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에 '다치로'의 홈스테이 앞에서 그와의 동행 출발을 기다리다.
일기예보를 아침 일찍 챙겨보니 쾌청한 날씨란다. 이곳 날씨도 변화무쌍함이 세계적이라서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는 있지만, 시보레 코발트 나의 애마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미 '다치로' 홈스테이 앞에서 열심히 실내 공기를 덥히고 있다.
'다치로'의 홈스테이 주인은 목사님 가족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홈스테이 가족이 젊은 편이라서 함께 게임도 하고, 지하에 있는 당구대에서 함께 경기도 즐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와는 또 다른 경험이리라. 아마도 30대 초반인 '다치로'에게 맞게 배정된 홈스테이가 아닌가 싶었다.
딸 아이 둘을 둔 '다치로'는 어학연수를 시작해서 1년이 넘도록 미국에서 연수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고 보면, 그가 겪는 고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빠른 두뇌와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마다 보이는 괴이한 표정은 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수염이 덥수룩한 채로 '다치로'는 시간을 맞추어 내 차에 올라탔다.
"오늘 행선지는 정해졌겠지?" 하는 나의 물음에, "아니,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하는 그의 대답이었다.
유일하게 인터넷 접속환경이 좋지 않은 나는, 어제 듀람박물관을 다녀오면서 신신당부를 했건만, 여행지도며 행선지며 주요 명소에 대한 준비를 '다치로'와 '오스틴'이 맡기로 해놓고는 출발 당일 아침에 와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다고 버럭 화를 낼 일도 아니고.
'오스틴'의 집으로 가면서 또 다른 친구 '셉'을 동행시키려고 전화를 시도했지만, 불발
어제 듀람 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기 전에 혼자서 급한 일로 학교에 되돌아가야 한다고 자리를 떴고, 이후에 전화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불통하였기에 이른 아침임에도 전화를 넣었다. '셉'은 미국에서의 여행을 누구보다도 선호하고 관심 있는 일이어서 오늘 여행도 '셉'의 강권이 있었을 정도였기에 동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서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바타'는 회사의 조직이 바뀌면서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는 얘기로 어제 일찌감치 포기의사를 밝혔고, 이제 '차우' 베트남 친구에게만 동행의사를 확인하면 모두에게 의향확인을 하는 셈이다.
'오스틴'이 사는 캐피탈 코드에 도착하니 추운 아침인데도 밖에 나와서 서성거리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스틴' 역시 '캔자스 시티' 여행을 가지 위한 명소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먼저 얘기를 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오직 내비게이션만이 우리의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결론지었다.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은 191마일, 3시간 23분 남아있고, 12시21분에 도착한다고 했다. 거짓말]
학교 내에서는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스틴'은 Wi-Fi로 작동하는 PDA에 의존해서 주로 정보를 확인하는데, 집과 '캐피탈 코드' 사이를 오가면서 정보의 제한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닥친 현실에 미안하다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사과를 받자는 것이 아닌데. 걱정 반이 걱정만이 떠올랐다.
'차우'는 이동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장 부유한 그 친구가 이동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귀찮음을 피하려는 방법'으로 인정하는 셈인데, 바로 집앞에서 문을 두드리기가 미안하고 동네 소란할 것 같아서 '차우'의 홈스테이에 전화를 걸어 그를 깨워달라고 부탁하는데 20여 분이 흘렀다. '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래도 새로운 곳에 함께 데리고 가겠다는 마음에 셋이서 차의 시동을 켜놓고 마냥 '차우'의 홈스테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도 또 20분이 흘러서 초미니 슬리퍼에 양말도 신지 않고, 노숙인 같은 몰골의 '차우'가 누런 치아를 보이며 나타났다. 행색을 보고서도 이내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치로'는 늦게 출발한다고 칭얼거리고, '오스틴'은 비용부담이 늘어났다고 볼멘 표정이다.
