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목은 Entrepreneurial Marketing(기업가적 마케팅)이지만, 번역된 제목은 『Inno-Biz 마케팅』이다. 이는 이노베이션과 비즈니스의 합성어로서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책 내용을 감안하여 벤처기업이 추구하는 끊임없는 혁신과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구개발(R&D) 개념도 비즈니스를 처음부터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R&B,D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이 책의 제목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한 벤처기업들의 성공이유가 기술력이 아니라 마케팅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흔히 “내 기술과 제품이 최고인데 시장이 이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는 시장도 모르고,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말이기도 하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고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벤처기업들이 충분한 마케팅 지식 없이 사업을 시작하여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
하이테크 기업과 마케팅 분야에 유명한 학자인 레오나드 로디쉬 교수와 인터넷 인큐베이터 회사인 idealab!의 부회장이자 벤처캐피털 투자회사의 설립자인 하워드 모건, 그리고 박사과정에서 조교로 있었던 애미 캘리안푸르 교수 등 3인의 공동 저술이다. 이 책은 철저히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면서도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창업한 벤처기업가와 구성원에게 적합하며, 학생들도 이 내용을 따라가면 벤처기업의 운영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포지셔닝과 목표시장 세분화가 관건
1장에서 저자들은 이노비즈 마케팅에 흐르는 핵심 개념으로 포지셔닝과 목표시장 세분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판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하도록 요구한다. 포지셔닝에 관한 이런 질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답하려면 우리 벤처기업의 차별화 역량과 지속적 경쟁우위가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와 비교하여 “우리회사의 차별화 역량이 이것이다”라고 했을 때, 목표시장의 고객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포지셔닝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포지셔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포지셔닝이 제대로 되었는가를 검토하고, 포지셔닝을 구축하기 전에 먼저 시장반응이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 한편 인터넷 환경은 회사이름에 서술적이고 많은 정보를 제시(예, etoys.com)해 포지셔닝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2장에서는 시장 반응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다룬다. 신제품 개념이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 및 제품아이디어를 설계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유통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벤처기업은 한정된 자원 때문에 아이디어 중 가능성이 높은 것을 개발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자원활용이 절대적이므로 구매의향을 측정하는 개념 테스트가 필수적이다.
벤처기업 제품가격 결정은 신중히
3장에서는 벤처기업의 가격결정을 다룬다. 가격결정은 벤처기업가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이자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일단 가격이 결정되면 가격을 내리기는 쉬워도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한 모든 가격 중에서 어떤 가격이 계획기간 내 최대의 이익을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즉 최고의 수익을 올리려고 높은 가격을 정하면 당연히 수익이 크겠지만, 각 가격하에서 예상되는 매출액을 추정해야 한다. 개별 가격으로 매출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판매시장 테스트 방법과 판매 전 테스트 방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웹은 여러 제품의 가격책정 테스트 수단으로 이용한다.
4장에서는 벤처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필요한 PR과 홍보를 다룬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치어리더처럼 게임 시작 전에 승리자가 됨을 보이는 방법이다. 어느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접근하여 벤처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PR의 순서는 기업 자체에 대해 이목을 집중토록 하고, 그 다음 제품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제품의 내용을 얘기하도록 한다. 머크사의 관절염 치료제인 ‘클리노릴’이 공중파를 타고 소개된 사례는 PR의 좋은 사례이다.
5장에서는 벤처기업이 하기 힘든 유통구조를 결정하는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는 벤처기업가에게 새롭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는 유통의 옵션을 생성, 평가하기 위한 개념 틀을 제시한다. 제품의 수명주기를 고려한 유통구조의 동태적 측면도 살피고 있다. 프랜차이징의 두 가지 관점 즉, 벤처를 위해 프랜차이즈를 도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벤처를 시작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구매해야 하는가를 살핀다. 직판과 같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관리지침을 제공한다.
참조처 선택이 제품출시의 성공조건
6장은 제품 출시가 주제이다. 초기 출시의 성공과 실패는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큰 액수의 차이를 보인다. 제품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한 방법 중 베타시험을 소개한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행하면, 고객의 피드백과 고객확보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성공적인 출시요건으로 가장 적절한 참조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웹에 기반을 둔 사업의 출시과정은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역시 소비자들이 그 웹 사이트의 각 부분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기 위해 시험, 검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7장에서는 벤처기업 판매원의 관리 문제를 다룬다. 판매원은 시장에서 제품을 포지션 시키고, 시장세분화의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 기여한다. 마케팅 믹스에서 판매원의 역할이 정해지고 나면, 그 다음 판매기능을 대리인에게 위임할 것인지, 직접 판매원을 고용할지 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고용선택에 대한 장·단점을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무인판매도 고려할 수 있다. 판매원의 규모, 배치, 조직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분석하여 판매원의 생산을 높이는 방법도 중요하다.
