨, 앞으로, 셉은 자리에서 대기하세요." 순간 나는 숨이 컥 막힌다. 또 무슨 봉변이 시작될 것인가? 봉변이 두려워서 쏜살같이 전자칠판 앞으로 나갔다. "자, 김씨가 지난 시간 수업에 대한 복습을 위해서 정리할 셉을 소개하겠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어서 소개하라는 손짓을 해 보인다. 지난 시간 배우긴 했지만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체되면 어떤 불벼락이 떨어질 지 모르는 긴장된 순간,

 나는 서둘러 셉을 소개하는 순서로 시작했다. "좋은 아침. 여러분" 바로 긴장한 동기들이 화답한다. "좋은 아침" 뒤이어 나는 "어제는 휴일이었는데 좋은 시간들 보내셨죠? 지난 시간 수업에 대해서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자, '셉'씨를 소개합니다." 이에 대기하던 '셉'이 잽싸게 앞으로 나선다. "좋은 아침, 여러분" 이에 모두 화답한다. "좋은 아침" 인사를 주고 받은 다음 '셉'은 대사하듯 지난 시간에 있었던 강의를 점검(Review)한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한 사람당 한 가지씩 한 문장으로 발표해 주세요.  '이바타'씨가 먼저 시작해 주시고, 시계 반대방향입니다."  '이바타'가 긴장하면서 '셉'을 원망의 눈으로 쳐다본다. '왜 나부터야?'하는 눈치다.

 갑자기 '레이'교수가 끼어든다. "'김'씨하고 '셉'씨는 잘 했습니다. 다음은 '차우'씨하고 '이바타'씨 앞으로" 일순간 강의실은 완전히 동상 걸린 허수아비처럼 굳어져 버렸다. 나와 '셉'은 그나마 안도의 호흡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베트남 친구 '차우'는 특유의 실실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오면서 '이바타'를 소개하는 상황까지 몇 번이고 도달하지 못하더니, 종국에는 순서마져 까맣게 잊고는 스스로가 공포를 기다리는 초라한 모습으로 멈추어 서고 말았다. '차우' 본인이야 자신을 탓하겠지만, 함께 짝이되어 강의 점검을 이끌어가야 하는 '이바타'는 무슨 죄가 있는가? 마치 벽을 향해 서서 두 팔을 들고 벌을 서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레이' 교수는 될 때까지 시키는 뚝심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비즈니스맨은 다른 이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소개 당할 수 있습니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항상 당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순서가 틀려서도 절대로 안됩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들보다 세상에 먼저 나온 것과 같은 것으로, 아들이 세상에 먼저 나온 다음 아버지가 나오는 '꼴'은 절대로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자, 심호흡하고 다시 시작하세요." 그저 막막한 표정의 '차우'는 지난 8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왜 자학 개그를 하기 위해서 또 8주간의 지옥같은 교육을 자처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  우리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경직된 자세로 강의실 정면을 향했다.

 아마도 20여분 동안 '차우'와 '이바타' 짝은 실수를 반복하다가 우연인지 실수인지 엉겹결에 순서에 맞는 소개와 점검을 마치고서야 자리로 돌아왔다. 뒤이어 '타치로'와 '오스틴'은 의외로 큰 문제없이 잘 이끌어서 두 어번 실수 끝에 '통과' 신호를 받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무튼 수업시간 마다 매번 긴장해야 하는 '레이' 교수는 공포감과 열정의 두 모습으로 과정이 끝나도록 동기들의 매기는 인기순서에 최고와 최저 양극으로만 평가되었다.

'나를 1분 안에 소개하기' 정말 쉬울 것 같지만, 20년 넘게 나를 소개했던 나도 알고보면 엉터리

미국 신문 비즈니스 면에 경영자들의 짧은 프로필이 등장하는 것 그대로 '본인의 신상을 1분동안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하시오.' 라는 것으로 이메일로 숙제를 보내는 것이다. 질문은 21개. 개중에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간단한 것도 있다. 나를 남에게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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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문의 비즈니스 저널난에 나오는 비즈니스 미닛 (Business minute) 참고자료이다.]

