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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Publication

[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31]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지만, 한국 생활을 잊을까 걱정이 됩니다.

by Retireconomist 2011. 7. 19.

이곳 생활이 절반을 지나면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변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직감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아침식사, 영양을 생각하고 새 맛을 보고 하는 호기심과 격식의 시간은 지났고, 실리의 시간으로 아침 시간이 채워지는 것이 확연하다. 호되게 춥다 보니 감기가 든 적이 없다. 감기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는 밖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내 주장과 논리는 그렇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 하시는 손길이 있으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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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이렇게 별다방 Starbucks에서 구입한 빵 한 조각과 주스 한 병으로 거뜬하게 채워졌다. 이렇게만 하더라도 7~8천 원이다. 우리네 대학의 구내식당에서는 외부의 식당과는 차별되게 싼값의 음식이 이것저것이 있는데, 이곳 UNO에서는 그런 혜택이 없다고 학생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에드퀸' 주임교수에게 물어보았지만, "학생들에게 싼값으로 음식을 제공한다면, 대학이나 식당에서 그 부담을 져야 합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부담하면 정당하고 간단합니다. 왜? 학생이라고 음식을 싸게 살 수 있어야 합니까? 그들도 충분히 벌어서 사 먹을 수 있는 데 말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차별 없는 음식값이 적용되는 이유는? 학생들도 벌어서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 UNO는 명문대학도 아니지만, 학생들이 특별히 수준이 낮다거나 수준이 너무 높다거나 하는 부분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워낙 서열주의에 물들어 있는 시각에서 바라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를 가나, '이 대학은 어디에서 무엇으로 몇 등 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대학교 내에는 '오마하라는 곳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조사 중에서 상위 3% 안에 들어갔습니다.'와 같은 대자보 성격의 뉴스를 접할 수는 있었다. 학교를 서열 짓고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대학의 서열에 종속시켜서 보는 시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발상인지를 이들은 일찍이 깨닫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 추운 날씨에도 대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유학생들의 소란스럽게 몰려다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을 이해하고 조용히 바라보는 모습으로의 차분함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은 중부권에 있어서 서부나 동부의 대학같이 조명을 집중 받는 곳은 아니지만, 대학가 주민들과의 유기적인 소통과 친절함 그리고 외부적인 유혹에 노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면학분위기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좋다고 느꼈다. 뉴욕처럼 번화한 곳에 있는 대학에서는 외부의 화려함에 시선과 시간을 빼앗길지 모르나, 이곳 오마하에서는 그런 의지가 있더라도 비행기로 최소 2시간을 가야만 그러한 향락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정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인기있는 학과 중에는 경영학과가 주목받고 있고 MBA 과정이나 IPD 같은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이 비교적 높은 곳이라는 것이 이곳 유학생들의 평이다. 가끔 보게 되는 서아시아권 학생들이 눈에 띈다. 나와 같은 홈스테이를 하는 '바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데 학교 전체로는 1백 명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숫자가 많은 편이다. 이들은 국가에서 일체의 유학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습에 대한 열의가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의견이다.

역시 내가 내 돈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본전 생각에 제일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

러시아 등 유럽 출신의 학생들도 있다고 하는데, 외모로는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은 대형할인점, 그곳에 가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거나, 학용품들을 고르면서 스트레스를 없앤다고 한다. 나도 한두 번 동기들과 쇼핑몰을 함께 간 적이 있는데, 스트레스 해소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시간 이상의 쇼핑은 역시 남자들에게는 무리인 것에 틀림이 없다. 유학생들이 확장한 대학의 학과의 일부를 채워주는 덕분에 재학생이나 대학의 재정적인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고 그것은 유학생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론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상도 없지 않다.

상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문화 상품은 영화나 음악이 아니라 언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 못함에도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들에게 아직 상품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베네수엘라 유학생을 만났다. 그는 현직 의사이기도 한데,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있으며, IPD에 지원하여 합격해서 다음 세션에 내가 공부하는 과정을 따라 배우게 될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이름은 '곤잘레스'

우리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몇몇 학자나 유명인이 자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습득하려는 노력으로 번지고 그것이 영속적이라면 영어만큼 상품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소통의 도구이라는 것보다, 한 번에 판매가 끝나지 않는 오래가는 상품이라는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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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접속하니 날씨 경고가 먼저 앞장선다. 기온은 영하 20도 이하,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눈바람이 날리는 창밖을 보면서 문뜩 사장님 생각이 났다. 모든 짐을 오히려 사장님께 전가해 놓고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책만 보는 것이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메일로 그간의 안부를 여쭙는 편지를 썼다.

사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31도라고 합니다. 인터넷에는 한파주의보(Wind Chill Advisory)라는 황색경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춥지 않습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기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가 미국으로 유학 온 지 30일이 되는 날입니다. 돌아가는 날까지 계산하면 57일이니 이제 절반이 지났습니다.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거의 한국 생활을 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곳 IPD 프로그램은 불과 네 분이 전체를 이끌어갑니다만,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 관한 것, 그들이 쓰고 읽고 표현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비즈니스를 하게 하는지, 그리고 이미 너무 익숙한 파워 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 이메일 보내는 것, 초대에 응하고 대화를 종료하는 것,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 하나하나가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게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폭설과 폭풍과 한파가 이곳 생활을 더욱 흥미롭게 합니다. 덕분에 전혀 새로운 일기 용어도 배우게 되고요. 아직 콧물감기조차 걸리지 않음은 많은 분의 격려 기도 덕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브래스카대학에서의 배움은 저의 지금껏 모든 배움을 시작점에 두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배움에 이곳에서의 배움이 더 해졌다기보다는, 이제 시작점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갖게 된 새로운 고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의 생활은 저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미래에 대해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막연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진 잣대가 한 개였다면 다섯 개로 늘어난 것 같습니다. 또 반대로 다섯 개였던 잣대가 한 개로 줄어드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저를 반성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감사하면서 더 경험하고 더 여유롭게 이곳 연수 생활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수업이 절반을 넘어서자 졸업 논문 준비와 발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교수님들의 성화가 아직 실감 나지 않으나 절반이 지나 남은 기간이 더 짧아져 기울기 시작한 이곳 생활에서는 무엇이 목표인가? 여전히 '준비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한 목표치에는 어림도 모자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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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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