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1년 2월 11일 금요일) 아침 '뉴욕타임스'에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 씨의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2011년 2월 11일 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국영화 '시인(Poetry)'이 실린 기사면]
뉴욕타임스는 11일 주말 예술 면에 전면을 장식한 배우 윤정희 씨가 출연한 영화 ‘시’를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시’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11일부터 맨해튼에서 개봉한다는 내용이었다. 홀로 남은 손자와 함께 힘겹게 생활하지만, 소녀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미자(윤정희 씨)’가 어린 시절부터 꿈꾼 시 쓰기에 도전하던 중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 이야기다.
평론은 유명한 여자 영화비평가인 '마놀라 더지스(Manohla Dagis)'의 글이어서 더욱 시선을 끌었다. LA 타임즈의 영화 담당 기자로 있다가 유려한 글 솜씨와 냉철한 비평 안목을 인정받아 뉴욕 타임즈로 스카우트되어 갔던 일급 비평가인데 영화의 줄거리를 상세히 소개하며 “이 미묘하고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영화에서 복잡한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윤정희의 연기는 관객들을 흡인한다. 이창동 감독의 아무런 장식이 없는 산뜻한 영상 스타일은 전작 ‘밀양’에서보다 더 많은 관객의 주의를 끌어들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낡은 방과 보통의 거리 풍경은 서서히 전개되는 이야기식의 방식보다 좀 더 사실적인 서술이 되고 있다. 평범한 세상의 따분한 풍경들이 여학생의 죽음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충격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극 중 미자가 문학 교실에서 시를 가르치는 강사와의 대화를 통해 시는 작가의 치열한 자기 탐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제시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어떻게 오는 건가요?” “그건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제가 어디를 가야 하죠?” “그건 당신이 서 있는 그곳에 있지요.” 신문은 “사실 시는 어디에나 있다. 미자가 시간제 직원임에도 돌보는 불구 노인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인생을 통해 지내온 모든 것이 바로 시”라는 것이다.
마놀라 더지스는 “미자가 묻지 않은 질문은 그것이 왜 예술이냐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상상의 교감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질문에 아름답게 답하고 있다.”라는 찬사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키노 인터내셔널(Kino International)이 배급하고, 2시간 19분 동안 맨해튼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설명한 박스기사]
나는 거품을 물어가며 뉴욕타임스 신문을 들고 동기들에게 자랑삼아 설명해댔지만, 반응을 보이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아뿔싸, 이렇게 문화에 대해서 문외한들만 모였는가? 아니면 다른 나라 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반발심인가? 나의 지나친 호의적 태도에 대한 반감인가? 아무튼, 혼자서 길길이 뛰다가 멈춘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렇도록 객관적으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오늘 신문은 홈스테이 가족들에게 자랑할 요량으로 구겨지지 않도록 가방에 고이 접어 넣었다. 이렇게 외국에 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오늘 나는 애국자가 된 것 같다. 대한민국 애국자 김형래. 빈말이라도 거들 줄 알았는데, 다른 동기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문화적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도 글로벌 비즈니스의 수준이 아직 고도화되지 못한 증거라고 생각하면서 위로를 삼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레이' 교수의 독설은 이어졌다.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를 설명하면서 던진 한 마디
매일 당신의 쓸모와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You must prove your worth/value every day.)
입사할 때 증명하는 자신의 능력으로 퇴직할 때까지 크게 문제시되지 않고, 중간마다 시험을 통해서 진급과 과정으로 능력을 증명하지만, 매일매일 그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서 별로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온 정성을 쏟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그것을 입증한다는 것은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그 내용에 있어서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부분임은 틀림없다.
실적을 통해서 그 가치를 확인시키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매일 입증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서 '레이' 교수는 단언한다. "불시에 증명 당할 때, 입증하지 못하는 것을 매일 대비하라는 뜻이다. 늘 긴장하면서 매일매일 가치있게 생활하라."라는 메시지인 것을 확인하면서 논쟁은 이어지질 않았다.
남들이 '시인(Poetry)' 알아주지 않는 울적한 마음과 이번 주에는 아이스하키 경기가 없는 관계로 수요일 토론회에서 자원봉사자 쿠르거씨가 추천한 '항공 우주 박물관(Air and Space Museum)'을 찾았다.
약 30km 떨어진 링컨시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박물관은 광야에 홀로 우뚝 서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그저 벌판에 낮게 깔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이기에는 그저 작은 건물]
[가까이에서는 그 크기를 담을 수 없다. '차우'와 '오스틴'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왜소하다]
[미국에 달나라에 쏘아 올렸던 아폴로 위성이 실제 크기로 제현되어 세워져 있다.]
[전투기의 무덤이라고 혹자는 평했다. 실제 그렇다 http://www.strategicairandspace.com/ Ashland, Nebraska]
우리가 박물관에 갔을 때 관객은 불과 10여 명도 되지 않았다. 적막하다시피한 항공 우주 박물관. 전쟁을 통해 발전시킨 수많은 항공 우주선들을 보면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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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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