나를 소개해야 할 질문은 이렇다. '이름, 근무지, 직위, 임무, 고향, 교육, 어떻게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내 사업이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 한가지, 성취한 것 또는 공헌, 생애 첫 직업, 현재 일에서 가장 난관은? 현재까지 받았던 충고 중 최고로 좋았던 것은? 가족에 대해서, 성취하고 싶은 것, 최근에 읽은 책, 당신 경력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멘토는? 실외에서 하기 좋아하는 것은? 휴가 중에 지냈던 가장 좋았던 곳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기부나 공헌을 통해서 가장 좋았던 일은? 남들이 당신의 어떤 점을 보면 놀랄 것인지? ' 이것을 잘 정리하고 있다가, 1분 내에 소개해야 한다.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쉬웠지만, 중간을 넘어가면서 여러 답 중에서 망설이게 되고 여럿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한 명의 지연도 없이 과제를 제출했고, 한 사람 씩 연단 앞에서 서서 본인의 프로필을 소개함에 있어서 한 치의 양보도 소홀함도 없는 각축장이 연출되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잘 알고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대로 자신을 소개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여러분은 이 강의를 통해서 1분 안에 자기 자신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 '레이' 교수는 수 백번, 수 천번 자기소개를 했을 우리에게 완전 초등학생 취급하듯 '국제 비즈니스 세계'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 교수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관생도를 다루듯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어색하면 벼락같은 지적이 뒤따랐다. 나이 오십에 자존심을 구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참으면서 강의를 듣는 것은 고역이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많이 부족한 나,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 내 인생에서 마지막 학습일지도 모르는데.'

 지난 89년부터 이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IPD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109개 나라에서 온 회사에서는 중견간부 이상들이 공부를 한 프로그램이니 그들이 남긴 개개인의 사정은 얼마나 다를까? 수업 중에서 단 1분에 자신을 소개하는 그 내용, 관심,경험은 따지고 비교하기 이전에 다양한 환경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1분 안에 남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법. 그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맨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준비물 중에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또 하루 아침은 치열하게 시작되었다.

 누구하나 뒤지겠다는 생각도, 누구 한 명도 남들보다 천천히 가겠다는 생각이 전혀없는 팽팽함.

두 번째 '비즈니스 집필(Business Writing)'시간의 '에싱거' 교수는 정말 다정다감한 교수다. 남편이 한국인이어서 더 친근감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십대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들과 같은 아시아인'의 피를 많이 따랐다고 자랑하고 공감하듯 우리에게 친화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강의를 시작하셨다.

강의 내용은 시작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반전이었다. 배운 것도 없는 우리들에게 논문을 제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전 준비 작업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씩 짚어가는 것이다. 어제 처음 만난 여인에게 오늘은 돌잔치를 어떻게 하는지를 가리켜주는 격이랄까. 어처구니 없는 속도전에 모두들 불만이 가득해 있었다. 그리고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다.

 목표는 특정한 기업 또는 비즈니스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데, 한 편은 문서 형태이고, 한 편은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름 소나기같이 쏟아지는 과제로 미루어 짐작컨데 앞으로 남은 7주간이 쉽지 않겠다는 예측이 가능했다.

예시로 내놓은 특정 오마하 소재 25개 기업은 모두 세계적인 기업들이라고 '에싱거' 교수가 설명을 했지만, 나의 눈에는 겨우 '갤럽(Gallup Orginzation)'만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아는 것이 세계적이지도 않으며, 내가 알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시야기 너무 좁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랄까?

 '에싱거' 교수가 제시한 기업은 Baird Holm Attorneys law, US Department of Commerce, Omaha World Herald, Warren Distribution, Travelex Foreign Currency Exchange, Business Growth International, American Express Finacial Service, AG Edwards, First Data Resources (이 회사는 '에싱거' 교수가 20년간 다니던 회사라고 한다.), Nebraska Health System / International Health Care, American Red Cross, Omaha Public Power Corp, HDR Inc, Nebraska Busienss Development Center, Zoemed, MDS Pharma Services, Omaha Chamber of Commerce, Nebraska Department of Economic Deveopment, ReMax Real Estate, Firstnational Bank, Paypal.com, Physicians Mutual, Lozier...

