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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무연사회>

by Retireconomist 2012. 8. 8.



사전에서 ‘무연’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인연이 없는 것’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취재팀은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취재도 진행해 누구와도 ‘인연이 없다’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실은 숱하게 많은 데 놀라게 되었다. 가족 대신에 사후 정리를 해줄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 시민단체)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50대의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었다. 대기업을 정년 퇴직한 남성이나 ‘나홀로’ 여성 등도 있다. 홀로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 데 대한 불안이 생각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7) 


왜 사람들은 사회와의 관계를 잃고 무연사하는 걸까. 가족과의 관계인 ‘혈연’, 고향과의 관계인 ‘지연地緣’, 회사와의 관계인 ‘사연社緣’. 이런 ‘인연’이나 ‘유대’를 사는 동안 어떻게 잃었던 것일까. 그 궤적을 하나하나 좇아가면 무연사를 만들어내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31) 


일반 프로그램과 달리 내레이션도 없다.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만으로 담담히 전하려고 하였다. 당시 방송의 자막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성명 미상 남자의 죽음을 일주일 이상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계속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던 텔레비전.’‘빛이 멈춘 상태의 방.’‘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36-37) 


우리는 지자체 직원에게서 ‘인수 거부’에 따른 무연사가 급증하는 주된 이유가 가족의 형태 변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3세대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가 상식이었지만 ‘핵가족화’ 시대를 지나 지금은 혼자서 사는 ‘독신’ 시대로 변해버렸다.(중략) ‘독신화’ ‘미혼’ ‘저출산’이라는 가족의 형태 변화가 ‘무연사회’의 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눈에 보였다.(80-81) 


누나는 남동생의 죽음을 모르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안타까워진다. 누나가 부재중 전화 녹음을 남기고 있고 그 말이 흐르는 중에 다테야마 씨는 혼자 사는 방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던 것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유품 정리 작업. 그리고 그 가운데 흐르는 메시지. 차례차례로 다테야마 씨가 살았던 증거가 정리되어 가는 현실과 누나가 남동생에 말을 걸었던 과거의 메시지. 무연사의 심각한 현실을 더욱 부각해서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110-111) 


취재에서 숱한 인수 거부를 목격하게 되었다. 결코 특별한 가족의 경우가 아니다. 가족이라고는 해도 사이가 멀어져 뿔뿔이 흩어지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미혼화’나 ‘저출산’이 진행되고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혼자 사는 독신자 인구가 많아 지는 ‘독신화’의 시대가 됐을 때에는 과연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무연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것을 불안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115)


게다가 젊은 세대에 눈을 돌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독신화가 확산되는 새로운 요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미혼의 증가다. 50세 시점에서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평생미혼율’이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경우 2005년에 16퍼센트였던 평생미혼율이 2030년에는 거의 30퍼센트로 3명 중 1명에 이를 전망이다. 여자는 23퍼센트로 남자보다 비율은 낮지만 2005년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화가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지만 이제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137) 


“우선 가족 내에서 서로 도와주는 ‘가족 안전망’이 있고 그 다음에 기업이 고용을 유지해 안정적인 임금을 지불한다고 하는 ‘기업 안전망’, 그리고 사회보장이라는 ‘공적인 안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족 안전망은 약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로 기업 안전망도 허술해져 버립니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가 바로 지금 닥친 문제입니다.”(139) 


그중 한 사람이 NHK 특집 ‘무연사회’에서도 소개한 남성으로, 58세에 NPO 회원으로 가입한 63세의 다카노 후지쓰네高野藤常 씨였다. 다카노 씨는 회사를 정년퇴직한 순간 사회와의 유일한 접점을 잃어버렸다. 회사와의 인연을 잃은 사람들. 구조조정이나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 그리고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량 퇴직. 회사와 인연을 잃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159) 


‘무연사회, 남 일 아니네.’ ‘이대로 가면 나도 무연사한다.’ NHK 특집 ‘무연사회: 무연사 3만 2,000명의 충격’ 방송 직후부터 인터넷에서는 이런 글이 잇따랐다. 그 숫자가 3만 건을 넘어 인터넷에서는 일종의 소동, 무슨 사건처럼 되었다. 

보통 NHK 특집 등의 대형 기획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에 우리는 방송시간 대에 시청자들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센터에 출근해 있는다. 그때 인터넷에서 반응이 어떠한지도 동시에 확인하게 되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넷에서 반응은 매우 격렬한 것이었다. NHK의 방송을 24시간 실황으로 계속 보여주는 사이트에서는 ‘무연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한 게시판에 1,000건까지 글을 올릴 수 있는데, 그것이 차례로 갱신되어 마지막에는 14개나 되었다. 1시간 프로그램 중에 1만 4,000건의 글이 올라 온 셈이 된다.(223-224) 


그러나 우리는 프로그램상 필요한 인터뷰가 끝나고도 트위터에서 취재를 계속해 갔다. 그리고 나중에 다 세어보니 10여 명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들은 셈이 됐다. NHK 특집 ‘무연사회’에서는 50대와 60대 이상 초노년층의 ‘무연사’를 다루었지만 실은 폭넓은 세대, 30대, 40대에까지 ‘무연감(無緣感)’이라는 정서가 퍼져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무연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재를 끝낼 수가 없었다.(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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