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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10] 주일 오후는 '실내 정원' 구경과 외식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by Retireconomist 2011. 1. 16.

꼬질꼬질 눈물과 콧물이 얼룩진 모습으로 예배를 본 후, 민망함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은혜로운 그 순간을 겪고 길을 잃고 나서 흑인 청년의 도움을 받아, 겨우 남72가(S. 72th Street)에 들어섰을 때 그야말로 겸손하게 이 길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으로 파인스트리트 (Pine Street)가 나 있고, 왼쪽에 월마트(Wall mart Supercenter)가 보였다.

[아래 지도에서 A가 교회, B가 월마트, C가 홈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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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신을 차리고 일상을 돌아가자.'라는 생각이 들자,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과 어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쫓기느냐고 잃어버린 장갑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장갑을 잃어 버렸는지,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학교로 돌아오는 통학버스를 염치불구하고 샅샅이 뒤졌지만, 아내가 준비해 준 그래서 더 아까운 장갑을 결국 찾지 못했었다. 장갑이 꼭 필요한 곳. 아침에 장갑 없이 운전을 하는 것은 거의 정신없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어제 잃어버리곤 바로, 월마트에서 $10짜리 두툼한 겨울 장갑을 샀다.

월마트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 날씨는 다시 짓궂은 모양으로 수평에 가까운 거센 바람에 은단같은 눈발을 실어 사정없이 얼굴과 온몸을 하얗게 장식해 주었다. 월마트 주차장에는 눈에 띄는 고급 차는 거의 볼 수 없었고 낡은 차들이 즐비한 가운데 눈이 내려 뿌려진 도로의 염화칼슘 때문인지 허옇게 착색이 되어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애마 역시 지저분한 모습도 오마하 시민이 타고 다니는 차의 겉모습을 닮았다. 오마하 근교에만도 수백 대의 주차할 수 있는 월마트 매장은 여덟 개나 된다.

매장 입구에는 젊은이들과 거의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니어들이 섞여서 힘겹게 몸을 가누어가며 느린 속도로 매장에 들어서는 고객에게 일일이 인사를 보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많은 수의 시니어들은 '무급 자원 봉사원 (Volunteer)'이라고 했다. 본인의 몸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시니어들이 무엇 때문에 자원봉사자로 일하실까? 그 깊은 뜻이 궁금해졌다.

'메리 팻' 교수가 준비물로 지정한 것은 '미니 DVD-R 3개'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 (Effective Presentation)'시간에 발표자의 발표내용을 녹화하기 위한 것이다. 발표에만 그치지 않고 녹화까지 하는 수업 방식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 시간의 수업도 소홀히 지날 수 없는 5중 6중의 철갑수업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잃어버린 장갑을 보충하고자 장갑을 골랐다. 이곳의 장갑 모양은 거의 극지 탐험대가 가지고 다닐 정도로 모양보다는 두텁고 따뜻한 보온이 확실한 모양이었다. 장갑 한 컬레에 $10.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리고 어제 온종일 등을 가렵게 했던 '가려움증'에 벗어날 궁리 끝에 '보디로션(Body Lotion)'을 샀다. 이곳에서 느낀 체감 물가는 무겁고 부피가 큰 것은 상대적으로 쌌고, 작고 부피가 작은 것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장갑이라 로션은 아주 싼 편이었으나, 책은 2배 정도 비싸다는 것이 그에 대한 예라고나 할까.

울적한 기분에 쇼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주부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이제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나 해야지. 한국 문화에 대한 5분짜리 발표도 있고, 신흥공업국의 경제에 기사 자료도 발표자료로 만들어야 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틈이 없다. 그리고 도서관은 정오부터 자정까지 열리니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날씨가 좋으면 산책이라도 하겠지만, 외부 기온은 거의 매일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싸늘한 내륙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닐백에 주섬주섬 쌓아주는 준비물을 사 넣고는 도서관으로 향하기로 했다. 도서관에 들어서기 전에 웬디스버거에서 세트메뉴로 점심을 때웠다. 교회에서 목사 사모님이 11시 예배 후에 점심을 먹고 떠나라는 말씀을 뿌리쳤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이름은 한국에서 이미 보아서 친근했지만, 음식은 여전히 다르다는 느낌. 그래도 콜라 맛은 똑같다는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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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웬디스 햄버거 가게.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없다.]

햄버거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콜라로 녹여가며 점심을 마무리할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내 핸드폰이 작동이 되는구나 하는 신기함. 미국에 와서 걸려온 첫 전화. 발신자는 '데이빗' 아저씨였다.