8장에서 다루는 판매촉진은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활동 또는 이벤트를 말한다. 이 장에서는 벤처기업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직접 마케팅 판촉, 바이러스 마케팅, 이벤트 마케팅, 게릴라 마케팅 등을 소개한다. 이런 기법들이 제품 포지셔닝과 목표시장 세분화의 결정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가능한 많은 판촉과 마케팅 대안을 개발하고, 잠재적인 추가수익과 비용을 검토하여 최적의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케팅 잘하면 채용과 자본도 저절로
9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벤처기업이 광고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효과적인 광고에 대한 이론은 많지만,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가에게 해당되는 광고이론은 많지 않다. 여기서는 캠페인의 평가, 사전평가, 테스트 전에 광고캠페인을 향상시키는 방법, 미디어 선택문제 등을 제시한다.
10장에서는 채용도 마케팅 문제라는 제목으로 채용과정에서도 마케팅 개념을 적용하여 최고인재를 고용하라고 요구한다.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라는 점을 인식시키면 잠재적인 채용 대상자들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채용시장 세분화, 바람직한 기업문화 구축, 채용시장의 접근법, 신규인력에 대한 보상패키지 설계 등을 통해 우수인재 확보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1장에서는 벤처기업이 외부의 자본을 유치할 때 최고의 지원군이 바로 마케팅이라 고 설명한다. 벤처기업들은 투자가들로부터 “당신이 선도투자가를 찾으면 내가 투자하겠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재무부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투자 발표회는 너무 구체적이고 건조해서 투자가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마케팅이 투자 발표회에 함께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주식을 팔기 위한 핵심적 역할들을 수행한다. 또다른 마케팅으로 회사이름을 잘 만들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가에게도 쉽게 기억시킬 수 있다. 잠재투자가를 나누면 에인젤, 벤처캐피털, 인큐베이터, 대기업 투자가, 잠재고객, 기관투자가 등이 있으며, 적절한 마케팅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기업공개와 투자자 관계에서도 마케팅의 주요 역할을 설명한다.
12장에서는 벤처기업 모두가 바라는 강한 브랜드 구축 방법을 설명한다. 먼저 브랜드 구축이 어려운 이유를 여덟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 뒤, 열 가지 강한 브랜드 구축방법을 제시한다.
『인크』500대 우수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실증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첫째, 『인크』500 최고경영자들이 자신들의 마케팅과 전략결정의 초석으로서 목표시장 선정과 포지셔닝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둘째,『인크』500 그룹들이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 전에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반응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었다. 반면, 비인크 그룹은 단기적인 마케팅 전술을 얻는데 관심은 많았지만, 이 전술들이 회사의 포지셔닝과 목표시장 선정을 해나가는데 일관성을 지니지 못했다.
벤처기업가에 대한 열 가지 지침
1. 포지셔닝과 목표시장세분화는 핵심적 의사결정 요인이다.
2. 판매시장 테스트는 제품사양에 대한 인식 및 반응의 참 지표이다.
3. 제품수명주기 전 기간에 걸쳐서 총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가격을 정하라.
4. PR은 똑같은 돈을 광고에 소비하는 것보다 신뢰성이 높은 ‘이목집중’을 하게 만든다.
5. 유통기관의 갈등을 예측하고 이를 관리하라. 이 갈등을 회피한다면 당신은 중요한 채널들을 놓치는 것을 의미한다.
6. 회사의 초기단계에서는 마케팅이 매출증가보다 자본조달 측면에서 더욱 효과가 있다.
7. 최고재능을 지닌 인재를 고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제품들과 다른 메시지를 사용하여 잠재적인 종업원들에게 마케팅 하라.
8. 이벤트와 판촉활동은 목표시장에서 주요 제품사양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주의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9. 광고옵션들을 조사하고 평가해야 한다. 창의적 광고에 지나치게 동요하지 말라.
10. 포지셔닝과 목표시장 세분화는 핵심적 의사결정 요인이다(맞습니다. 두 번이나 얘기했습니다!).
‘이노비즈 마케팅’이 주는 의미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벤처기업가와 학생들은 마케팅 사고가 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마케팅에 대한 경험, 인력,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의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벤처기업 마케팅 책으로 집필되었다. 『인크』지에 선정된 500대 우수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실증자료 결과가 이 책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덕밸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도 예외는 아니다.
조사대상 벤처기업의 40%가 개발할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을 확인도 않고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개념테스트의 중요성이 간과된 한 예이다. 이 책은 마케팅의 각 기능별 기본 개념을 벤처기업에 잘 접목시키고 있다. 외국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벤처사례들이 등장하여 국내 벤처업계의 실무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가장 큰 고민인 ‘마케팅 문제’를 체계적으로 잘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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