'순수함을 간직하기에는 우린 이미 나이가 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이끌어 가지 않으면 칼을 뽑고 무도 자르지 못하는 형국이 될 판이다. 나는 서둘러 가까운 주유소로 차를 돌렸다. 기름도 넣고, 혹시 캔자스 시티에 관한 도시 정보라도 얻고, 두 명의 동행자에게 출발의 의지를 굳히기 위해서.
주유소에는 사람도 없고 자동주유기와 음료수 자동판매기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오스틴'은 현찰이 없다는 이유로, '다치로'는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하자는 논리로 모든 결재를 나에게 미루었다. 내 카드로 기름을 잔뜩 넣었다.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 미국에서의 생활이라지만, 동행자 두 아시안은 전혀 지리적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주유소에서 정차하고 내비게이션을 이렇게 저렇게 조작해 보아도 오마하 시에서 400km 떨어진 '캔자스 시티'의 명소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고작 해야 100km 내외에 있는 명소만이 검색되고 보일 뿐. 우리에겐 그저 캔자스 시티에 도착해야만 그 도시의 명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스틴'은 그냥 무조건 출발하자고 하고, '다치로'는 이대로는 무리라고 주장하면서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언어상 완벽하게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빌미로,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안내책자가 있지 않겠느냐며 빨리 출발하자고 종용했다.
'언제 미국에서 차를 빌려서 다른 도시로 가보겠는가? '하는 나의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밀어붙이기 성공.
[한 시간을 달려도 변함없는 풍경, 나중에 생각해보니 고속도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표지판이 없거나 다르다.]
'다치로'는 오마하 시계를 벗어나고 네브래스카 주에서 아이오와주로 넘어가자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며칠 전 홈스테이 '데이빗' 아저씨와 함께 지도로 '캔자스 시티'를 보았던 기억을 상기했다. 왕복 800km, 편도 400km 그리고 평지라는 것. 툴툴거리는 어린 두 동기를 태웠지만, 혼자라면 자신 있게 출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감사
9시경에 출발한 차는 지평선만을 바라보며 세 시간을 달렸다. 겨울의 아스팔트 길은 얼어서 미끄럽고 바람은 차를 좌우로 흔들고..., 오가는 차가 점점 없어지고..., 오직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차는 달리고 있다.
[왜 미국인들이 지평선 사진을 안 찍는 지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디서 찍으나 사진이 똑같다.]
적막함을 참고 견디며 400km를 달려서 예상시간을 두 시간 넘긴 5시간 만에 캔자스 시티에 도착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라파헬 호텔(Raphael Hotel) 앞 거리가 확실하다. 도착이다.]
오후 2시, 셋이서 유일하게 생각해낸 장소인 컨트리클럽 플라자 (Country Club Plaza)에 도착해서 차를 세웠다. 늙었다는 생각은 아직 해보질 않았지만, 이렇듯 피곤함에 지친 경험이 없을 정도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 추워서 길은 얼었지, 운전은 혼자서 하지, 오가는 사람들은 없지..., 기진해서 도착해보니 눈에 광채가 돌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정말 잘 왔구나.' 나의 밝은 표정을 읽던 '오스틴'과 '다치로'는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돌아갈 길도 내가 운전을 해야 하고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항상 세 살 어린이같이 승리의 브이로 사진을 찍는 '오스틴']
[옥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 앞의 풍경이다. 어쩌면 아가씨들의 뒷모습이 똑같던지 셔터가 눌려졌다.]
쇼핑몰에 들러 안내문을 받아 들고 그제야 캔자스시티 지리공부를 시작했다. 1920년대에 생긴 이곳은 매년 1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뿐만 아니라, 캔자스 시티만의 특색있는 상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48번가(W 48th St.)와 니콜스 로드(Nicols Road)로 둘러싸인 14개 블록 지역의 180여 개 상점들은 대단위 쇼핑단지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상 주차장에서 내려다본 니콜스 로드, 길옆으로 스페인풍의 건물이 쇼핑몰이다.]
이곳 컨트리클럽 플라자는 스페인식 건축스타일이 전체 거리를 감싸고 있어서 오마하와 같이 삭막하고 개척시대 같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정감 있고 따뜻한 느낌이 들을 만했다.
