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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17] 오마하가 좋은 세 가지 이유, 아주 세게 바람 불고, 눈 많이 내리고, 몹시 춥기때문

by Retireconomist 2011. 1. 22.

인솔자에겐 귀찮은 일이지만, 학교로 되돌아와 내려주니, 정작 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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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눈보라 치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시계탑' UNO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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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음산하기까지 한 주차장과 시계탑, 앞쪽으로 보이는 도서관은 굳게 문이 잠겼다.]

학교로 돌아와서는 홈스테이로 귀가하면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일 밖에는 할 일이 없다는 고민이 남아 있다. 홈스테이에서는 인터넷이 느린 덕분에 컴퓨터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소모전이다. 결국 새로운 문화를 익히자는데 의견의 모였다.

'이바타'의 충동에 '오스틴'과 '다치로' 그리고 '나'까지 네 명의 남자는 쇼핑몰로 향했다.

눈보라가 강하게 몰아치고는 있지만 '쇼핑몰'에 가보자는 '이바타'의 충동에 작은 내 차에 '셉'을 제외한 다섯 명이 쇼핑몰로 향했다. 물론 운전은 내가 한다. 언제나처럼, 택시 운전사처럼 자동차를 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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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80번가에 있는 본 모어(Von Maur), 나쁜 날씨에도 주차장은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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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설명: 학교에서 본 모어(Von Maur)쇼핑몰까지의 길은 불과 5km. A지역에서 B지역으로 학교로부터 서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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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사고 싶은 구두를 발견했다. 가격은 $54.99로 불과 6만원. 충동구매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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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추운 겨울이라 외출하지 못해 몸서리치는 여중생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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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네브래스카 특산물이다. 빨간색 티셔츠며 점퍼며...]

쇼핑몰에서의 한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떻게 여자들은 그 연약한 몸으로 서너 시간을 거뜬히 돌아다니는지 가히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운 좋게 원하던 네브래스카 빨간색 점퍼를 발견하고 망설이없이 $100을 내고 나에게 선물한다는 기분으로 샀다. 지난 번,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녹색 점퍼를 입고 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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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쇼핑몰 밖에 나서자 하늘에서는 설탕 눈을 소낙비처럼 쏟아붓고 있는 듯싶었다.]

정말 꺼내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오마하에서 또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을 맞았다.

모두들 한두 개씩 오마하 유학생활에 필요한 옷가지나 생필품을 사 들고 주차장에 나섰을 때 눈폭풍의 기세는 내 생애 처음 맛보는 무시무시한 강풍을 동반하며 우리 일행들에게 덮치듯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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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눈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오는지 카메라를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겨우 두 장을 찍었다.

[동영상 설명: 정말 오마하 눈폭풍다운 장면이다. 너무 휘몰아쳐서 오래 찍을 수 없었다.]

쇼핑백을 겨우 움켜쥐듯 들고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까지 갈 수 있었다. 얼굴에는 눈을 뜨지도 못할 정도의 세기로 은단을 뿜어대는 것처럼 눈보라가 불었다. 숙인 고개 뒷목으로 한 움큼의 눈소나기가 몰려 들어왔다. 겨우 차 안으로 기어가듯 들어오니 불안할 정도로 눈바람이 차를 흔들어댔다. '다치로'가 겁을 먹었는지, "빨리 집으로 가자. 빨리"하면서 재촉한다. '나도 같은 맘이다.' 나는 나를 채촉하며 주차장을 나섰다. 주차장 가득했던 다른 차들도 같은 맘이었는지 모두들 '쇼핑몰'을 나서는 태세이다. 한 대 씩, 한 대 씩, 차례로 차례로 주차장을 빠져나와 교차로를 향했다. 우리가 서쪽으로 왔으니 동쪽으로 향하는 웨스트 닷지(W Dodge)로를 찾아가면 된다. 서두를 필요없다. 어차피 눈폭풍이 불고 있으니 최저 속도도 문제 없을테고 그저 방향을 잘 잡아서 교차로를 벗어나면 된다. 이미 5m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눈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뒷목으로 들어온 눈덩이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기는 했지만, 운전에 방해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정표가 보이질 않는다. 바로 눈앞에 파란 표지에 흰 글씨가 쓰여 있지만, 눈폭풍이 얼마나 강하게 부는지 시야를 방해한다. 웨스트 닷지로 가려면 교차로 좌회전이 맞지만, 바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30~40m 더 직진한 다음에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때 결정적으로 '다치로'가 또 나서면서 길을 안내한다. "'김'씨, 지금 바로 좌회전. 빨리. 빨리." 자신 없이 이정표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서행하던 나는 '다치로'의 권유에 바로 응답했다.

