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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Publication

[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26] 오후 3시가 되니 갑자기 학교는 휴업상태 돌입, 눈폭풍이 몰려온단다.

by Retireconomist 2011. 7. 1.

바람, 기온, 눈.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이곳에서는 '바람'이 가장 무섭다고들 한다. 하기야 영하 40도로 떨어지는 그 추운 날씨에도 하수도 동파사고 방송을 본 적이 없다. 기온 강하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다는 뜻이리라.

"후드 티셔츠가 왜 필요한지 아나?" '데이빗' 아저씨가 나에게 알려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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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는 UNO 학생]

그러고 보니, 이곳 사람들은 할머니건 할아버지건 어린이건 후드 티셔츠를 정말로 즐겨 입는다. 청바지에 후드 티셔츠면 모든 것이 오케이란다. 무슨 얘긴가? "이곳 기온의 변화는 정말 빨리 변하는데, 기온이 10가 오르내리는데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단다. 특히나 대평원이기 때문에 기온이 변하고 날씨가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관측하는 기술은 매우 발달하여 있지만, 지형적인 특징으로 말미암은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처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후드 티셔츠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급격한 온도 하락 시에 모자를 덮어쓰면 목까지 덮어서 위기는 일단은 모면할 수 있고, 다시 날씨가 좋아지면 바로 모자만 걷어 올리면 손에 아무것도 더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다." 후드 티셔츠 예찬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이곳의 기온변화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 후드티셔츠를 입어야겠다.

"날씨가 좋다고 기뻐하지 마라, 곧 날씨가 나빠질 것이다. 날씨가 나쁘다고 걱정하지 마라, 곧 날씨가 좋아질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즐겨말하는 '인생지사 새옹지마'와 같은 경험이 묻어나는 속담이다.

2011년을 기념하는 블리자드가 완전히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기분이다. 얼굴을 바깥 공기에 노출시키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한다. 바람, 눈, 찬공기 그중에서 찬 공기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인지 이곳에서는 수도 동파사고는 뉴스에서 볼 수가 없다.

어제 교회에서부터, 저녁식사 초대 자리에서도 블리자드(Blizzard, 눈폭풍)가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오늘 뉴스를 틀어놓고 등교준비를 하다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뉴스에 시선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곳의 얘기도 아니고 이곳 인근의 동쪽 시카고에서부터 서쪽의 덴버까지 온통 뉴스는 블리자드 공포가 서서히 엄습하는 것 같다.

소식통으로 알려진 '셉'이 아침부터 오늘따라 '일기예보' 뉴스를 전해준다.

수십 명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유학생들이 학교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정보가 닿을 수 있어 지금처럼 혼란스러울 때는 여간 좋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뉴스를 보았느냐는 아침 인사에 서로들 그 뉴스의 진실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바람도 그렇게 심하게 부는 것도 아니고,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변하면 얼마나 빨리 변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험이 없어서 믿음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느끼면 이미 늦었다."라는 것은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점심때가 되면서 '셉'의 전화통은 불이 나기 시작했다. 오후 수업이 휴강된다는 소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도가 더해져 가는 것이다. 급기야 오후 2시에는 휴식시간에 복도에 있는 많은 학생이 몰려들면서 소식의 근원지와 확실성에 대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부호의 자제분들이 가장 정보 접근에 쉬운 편이었다. 워낙 통신비가 비싸다 보니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파산을 자초하는 일에 가까웠다. 오후 수업 중 '에드퀸' 주임교수가 갑작스럽게 강의장에 들어왔다.

"자, 모두 당장 집으로 가세요. 도서관도 학생회관도 문들 닫습니다. 괜스레 쇼핑몰에서 시간 보내실 생각 마시고 일단 모두 집으로 가세요. 내일 학교는 오전 10시에 엽니다. 이상"

후다닥, 이렇게 우리는 피신하듯 학교를 떠나 홈스테이로 향했다.

눈폭풍으로 갈 곳이 없어졌다. 홈스테이로 피신해서 TV만 뚫어지게 보았다.

아침 뉴스와 등꼿길을 간단하게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겪지 못한 공포감만 몰고왔다.


[아침 뉴스와 등교길에서 블리자드에 관한 동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이틀간의 생활을 한 번에 실어 본다.

미국 생활 살림 한 가지가 늘어났다.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거금 $135를 썼다.

위험을 회피하고자 네비게이션을 구입하다
[베스트 바이(Best Buy)라는 매장에서 NUVI 1300이란 모델을 샀다. 이 녀석 도움이 되겠지!]

겁 없이 주소 하나와 구글맵만을 믿고 3주 동안 오마하시내를 돌아다녔다. 험한 날씨와 어딜 가나 비슷한 지형은 더는 모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거금 $135를 주고 내비게이션을 샀다.

아마도 이를 계기로 더 많은 곳을 탐험하지 않을까 하는 발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수시로 눈폭풍이 불고 휴교하는 상황이고 보면, 겸손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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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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