운 좋게 미국 4대 바비큐 중의 하나라는 캔자스시티의 잭 스택 바비큐를 맛보게 되었다.
식당의 이름은 피오렐라의 잭 스택 바비큐 (Fiorella's Jack Stack Barbecue). 이곳에서도 원조를 주장하는 식당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가 찾은 식당은 제대로 찾았음이 분명하도록 바비큐 맛이 일품이었다. 손바닥보다 더 큰 돼지갈비가 엄지손가락 크기의 감자튀김과 어우러져 오이 절임을 간간이 씹을 때면 서울에 있는 두 아이 생각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 참으로 달고 맛있는 점심을 먹은 셈이다.
그런데 늦은 시간에 푸짐한 점심은 발에 모래주머니를 채운 격이다. 옆좌석과 뒷좌석의 승객 두 분은 짬짬이 운행 중에 피로를 푸셨지만, 나의 피곤은 집중적으로 다리와 머리로 몰려왔다.
여전히 음식값 계산은 나중에 몰아서 하자는 얘기로 혼자 감당을 했지만, 기름 값이며 식사 값이며, 중간에 길가에서 쓴 돈이며, 영수증을 챙기려고 쑤셔넣은 바지 왼쪽 주머니는 두툼하게 불러오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서울에 있는 아내의 핸드폰에 통보가 되는데, 의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밖으로 나오자, 다시 쇼핑가의 생동감 넘치는 색감과 물건들이 나의 기력에 힘을 넣어주는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 상점 이곳저곳에서 물건들을 보았지만, 유일하게 쇼핑한 것은 $20짜리 수제 파나체(Panache) 초콜릿. 매일 저녁때 손톱만큼씩 떼어 입에 넣고는 눈을 감고 혀로 휘감으며 황홀하게 초콜릿 맛을 보는 홈스테이 '코니' 아줌마에게 드릴 선물로 산 것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와서 이곳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지난 한 달간의 지출을 어림잡아보니 계획도 없이 즉흥적인 지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줄 기념품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다가는 그냥 내려놓고 말았다.
관광안내도를 보고 딱 한 가지 합의한 방문지는 국립 1,2차 세계대전 박물관, 거의 내 주장이었지만.
정식 명칭은 내셔널 월드 워 뮤지엄(National World War I Museum과 National World War II Museum).
1, 2차 세계 대전에 관한 박물관이 어른 키 두 배만큼 높은 철재 문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관객을 맞이한다. '다치로'의 선배들이 전범인지라, 조금은 조심스러웠지만, 전쟁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른 미안한 감정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했다.
이곳에서도 시니어를 만날 수 있었다. 존(John)이라는 이름의 안내원.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특히, 일본인인 '다치로'를 알아보면서 관람 의향을 재차 묻는다. "너희 나라에는 불리한 방식으로 전시되어 있을 수 있는데 괜찮겠냐?"라는 것이다. 친절한 사전안내와 '다치로'의 용인으로 관람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참으로 악랄하게 만들어진 전쟁 무기와 이에 따른 산업의 진화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물들의 보전상태나 당시의 생활상까지 낱낱이 볼 수 있어서 교육적인 의미로도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오후 네 시 반. 점점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오마하로 돌아가자.
관람하기 위해 한 시간여를 걸은 것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차에 올라서서 출발에 앞서서 내비게이션의 위성수신을 감지했다. 나에게 직접적인 불만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세 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왜 다섯 시간이나 걸렸는지 궁금해할 것으로 직감했다.
캔자스시티 도심을 벗어나면서 멋지게 조화를 이룬 괜찮은 도시의 풍광을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하룻밤을 이곳에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현대와 근대의 조화가 멋들어지고, 재즈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그래서 바비큐 한 접시로 이곳을 맛보는 것은 그 먼 길까지 온 것이 아쉽지 않은가? 동의에 재청 삼청이다.