좌회전으로 진입로에 들어섰다. 바로 차선을 바꾸자마자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는 시속 10km에도 못 미치는 극히 천천히 전진하기는 했지만, 앞뒤로 빼곡히 밀려가는 자동차를 어떻게 번쩍들어 차로를 바꾸기 전에는 할 수 없이 딸려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에고'하는 회한이 바로 밀려왔다.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서쪽'을 향하는 '웨스트 닷지로'를 타고 거북이 기어가듯 밀려 밀려가게 되었다. '다치로'는 이내 실수를 인정하고 '함구'. 이제는 운전을 하는 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처음 차를 받았던 날, 좌회전을 찾지 못해 늦도록 길을 헤메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회전으로 대응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는 이렇게 차에 탄 동기들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 내가 확실하게 집에 데려다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시간이 지체되더라고 구시렁거리지 말고. 알았지?" 상황이 상황이니 만치 이런 제안을 거절할 친구들은 없었다. 나는 우회전에 우회전으로 도심으로 되돌아오는 전법을 쓰기로 했다.그리고 첫 번째 우회전으로 들어섰다. 아뿔싸, 이곳은 고속도로가 아닌가? 고속도로는 빠르게 다니도록 만들어진 자동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교차로도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쩝, 그저 밀린 잠이나 자 둘것을...

물론 동기들은 내가 지난 일요일 교회에 다녀오다가 길을 잃은 것은 알리가 없다. 왜냐하면 얘기를 하지 않았으니,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도 선명한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망연히 눈보라 속에서 방향을 잃은 것이다. 더더욱 이번은 지난 번과 다른 것은 북쪽으로 향한 고속도로로 향하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지만, 고속도로에 들어선 것이 문제인 것은 톨게이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차를 되돌릴 수 없도록 허리 높이의 담이 처져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속 10km 정도의 서행으로 눈보라와 싸우며 고속도로에서 방향전환을 하지 못하고 직진만으로 진행하다가 30여 분만에 출구를 찾았다.

그리고 돌고 돌아서 대학근처에 도달했다. 눈보라 앞에서는 이정표를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정표가 나타나면 차를 세우고 순번으로 한 명 씩 밖으로 뛰어나가 방향을 확인하고 진행하기를 반복하며 수없이 반복하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투 끝에 무사히 길을 찾아온 셈이다.

어찌 보면 홈스테이로 되돌아오는 길도 엄청나게 위험했었던 것 같다.

핸들이 휘휘 돌리고, 차는 제자리에서 뱅뱅 진행을 못 하고, 고향인 강원도에서 익힌 운전실력이라 이곳 험한 눈길에서도 별 어려움이 없이 운전을 하는 셈인데, 홈스테이로 돌아오는 길에 해피할로(Happy Hollow) 교차로 직진 방향 도로가 폐쇄된 것을 보았다. 홈스테이 가까운 주택가로 나는 그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순간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설탕 같은 휘날리는 눈도 벌써 무릎 정도까지 날려서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택가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차선도 인도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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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홈스테이에 도착해서 트렁크를 열면서 찍은 사진, 눈이 날려서 뒤쪽에만 수북하다.]

함께 탑승한 동기 모두를 각자의 홈스테이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홈스테이에 도착하니 저녁을 먹지도 않았지만, 전혀 허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기진맥진할 뿐이다. 어제 약국에서 산 과자와 음료수로 저녁을 때웠다. 너무 지쳐서 꼼짝도 하기 싫을 정도로 지친 것이다. 아... 또 길을 잃고 헤맨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 오마하는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이곳에서는 눈이 설탕가루처럼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것이면서 바람에 날리어 쏟아진다. 어떤 경우에는 차창 앞면에는 전혀 눈이 없는데, 뒷 창가에는 수북이 쌓이는데 바로 그런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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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자동차 번호판도 눈폭풍이 수평으로 날리면서 번호를 확인할 수 없게 눈이 붙어버렸다.]

UNO_IPD_14_57_22th_Jan_8511[사진설명: 사륜구동의 자동차가 홈스테이 앞을 지나친다. 눈이 수북이 쌓여 인도와 차도를 구분할 수 없다.]

내일 먼 교회를 어떻게 갈까. 밤늦게 TV를 켜니, 온통 TV 자막에 내일 교회 예배를 볼 수 없다는 교회명단이 줄줄이 자막으로 지나간다. 오마하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자막 행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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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넘도록 '오마하한인장로교회'의 예배 여부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주목을 했지만, 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창문이 덜컹거리고, 통풍구에서는 따듯한 바람 대신 찬바람만이 들어오는 것 같다. 오늘 오전에 조슬린 박물관에서 미국의 개척사를 보았던 것이나, 올드 마켓에서 즐거웠던 시간이 하얗게 눈속에 묻혔다. 지금 창밖에는 아주 세찬 눈소나기가 창을 들이친다.

내 감정을 다시 확인할 순간! 나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가? 내가 나에게 이렇게 답을 해주었다.

나는 아주 세게 바람불고, 아주 많은 눈이 내리고, 몹시 추운 오마하가 좋다. 오마하가 좋은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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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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