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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35] 책방과 도서관, 나에겐 가장 편안하고 흥미로운 장소였다.

by Retireconomist 2011. 8. 2.

일요일 아침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외 없이 예배시간 내 눈시울은 빨갛게 변했다. 박 팀장이 한 주를 함께 다녀가고 나니, 조금은 맥빠진 기분도 들고 이제는 점점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웬일인지 오늘 예배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UNO에서 철학과 교수로 계시는 한국인 교수와 인사를 나누었다. 말투는 영락없는 미국인이다.

예배를 보고는 바로 책방으로 직행했다. 나는 '반즈앤노블(Bans & Noble)' 책방보다는 '보더스(Borders)' 책방이 맘에 들어 주로 이쪽 책방에 들리는 편인데, 일요일이고 맘먹고 온터라 오랜시간 책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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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책방 체인점인데, 전자책에 밀려 고전한다는 기사가 연일 실렸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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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시리즈 책 중에서 시니어를 겨냥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우리네와 출판분위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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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또 다른 책이다. 나의 사냥감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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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때껏 처음보는 최고로 똑똑한 은퇴 지침서' 아주 매력적인 제목의 책이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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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자기계발서'들이 여전히 인기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은 세계 공통 목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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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앉아서 숙제를 하는 학생들, 책을 파는 사람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고....너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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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보이는 서가. 이 엄청난 1, 2층 공간에 보이는 고객은 단 두 명뿐]
   

[동영상: 예외없이 처음 와본 사람들에게 보여주듯 흐름을 따라 찍었다. 실력부족으로 어지럽다]

미국의 책방 풍경은 참으로 우리네와 다르다.

우선 책을 사지않고 모두 다 읽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독서 공간을 많이 갖추어 놓았다. 심지어는 거실 바닥에 모여서 숙제하듯 바닥이 털썩 주저 않아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실내에 카페트가 깔려있고, 청결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책은 사는 것이지 빌려주고 아끼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습성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면 작가는 돈방석에 오르기도 하지만, 경기에 영향을 받을 경우 전혀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전공서적 값을 보고 많이 놀랐다. 두께야 보통 소설책 정도의 책들이 가격은 100불에서 200불을 호가하는 등 책값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중고서적은 싸게 살 수도 있지만,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의 게시판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값싸게 책을 파는 학생들이라는 부끄러운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다. 들리는 얘기에는 한국 학생들이 귀국 전에 많이 판는 이유는 비행기 삯이 많이 올라갈까봐 그런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하는 이가 미국인이기에 적잖은 실망을 했다.

'보더스' 책방에 내가 좋아하는 이름의 커피숍이 있다. '시애틀 최고'라는 이름의 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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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내고 $92.40을 거스름돈 받는데 온통 난리가 났다. 여권을 보여달라, ID카드를 보여달라, 주소를 대라. 왜?]

우리네도 책방에도 커피숍이 들어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반스앤노블'에는 '별다방(Starbucks)'이 있다. 재미난 것은 보더스 책방에 있는 커피숍 이름. '시애틀 최고(Seattle's Best)' 그런데 시애틀이 커피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스타벅스가 탄생한 도시가 시애틀. 이 커피숍은 '스타벅스보다 더 좋은 커피숍'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최고와 경쟁하려는 신생회사의 의지가 돋보여서인지, 이 '시애틀 최고' 커피 맛이 더 싱그러운 것 같다.

도서관이나 책방이나 책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사고 싶은 책은 많은데, 돈도 문제고, 짐도 문제고, 그래도 한 권 두 권 산 책이 그 숫자를 더 한다. 돌아갈 비행기편에 얼마나 많은 책을 실어 보낼 수 있을까?

책방에 들렀다가 다음 행선지를 잡은 곳은 또 도서관.

네브래스카 대학은 주립대학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주말이면 많은 시니어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활용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고, 책들도 누구든지 빼서 볼 수 있는 개가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다행이도 지적 욕구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도서관이 붐비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도서관에 집착하듯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홈스테이에 인터넷 접속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늘 접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접속할 수 없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서관 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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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비치된 자유이용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는 '크리스 도서관'이라고 선명하게 찍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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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하게 배치된 좌석, 오히려 너무 넓은 여유공간이 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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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올라가는 계단 옆의 공간. 신간이 꽂혀져 있고, 이곳을 가끔 조는 장소로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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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입구가 보이는 자리, 토론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 늘 시끄러운 장소이다. 그러나 오늘은 예외]

내브래스카 대학의 크리스 도서관은 오마하에서 나의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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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떠들면 안되는 곳. 가운데 보이는 끝자리는 내가 앉아서 공부하던 자리로, 빨간 점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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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서가 앞에서 넓게 찍은 장면, 역시 일요일 이른 시간이라서 학생이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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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처럼 편안하게 책을 찾는 한 학생의 모습. 이렇게 안정된 곳이 공부하고 싶다는 의욕을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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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가운데를 자리잡고 있는 조각상, 검은띠와 흰띠로 얼굴을 감은 형상이다. 종이와 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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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찍은 2층의 정면,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니 갑자기 민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갑자기 시카고 공항에서 유학생 입국심사 받으러 들어올 때, 공항직원이 던졌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 나이에 박사 공부하러 왔어? 그게 가능한 일이야?"하며 조롱하듯 중얼거리던 장면. 그래도 나는 이곳에 와서 분위기나 파악하고 즐기다 떠나지는 않겠다는 결심이 조금은 결실을 보는 것 같아서, 이제는 조금 더 당당하게 그 직원을 만나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마지막 1초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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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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