그런데 '다치로'도 그냥 오마하로 가자고 하고, '오스틴'도 그냥 오마하로 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유를 캐물으니, 한결같이 돈이 없단다. 돈이 없다고? 돈도 한 푼 없이 내 주머니만 믿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자동차 연료비부터 시작해서 점심값 그리고 박물관 입장료까지 다 내가 미리 지불을 하고, 거기에 캔자스시티에서의 숙박비까지 부담하게 하려니 미안했나보다.
"치사하게 보일지 모르나 계산은 분명히 밝히자. 출발 전에 약속대로 자동차 연료비는 너희 둘의 부담이고 나머지 모든 경비는 1/3로 계산하는 거야."라도 확신을 주었다. '오스틴'이 현금인출기에 여러 차례 갔다 오면서 현금카드에 돈이 없다고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후의 대책도 없는가 보다. 나도 유학생인데 적선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를 옆에 두고 자꾸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틀어버린다.
미국 내비게이션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집으로 갈 길을 정해 놓으면 빠르고 안전한 길을 찾아주는 것이 제 기능인데, 아무래도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다. 동행자인 '오스틴'과 '다치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고, 그저 돈 없이 캔자스시티까지 온 미안함에 눈만 껌벅거리며 차창만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가기 위해 기름을 넣고자 주유소에 들렀을 때, 내비게이션의 프로그램 설정을 하나씩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한 화면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맞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아뿔싸'. 내비게이션의 안내 화면에서 빠른 길 선택함에 있어서 '고속도로 회피하기', 유료도로 회피하기'로 설정된 것이 아닌가? 갑자기 오마하에서 캔자스시티로 오던 길이 떠올랐다. '맞아, 그 길들은 고속도로가 아니었어". 나의 직접 과실은 아니었지만, 돈 없이 따라왔다고 미안해서 침묵하는 두 동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돈은 어차피 받을 테고,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바비큐 먹고, 박물관 한 곳 들러서 되돌아가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두 시간 돌아서 왔다는 나의 실책에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 설정을 '고속도로 선택', '유료도로 선택'으로 바꾸고 집으로 향해라 했더니, 갑자기 내비게이션은 오던 길로 되돌아가라는 지시가 들어왔다. 팽그르르 지도를 그리더니, 다섯 시간 남은 거리가 갑자기 세 시간 남은 것으로 표시되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조작하는 것을 지켜보았던 '오스틴'의 눈이 오마하 황소 눈알만큼 커졌다. "세 시간 밖에 안 걸린다~!" 뒷좌석에 앉았던 '다치로'가 정색을 하면서 축하한다는 말로 환호했다. 이런 일로 우리 셋은 화해의 길로 접어들었다. 모두가 서로 실수한 것을 통해서 화해된 셈이다.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시속 100마일을 넘나들 정도로 한산하고 길이 좋았다. 제한 속도는 시속 80마일이 표시된 곳도 있었지만, 위험한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차가 아주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비와 진눈깨비가 뒤섞여서 시야를 가리기도 했지만, 400km 되돌아 오는 고속도로는 3시간밖에 걸리질 않았다. 휴게소에 들러서 저녁이라도 함께 하자는 내 제의를 두 친구는 굳이 오마하에 도착해서 하자며 거절했다. 그나마 돈을 쓸 때마다 이 친구들은 미안했던 모양이다. 내가 사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니, 정작 운전하면서 배가 고픈 나의 의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동영상, 진짜 고속도로로 되돌아오는 길]
저녁 여덟 시, 오마하에는 진눈깨비로 도로가 진죽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퍼스트내셔날은행과 퀘스트센터가 눈에 들어오는 미주리 강을 건너면서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작은 성취감에 피곤도 사라진 것 같다.
비록 가는 길을 두 시간 더 걸려서 도착했지만, 그 시골 풍광을 내비게이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찾아갈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끝내 캔자스시티에 잘 도착하지 않았나? "미국에서 두 여자의 말만 믿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는 충고가 다시 떠올랐다.
'아내와 내비게이션' 두 여자의 말을 충실히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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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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