 강한 '레이' 교수보다, 부드러운 '에싱거' 교수가 더 위엄있는 이유

인터넷에서 회사 이름을 검색해서  웹사이트가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려해도 한 두시간 내에 해결될 사항이 아닌데, 이토록 많은 기업을 기본적으로 분석하고 그 회사 중에서 특이점이 있거나 관심있어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한 기업을 찾아내고, 그  기업을 바탕으로 최종 논문 제출을 위한 기업과 그 기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정해서 제출하라는 '에싱거' 교수의 따뜻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이 왜 그렇게 사납고 불편하고 어렵게 들리는지? 아침 첫 시간에 고래같은 소리로 강의를 이끌었던 '레이' 교수보다 엄청나게 위엄있고 통제력을 가진 새로운 교수로서의 위상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에싱거' 교수는 과정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높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손가락 끝만 움직이며 모든 동기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신기의 마술'을 보였다.

 내가 본 오마하의 메소디스트 병원은 아주 훌륭한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환자도 환자 가족도 없이 너무 조용했다.

수업이 끝난 뒤, 나와 '타치로'는 메소디스트 병원에 가슴 엑스레이사진을 찍으러 다녀왔다. 첫 주에 TB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예정된 일정이었다.

미국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러 찾아가서 순서를 기다리고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1시간, 너무 조용하고 한적한 병원 내의 풍경은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적막감이 가득했다. 병원에 환자가 없다. 다니는 사람조차 없다. 이유가 뭘까?  

 나를 '택시 기사' 취급하다니, 괴씸한 지고.

'타치로'는 아예 택시 기사 부르듯 수업이 끝난 뒤에 병원에 가자고 했다. 나도 가야 하는 길이지만, 존중하고 의지하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편하게 길거리 택시 취급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은 일. 어쨋거나, 바깥 기온은 춥고, 정말  택시를 부르면 30분이 더 걸려서 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오지도 않는 경우까지 있는 이 오마하 시골에서 나는 동기들의 택시 기사가 기꺼이 되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 내 마음은 시작같지 않으니...

 매일 저녁 6시에는 한 시간 현지인과의 영어 회화 수업이 진행된다.

홈스테이 '코니(Connie Rumbaugh. 70)' 아줌마는 우리네 할머니와 다름이 없다. 늘 식솔들 저녁밥 챙겨주는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다. 물론 홈스테이 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쫓겨나거나 하는 유학생들의 얘기를 들었다. 홈스테이의 장점은 식사 + 잠자리+ 언어습득의 기회인데, 어떤 홈스테이의 경우 냉동피자를 전자렌지에 데워 주고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방만 빌려주는 아주 차가운 얘기도 들리지만, 나에게 이 코니 맘은 다정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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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데이빗' 아저씨가 찐 밥을 담고 있다. 연어찜에 찐밥, 채소는 아스파라거스 볶음]

UNO_IPD_10_57_18th_Jan_8174[사진설명: 한국음식 먹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향수를 느끼기에 아직 나는 부족하다.]

오늘은 연어찜에 푸른 콩 그리고 찐밥으로 저녁을 차려주었다. 물론 데이빗 (David Rumbaugh) 할아버지도 항상 맛있는 저녁을 감사해 한다. 나는 항상 코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먹어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고 칭찬을 한다. 

물론 코니는 내일 저녁도 의심할 바 없이 최고의 저녁을 준비할 것이 틀림없다.

저녁 일곱시, 저녁을 먹고는 도서관으로 추위를 뚫고 다시 열공의 길로 나선다. 물론 오늘도 도서관을 닫는 그 시간까지 분초를 아껴가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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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보험회사에서 온 자동차 보험 가입 증명서, 미국 주소로 받은 나의 첫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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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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