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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유학 다녀오기-25] 오마하에서도 '장수사진' 봉사의 기회를 갖고, 또 다른 '데이빗' 초대받다.

by Retireconomist 2011. 6. 21.

오늘은 특별히 카메라 점검이 필요한 날이다. 나의 미국에서 첫 '사진봉사'가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눈폭풍으로 교회를 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오마하 한인 장로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발끝에 걸리는 카메라가 번뜩 무엇인가 기회가 이때다 싶어서 이 목사님께 글을 남겼었다.

"물론 요즈음처럼 카메라가 흔한 세월에 사진 봉사가 도움될 것 같지는 않지만, 한국에 있을 때 수백 명의 어르신 장수사진 봉사 경험도 있고, 혹시나 제가 도움될 수 있다면 제가 오마하에 있는 연수 기간에 사진이 필요한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오늘이 약속한 그 봉사의 날이다.

어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카메라가 혹사했지만, 중요한 사진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서 장비점검을 철저히 해야 했다. 카메라 또한 짐인지라, 챙겨다니는 것이 부족함이 많은 나는 카메라 렌즈 뚜껑을 결국 찾지 못하고 홈스테이를 떠나 박 팀장이 묶는 윈드밀 지역에 있는 호텔로 서둘러 달렸다.

큐 도로(Q Street)에 있는 교회는 아담하고 원뿔형으로 하늘을 향한 첨탑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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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앞에 서 있는 박 팀장,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오마하 한인 장로교회다. 1층 식당, 2층이 본당 ]

박 팀장과 함께 교회를 찾으니, 마치 내가 이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익숙하게 안내를 하게 된다. 신기하고 머쓱한 일이다. 평상시 나의 모습보다 더 친절한 태도로 다른 이들에게 인사하고 안내하는 모습에 놀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안내자가 되어서 교회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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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풍경이다. 오른쪽으로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가운데 교회 깃발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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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도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건송 목사님은 구정을 기념하여 한복을 입고 예배를 이끄셨다.]

예배시간 내내, 무슨 감정에서 터져 나오는지. 이 목사님의 설교에 또 나는 울고 말았다.

오늘 설교는 열등감에 관한 내용이었다. 정말 나를 두고 하시는 설교 같았다. 남들이 보면 정말 번듯한 것 같지만, 내 가슴속에는 수 백층의 열등감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데, 나 자신에게도 감추었던 그것을 건드리신 것이다. 아마도 누구나 인간이라면 갖고 있을 열등감,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서 감추고 지내는 줄 알고 있지만, 하찮고 누구도 관심 없는 나 자신만이 생각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반성에 또 목이 메었다.

일요일에만 학교 개근하듯 출석하던 나에게 큰 변화가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예배와 마찬가지로, 예배가 끝나도록 내내 눈물이 철철 흘러 넘쳤다. 찬송을 부를 때면 콧물과 눈물로 목이 잠겨 숨이 거북했고, 옆에 앉아서 예배를 보는 박 팀장의 눈치가 살펴지듯 예배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괜한 열등감에 박 팀장의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은 아닌지.


[교회에서 예배 시간동안 잠깐 찍은 동영상]

오마하 한인 장로교회에서 미리 구정을 맞이하다.

예배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흐르는 눈물이 일단 멈추었다. 구정을 기념하기 위해서 색동옷을 입은 어린아이들로 교회 식당은 만원이었다. 한국어로 예배를 보고 영어로 통역이 되는 상황에서 상상했듯이, 중심은 한국인이었지만, 미국인과 한국인이 동시에 예배를 보고 친교를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이 그래로 식당에서 열린 세배에서도 확인되었다. 이곳에서도 세배와 세뱃돈이 그대로 풍습으로 남아있다.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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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를 하려고 기다리는 아이들, 앞에는 장로님들께서 절을 받으시는데 세뱃돈이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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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많은 사진을 찍었으나 어린아이 초상권 때문에 게재를 자제한다.]

이곳에선 딱 두 분의 시니어 만이 정식 '장수사진' 봉사대상이 되어주셨다. 다른 분들은 내가 가지고 간 카메라의 크기 때문에 가족사진을 부탁하셨다. 그나마 장로님 가족 등 모두 대여섯 가족이 전부였다.

'김' 여사님 부부가 나의 제대로 된 '장수사진' 쵤영에 응해주셨다. 보너스 사진도 두둑하게 찍어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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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김'이라고 성만 가르쳐주신 분, 한국에서 결혼하여 미국에서 사신지 오래되었지만 다행이 사진이 없으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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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여사님. 얼굴을 작게 찍어달라는 주문을 여러번 하셨지만 만족하실 정도로 찍어드리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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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랜만인가? 한국 음식들. 무엇보다 김치맛이 좋았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휴식이 필요한 박 팀장을 호텔에 내려놓고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을 읽어야 하는 압박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쪼개서 생활해야 이곳 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터득해 가는 것일까?

저녁때 박 팀장을 다시 만나, 초대받은 젊은 '데이빗'의 집으로 향했다.

저녁때 박 팀장을 다시 만났다. '데이빗'이 저녁 초대를 하여 박팀장과 함께 가기로 했다. 달랑 주소 한 줄을 받았지만, 떠나기 전에 대학 도서관에서 행선지를 확인했다. 박팀장이 묶고 있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가는 길가에서 '데이빗' 가족에게 줄 초콜릿을 샀다. 발렌타인데이가 그리 멀지 않았고, 딱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젊은 '데이빗'의 아내 '티파티'는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서 본 적이 있으니 그리 어색하지 않으리.

젊은 '데이빗'의 집, 10622번지. 단번에 찾아왔다.

그래도 밤이고 개인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다. 문화적으로도 다른 데, 이것도 이곳에서의 과정 중에서 큰 공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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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큰 집이었고, 세련되게 관리되고 있었다. 내가 홈스테이하는 곳도 '데이빗'의 집인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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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리를 '데이빗'이 직접 준비했다. 홈인스테드 본사 직원으로 우리는 3년 전부터 업무상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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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저씨들도 요즈음은 요리를 잘한다고 하던데, 나는 이렇게 '데이빗'이 요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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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요리, 정말 값지고 맛있는 요리를 접하게 되니 놀랍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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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아들 '맥스'가 찍은 사진, 맨 왼쪽이 데이빗(David Mainellie), 오른쪽이 앤디(Andy) ]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데이빗'이 조용히 나를 따로 부른다.

 '헨리, 여기에서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은 죽음의 문턱에 스스로 다가서는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야, 내일이라도 꼭 내이게이션을 사도록 해. 이건 친구로서 불편을 무릅쓰고 해주는 충고야, 제발 부탁이야"

이제 나의 오마하 만용도 막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젊은 '데이빗'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배도 보고 단란한 가족을 보고 하니, 서울에 있는 가족 생각이 났다.

돌아오는 길, 박 팀장을 다시 호텔에 떨어뜨려 놓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가족' 생각이 문뜩 났다. 구정이 다가오고, 아들 녀석도 대학교에 합격했다는데, 멀리서 소식만 전해듣자니 찡하게 '한국'이라는 단어가 가슴 한가운데로 밀려왔다.

이곳 저곳으로 하루를 보냈지만, 마지막을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리를 뜨면서, 지치지 않고 이곳 생활을 잘 지탱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계시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았다. 하지만 춥고 바람불고 눈 내리는 오마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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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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