꽃구경 가자는 '데이빗'아저씨의 전화 제안에 냉큼 수락을 했다.

"헨리? 오후에 나는 '코니' 아줌마와 함께 '로리젠 정원(Laurizen Garden)'에 꽃구경과 파티가 있어 외출하는데 함께 가 보는 것이 어때? 거기에 가면 '코니' 아줌마 친구들이 많이 만날 수 있어. 물론 네 선택에 달려 있어, 부담 갖지 말고"

꾸물꾸물 흐리고 칼바람이 부는 오마하에서 꽃구경이란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는, 그리고 오마하 시민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니 주저하지 않고 "저도 함께 할게요. 기다려 주세요."라고 답변을 했다.

곧장 홈스테이로 달려가서 '로리젠 정원 (Lauritzen Gardens - Omaha's Botanical Center (100 Bancroft St Omaha, NE 68108-1752)'으로 향하는 '데이빗' 아저씨의 차에 함께 탔다.

[아래 지도에서 A가 홈스테이가 교회, B가 로리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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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박한 꽃박람회에 초대받아 갔지만, 너무나도 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에 부러움에 휩싸이다.

우리네 꽃박람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 그저 양재동에 있는 커다란 비닐하우스 정도의 크기에 수 백대의 차들이 들이닥치듯이 몰렸고, 지방 TV방송까지 출동해서 북새통을 이루었다. 오마하에서 사람들이 많다고 느낀 것은 단 두 곳이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로리젠 정원'

'데이빗' 아저씨는 회원으로 등록된 정회원으로, 동반자들에게는 $5의 입장권 할인혜택이 있어서 '코니' 아줌마와 나는 동반자 혜택을 받으며 실내 정원에 들어섰다. 출근 시간의 2호선 강남역 부근을 지나치는 것과 유사한 인구밀도에도 누구 하나 몸이 닿도록 밀치는 사람 없었고, 관람길을 가로질러가거나, 소리를 질러 상대방을 찾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는 그래서 더더욱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너무 조심스러운 실내 화초를 감상했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 맨해튼에서 응급차 사이렌 소리에 러시아워에 꼭 막혔던 자동차 행렬이 영화 '십계'에 나오는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이 '선진국답다.'라고 느꼈다면, 이곳에서의 관람질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한 걸음 한 걸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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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명의 시니어들이 추운 겨울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이 실내 정원에서의 꽃구경이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귀한 시간이라고 '코니' 아줌마는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니어들의 모임이 어찌나 조용하고 질서있었는지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복장이나 타고 다니는 차나 먹는 음식이나 장식품이나 하는 물질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그 모습은 내내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참 갖고 싶은 대중질서 의식과 행동이랄까?  우리는 바닥면적과 관람객 수로 그것을 평가하는 방법 밖에는 갖고 있지 않았으니...

지난 1주일간, 가족으로 대해주는 홈스테이 부부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제안했다. 내가 꼽은 이 식당은 홈인스테드 시니어케어(Home Instead Senior Care)에서 근무하는 데이빗 마이넬리(David Mainellie)의 부인이 경영하는 '훌리오(JULIO's) 13035 ARBOR ST Omaha, NE 68144.  내가 기억하기로는 지난해 3월에 왔을 때와 같은 장소이고, 부인의 이름이 티파니(Tiffany)였던가?

데이빗의 부인 티파니가 내가 오마하에 온 것을 알고 있었다.

계산대에 갔을 때 티파니를 만났다. 어제 본 사람처럼 "헨리, 당신 여기 온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식당까지 찾아오다니 반갑네요." 나는 놀랐다. "아니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페이스북에서 봤지요. 공부는 잘하고 있어요?"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정말 세상이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코니' 아줌마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서 온 '홈스테이' 학생이 찍어준 사진에 기분이 좋았고, 저녁까지 준비하지 않도록 해주었으니 더 좋고, 음식 맛도 좋아서인지 돌아오는 길 내내 , "흥~흥~" 음절도 모르는 노랫가락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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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지도가 일요일 하루 동안 다닌 거리, 참 많이도 돌아다닌 것이 분명하다. 구글 덕분에 샅샅이 확인할 수 있다.]

홈스테이에 돌아오는 길에 '데이빗' 아저씨와 '코니' 아줌마는 내일 조카 손자의 생일에 나를 초대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마침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도서관도 문을 닫고, 그저 좁은 홈스테이에서 독수공방 책이나 읽어야 할 판이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다섯 살 '그레고리' 생일에서 나는 실감 나게 미국 보통사람들의 생일 예절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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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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