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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Publication

[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24] 일에 방해된다고 홈스테이에서 쫓겨나고, 일일 관광 가이드가 되다.

by Retireconomist 2011. 6. 20.

외국 현지에서 본사 직원을 맞이하는 기분은 아마 현재의 내 기분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나도 외국에서 본사직원을 맞는다. 이메일을 통해서 박병희 팀장이 인천을 떠났고, 시카고를 거쳐서 오마하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속속 확인되었다. 오늘 오후에 도착하면 어떤 일정을 보낼지 이미 계획이 수립되었다. 우선 호텔로 모셔가서 짐을 풀고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히고,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에 퀘스트센터(Qwest Center)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시키고, 내가 다니는 대학 구경을 시켜 준 다음, 다시 호텔로 안내하는 것.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경로와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경로를 꼼꼼히 찾아보았다. 문제는 호텔 부근이 교차로가 많고 차선도 복잡하게 얽힌데다가 지난번 길을 잘못 들어 북쪽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폭풍설에 고생했던 곳이라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의 사항까지 되뇌었다. 아직 내비게이션이 없으니 조심 또 조심. 길은 아직 빙판이다.

아침을 챙겨 먹으러 1층에 내려가니 '데이빗' 아저씨가 내 아침까지 준비하고 게신다.

"헨리, 네가 오늘 나에게 숙제를 주는 날이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내가 토스트와 커피를 준비했으니 너는 숙제가 무엇인지 가지고 와라!" 언제 전달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데이빗' 아저씨의 관심에 바로 내 방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내려와 녹화 DVD를 연결했다. '코니' 아줌마도 토요 늦잠을 포기하고 내 숙제를 위해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그분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다름 아닌 '2분 연설'을 보고 그 평가서를 작성해서 '메리 펫' 교수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홈스테이는 학생들을 받기 이전에 대학에서 사전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었던 터라, 어느 시기에 어떤 과제가 나오면 어떻게 행하여야 한다는 그 어떤 사전에 짜진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가끔 '에드퀸' 주임교수가 '데이빗' 아저씨의 안부를 나에게 묻는 것도 그러한 관계라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평가 내용을 적을 볼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부산스럽게 오가는 사이, 두 분은 심각하게 나의 '2분 연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숨죽이며 두 분의 얼굴만을 번갈아 보면서 반응을 살폈다. 나의 '2분 연설'은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나와 연관시켜 2분간 발표한 것이었다.

"헨리, 우리 평가하는데 방해가 되거든, 우리 평가하는 중에는 잠시 다른 곳에 있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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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나를 밀쳐내고 두 분이 심각하게 나의 '2분 연설' 비디오를 시청한다. 일이 커졌다.]

'코니' 아줌마가 냉정하게 평가하는 동안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잠시 뒤 '속닥속닥'의견을 나누더니 '데이빗' 아저씨는 평가서를 작성한 노트와 볼펜을 가지고는 주방 옆 작은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어 심각하게 평가서를 적기 시작했다. 평소의 완벽한 성격을 반영하듯, 실수가 있었던 첫 번째 노트를 완성본으로 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종이에 평가 내용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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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아저씨가 내가 내준 숙제를 하고 있다. 비디오에 담긴 나의 '2분 연설' 비디오를 보고, 미국인인 자신이 느낀 감상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숙제는 '메리 펫; 교수에게 전달된다. 마치 헤밍웨이가 소설을 쓰는 모습 같다. 사진기를 들고 '데이빗' 아저씨 주변을 얼쩡거리는 나에게 직격탄이 날아왔다.

"헨리, 한가한가 보다. 시간이 걸릴 테니 오늘 공항에 갔다 온다고 했지? 다 마치면 네 방앞에 둘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이번에는 '데이빗' 아저씨가 오히려 나서서 평가에 방해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너, 집에서 나가'라는 뜻이다. 갑자기 소외된 기분이 들었지만 공감하는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쫓겨났다.'고 과민반응하고 있나?

홈스테이에서 쫓겨나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길도 익힐 겸, 차를 몰고 길로 나섰다.

오늘 날씨가 끄물거리는 모습을 보아 조만간 큰 눈이 내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발 박팀장이 오마하에 있는 기간에는 기상문제로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눈폭풍이라도 불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호텔까지 서쪽으로 닷지로를 향해서 달려서 호텔 앞을 확인하고는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에플리 공항으로 향했다.

정확한 시간에 박 팀장을 태운 비행기는 착륙했고, 나는 감정은 떨렸지만 의연하게 박 팀장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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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들을 기다리는 곳, 내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데이빗'과 '코니' 아줌마가 날 기다린 곳이다]

속으로는 3주 만에 만나는 한국인에 한국말을 사용한다니 엔도르핀이 확 온몸을 감쌌다. 홈인스테드 본사에서 환영을 나오겠다고 했지만, 내가 능히 안내할 수 있다고 자신한 만큼 불편 없이 안내를 할까? 짐을 싣고 공항 주차장을 여유롭게 빠져 나와서, 오마하 중심가인 닷지로를 지나고, 그 가운데 차를 돌려 내가 묶는 '홈스테이'도 보여주는 등 여유롭게 호텔까지 안내를 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무사히 박 팀장을 호텔까지 안내했다. 아마 나의 주관적 생각이겠지만.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오마하의 자랑인 '고랏츠 스테이크 하우스(Gorats Steak House)'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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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30여 분간을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자주 가는 식당임에도 주변은 너무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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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팀장도 기대하고 있던 곳이라며 이곳의 명소 식당을 반기는 모양이다.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도 특유의 맑은 웃음이 온몸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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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t's T-Bone Steak House로 박팀장을 안내했다. 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른 저녁을 먹고, 오마하의 가장 큰 오락거리인 아이스하키장으로 갔다. 또한, 아이스하키장에 모시고 가는 것이 가장 큰 접대라는 사실도 빼 놓을 수가 없다. 오늘은 마치 내가 현지인이 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자연스럽게 안내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몇 년 살던 사람같이 행동하는 나 자신의 변화에 대견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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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브릭스 마스코트가 박 팀장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알았을까? 서울에서 방금 도착한 손님이란 것을?]

UNO_IPD_21_57_29th_Jan_Sat_9497[빨간 물결 속에 박팀장이 서 있다. 오늘만큼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외롭지 않다. 둘이나 되니까]

UNO_IPD_21_57_29th_Jan_Sat_9502[관객이 흐른다.]



[서울에서 관객을 모셔왔는데, 오늘 UNO 팀은 지고 말았다. 그러나 경기 그 자체는 항상 재미있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끝나고 박팀장을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고, 홈스테이로 돌아왔다.
방문 앞에는 '데이빗' 아저씨가 손을 적은 나의 '2분 연설' 평가서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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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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