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아서는 '2분 연설'의 피로 후유증이 2주는 족히 갈 기분이었으나 아침이 되니 곧 잊고 말았다.
학교는 어제의 격정을 모두 잊은 듯 평온했다. 오히려 금요일이어서 더 차분해진 듯싶다.
오늘 오전 강의는 '메리 펫' 교수의 '비즈니스 관리 실무(Business Management Practices)' 강의가 있는 날. 비교적 실무 경험이 많은 우리를 의식했는지 새로운 강의안을 제시해야 겠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우리 앞에 새로운 강의계획이 제시되었다.
그 새로운 강의안에 있어서 핵심적인 내용은 '리더십(Leadership)'이었다. 과연 지도자는 어떤 자질과 역량과 어떤 품성을 가져야 하는가?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고, 어떤 행실로 조직의 가치를 더할 것인가를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부분의 일치된 추측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지도자'인 여러분에게 '지도자'의 길을 가르침이란 무의미합니다."
'메리 펫' 교수가 이렇게 비겁하게 자신의 자리를 미룰 것이라는 생각은 처음 들었다. 경력이나 실력이나 학력 등 과거에 해당한 것을 모두 무시하는 이곳 교수의 태도가 오늘 처음으로 바뀐 것을 무슨 연유일까? 한 20일 지났으니 슬슬 가볍게 가자는 의도이고 강의 자체를 편하게 가려하는 저의가 무엇일까?
"이미 '지도자'인 여러분에게 '지도자'의 길을 가르침이란 무의미합니다."라고 우리 모두를 공중부양시켜놓은 일성으로 시작해서 "스스로 더 멋진 지도자로 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다만 지켜봐 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찬찬히 풀어놓는다. "저는 10년 넘게 '2분 연설'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어제는 그 10년 동안 가장 훌륭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구성뿐만 아니라 태도와 자신감이 충만한 발표를 들었을 때, 너무 감격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마지막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분의 실력을 복습하는 일이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바꾸어 시행하려련 강의계획서를 또 다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잔뜩 칭찬받는 분위기가 우리에겐 너무 어색한 상황이었다. 아직 한국에서와같이 맑은 정신과 의식이 돌아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일이 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강의계획서가 우리 앞에 기다리는 것일까? 이른바 자율 강의계획서가 앞에 떨어졌다.
'메리 팻' 교수는 '레이' 교수와는 달리, 몰라도 미안하지 않고 마치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도록 하는 것 같은 묘한 방법으로 수강 분위기를 조용조용 이끌어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음 시간부터는 지금까지 수많은 '지도자'론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각자 '지도자'론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것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일순 침묵과 부담이 거대한 폭풍우처럼 다가왔다.
"오늘은 여러분이 준비가 안되었을 테니 관리(Management)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관리라는 것은 계획(Plan)하는 것이고 조직(Organize)하는 것이고 지휘(Direct)하는 것이고 제어(Control)하는 것입니다.
- '계획(Planning) 은 목표와 목적 방법과 요구되는 자원들을 잘 운영함으로써 의무와 과업의 완수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한다.
- 조직화(Organizing)는 조화롭고 행동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조율되어야 하고, 최선의 가능한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업무 추진과정을 논리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휘하는 것(Directing)은 앞에서 이끌며, 조언하고, 목표와 부하의 훈련과정을 이끄는 것이다. 또한 팀의 업무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고, 방향에 따라나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 제어하는 것(Controlling)은 가치 증진을 위해 반응을 수집하는 것이고, 지켜보고, 시스템과 과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방법을 다시 점검하며, 직원의 요구 사항을 파악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관리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무엇인가를 빼먹거나 회피한다면 이미 관리자가 아니다.'
이렇게 자분자분 친절하고 상냥한 '메리 펫' 교수는 이날부터 '주말 악녀'란 별명을 갖게 되었다.
상냥한 미소 뒤에는 산더미 같은 주말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던져 놓은 것이다. 나는 단박에 책 하나를 생각해 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영어로 된 책은 'Good to Great' 번역된 책을 구할 수도 없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원서로 책을 읽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영어사전도 뿌리치고 왔건만, 영영사전으로 과연 경영서를 모두 정복할 수 있을까?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제목의 책은 지난 2002년 테스크포스 팀에서 3개월간 회사의 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참조했던 책이었다. 저자는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세계적 석학이자 경영의 영적 스승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후에 나는 그가 꼽았던 글로벌 베스트 기업들이 이 책을 출간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처참히 무너지고 소멸하게 되었는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콜린스가 꼽았던 '위대한 기업', 강하고 위대한 기업들은 왜 몰락하는가, 몰락을 미리 감지하고 피할 방법은 없을까,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기까지 기업은 어떻게 무너져 가는 걸까, 어떻게 하면 몰락의 길에서 벗어나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까?하는 더 넘어선 답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도 생겼다.
어디서 번역본이라도 구하면 주말에 꼬박 읽을 수 있겠지만, 그 책을 넘어서 또 다른 해법을 찾고, 서울에서 박팀장이 출장을 온다고 했는데 '오마하 시내관광'도 시켜주어야 하고, 원서로 된 그 책을 어느 시간 동안에 다 읽느냐 하는 걱정도 따라왔다.
['차우'가 작정하고 찍어준 나의 모습, 그가 가진 좋은 장비로 흔들리는 사진만 찍어 주었다. 아쉽다.]
각자 마음에 뭔가를 품었겠지. 오늘은 금요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의 날인데' 즐기러 나가자.
오전 강의가 끝나고 '캐피탈 코드'라는 학생 집단 주거시설에 있는 '오스틴'이 만들어준 '신라면'으로 힘을 내고, 쇼핑몰이 있는 '본 모어'를 다시 찾았다. 잠깐 '오스틴'을 짚어가자면, '오스틴'은 한국인 유학생이다. 그래서 개인 신상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그의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될 수 있으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생소한 브랜드 옷 집에서 나의 미국 유학기간 '대학'에 합격했다는 '아들'에게 줄 남방 하나를 샀다. 난 그런 아빠다.]
그리고 아이스하키장으로 갔다. 빨간색 점퍼를 입고 당당하게.
목이 쉬도록 응원했고, UNO 매브릭스는 4:0으로 완승했다.
[동영상: 15분간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곳 경기장이 내집 같이 편하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끝나고 귀가하는 관객들이 퀘스트센터로부터 밀려나오고 있다.]
동기들을 집에 한 명씩 내려다 주고 홈스테이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내일의 일기예보에 관심이 갔다. 내일이면 서울에서 박 팀장이 일주일간 오마하에 출장을 오기로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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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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