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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080] 시니어들이 유독 손실이 많은 다섯가지 이유.

by Retireconomist 2008. 12. 15.
 지난 금요일 C일보의 경제부 기자께서 시니어들이 펀드투자에 대해서 손실을 많이 보고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으셨습니다. 말로는 충분히 설명을 드렸지만, 오늘 아침에 보도된 기사로는 충분히 모든 내용이 설명되지 않은 것 같아 통화중에 나누었던 얘기를 이번 칼럼으로 올려드릴까 합니다. 아래의 다섯가지는 모두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꼭 시니어에만 국한된 내용도 아니지만 참고하실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니어들이 유독 손실이 많아 보이는 다섯가지 이유

첫번째, 시니어들의 마음은 아주 배려심 높은 갈대이십니다. 

워낙 세파를 겪어 왠만한 풍파에는 결코 흔들리지는 않으시는 강단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그 누구도 반대하거나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할 때 신중하시고 가벼이 금융기관을 방문하지도 않으십니다. 물론 결심이 서셨지요. "이것에 가입하겠다."라고

그런 결심으로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반가이 맞이하는 금융기관의 직원들과 마주하면서 배려심 높은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그러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요즈음 능란한 금융기관 직원은 그저 가입신청서에 기재사항만 확인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드디어 심문이 시작되지요. 어디서 생긴 자금이세요? 어떻게 쓰실 작정이세요? 다른 투자는 어디에 하셨어요? 그리고 정해 오신 상품은 어던 이유때문에 결정하셨어요? 이정도의 질문에 줄줄이 답변을 하시고는 후회스럽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상품이 있어요."라고 하거나 "그것보다 유리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요라고 하면, 집에서부터의 결심이 단박에 무너지십니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유리'하다는 것 뿐인지도 모릅니다. 시니어 본인이 가입하려 했던 상품이 아닌, 잘 모르는 다른 상품만이 통장에 찍혀있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 사후에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안내 받지 못하면 결국 아픔으로 연결되기 쉽지요.

두번째, 금융기관의 수준 높은 세심한 배려(?)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금융기관이 시니어들의 대화수준이나 통상적인 대화수준을 MBA 수준으로 높게 잡고 있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가운데 상품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어렵게 만들었고, 거기에 외래어까지 섞어 놓으니 들고 아무리 읽어보아도 제 뜻을 모르고 가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시니어들의 배려까지 겹쳐서, 모르는 것을 자꾸 알 때까지 물어보아야 한다고 알려드려도, 미안해서 그냥 안다고 수긍하는 경우에 감당못할 상황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모른다고 하면 지식수준을 의심받을까봐 몰라도 알고 있다고 시니어들께서 양보하도록 만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담하고 가입하면 1시간, 상담없이 가입하면 30분이 지난해 연말 묻지마펀드 가입풍경이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금융기관의 배려의 모습이 참 특이했었습니다.

자세히 알려주는 직원의 공을 생각해서라도 왠만큼 듣다보면 시간도 지체되었고 기다리고 있는 다른 손님들 의식을 하게되니 자연스럽게 날인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 경우 쌍방과실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만, 어쨋거나 불완전판매, 즉 고객이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한 채 가입하는 거래 환경은 조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번째, 상품설명서나 시황안내 등이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어렵기는 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충격적인 것은 직원들의 자기고백이었습니다. 본인도 상품구조를 모르는체 상품을 팔았다는 상상하지도 못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직원이 100점으로 상품을 이해하고 판매했다고는 이해하지 않았지만, 양심선언하듯이 회사가 지시하는데로 판매했지 내용을 몰랐다는 자기고백을 하고 있으니, 믿고 투자한 고객입장은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특히 이번 펀드하락기때 은행이나 보험회사에 근무하시면서 펀드를 판매하신 분들이 곤혹을 많이 치루었다고 보여지는데, 처음으로 고객에서 소위 결과가 변동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한 경우로 급격한 시장악화로 손실이 컸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투자결과를 보고는 난감한 상황을 고객과 동시에 맞이한 것입니다. 직원들로서도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학력불문하고 일반인들에게도 물론이고 시니어분들에게도 펀드 상품들이 쉽지 않았고, 매월 투자보고서에 딸려온 시황자료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암호 투성이 문서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네번째, 아무래도 시니어분들이 순발력은 다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우여곡절 끝에 상품에 가입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을 확인하는 것은 친절한 금융기관 직원이나 주변에 박식한 분이 계셨거나 하면 상품의 정보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았다면,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시장 전체가 심각해졌다는 얘기를 접하기 전에는 실제로 투자결과를 바로 알지는 못하셨을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알았더라도, 그 사실을 금융기관 직원들과 상의를 했더라고 초기 하락기에 "손절매 하세요."라는 아주 냉정한 답변을 듣기 보다는 "기다려 보시죠?"라는 애매한 답변에 그저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렸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번째, 결과에 대응하는 방식이 평화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 앞에서 몸으로 시위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손실의 50%를 보상해주라는 판결에 불만이 있으신 분들도 계십니다. 다시 말하면 50%만 손실을 보도록 법이 보호해준 경우인데, 대다수의 손실을 본분들은 그저 바라만 볼 뿐 보상을 받아야 겠다고 행동으로 보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십니다.

길거리에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라는 말씀이 아니라, 투자운영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구제받을 길이 없는 현행법체계에서는 또 하나의 마지막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경우가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집단소송법같은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각자 각자가 소송에 참여해야만 잘못된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으실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시니어분들께서 온정적으로 사태에 대처하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니어들께서 가입한 상품이 유독 나쁜 상품만 권한 것도 아니고, 시니어들께서 가입한 상품만이 유독 손실이 많이 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금융상품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익과 손실이 나는데, 이 험한 금융상품에 함께 가입하시는 것은 불공정한 게임에 같이 출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대응방안을 생각해 봅니다.

이익무한대, 손실무한대 등과 같이 위험도가 극단적으로 노출된 상품에 대해서는 시니어분들에게 판매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하나 시니어만을 위한 금융상품 설명서를 별도로 만들어 - 예를 들면 한자한글 병행으로 그야말로 시니어 수준에 맞춘 설명서 - 제시하는 방법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 언젠가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그 사라진 '동방예의지국'이 친절한 금융기관에서부터 되살아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시니어들이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허튼 소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시니어분들이 더 많은 수익과 더 적은 손실로 투자에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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