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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홀로 죽는다.] 연이 끊긴 세상, 무연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by Retireconomist 2012. 8. 5.

무연사회가 두려운 사람들은 유연사회로 돌아가기를 바랄까?


일본이 고도경제성장기를 맞았던 1950~60년대에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사람들의 이동을 ‘유연사회로부터의 대 탈출극’이었다고 묘사한다. 말하자면 ‘무연’은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고 속박했던 촌락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발견해낸 한 줄기 빛이었다. 


촌락사회의 룰을 경험한 1세대 도시인들은 학교, 기업, 스포츠, 또는 종교를 통해 비교적 자유로운 유연관계를 이어갔다. 기업이 상주를 맡아 치르는 회사장, 단체 활동을 통해 조직의 힘을 가르치는 학교, 지역을 기반으로 전성기를 구가한 프로야구와 고교야구, 다양한 신흥종교의 출현 등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촌락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다음 세대가 사회의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기업도, 도시도 빠르게 공동체적인 성격을 잃어갔다. 


전승할 가업이 없는 샐러리맨 사회에서는 가정도 무연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샐러리맨 사회는 과거와 달리 결혼에 대한 압박도 적어 남녀 할 것 없이 미혼율이 치솟고 있고, 고령화 사회와 불황이 맞물리면서 혼기를 넘기고도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사는 고령 독신자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무연사 예비군’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돌보는 않는 죽음은 고독하다. 그렇다고 독신을 그만둘 것인가? 과거 촌락사회의 끈끈한 공동체로 돌아갈 것인가? 과거에 무연과 자유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듯이 오늘날에는 독신이 자유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모든 죽음은 본질적으로 무연사다. 종교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종교에서 죽음을 이해하고 긍정해 온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현대인들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다. 기독교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다. 최후의 심판을 거쳐 천국으로 가는 길, 즉 부활이 기다리고 있다.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생을 4주기로 나누고, 그 마지막 단계에 가정, 재산, 그 밖의 소유물을 모두 버리고 무일푼으로 생활하는 ‘유행기’를 두었다. 현대인도 사회에서 큰 공을 세워 널리 명성을 떨친 뒤 유행 길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을 기다리는 미래는 객사다. 바로 무연사다. 


임종을 지키는 사람이 있든 고독하게 홀로 죽든 “모든 죽음은 본질적으로 무연사”라고 말하는 저자는, 무연사회의 이슈로 자주 거론되는 장례 간소화 문제에 관해서도 시대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묘지를 지키는 문화는 그리 오랜 전통이 아니었다. 과거에 전염병이나 전쟁으로 일찍 세상을 뜨게 된 사람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기일을 기억해 제사지내는 관습이 생겨났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80대, 혹은 90대까지 대왕생 하는 시대이니, 장례 문화가 간소해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실 진단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 결코 ‘쿨’하지 못한 보통사람들에게 조금 비정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삶도 죽음도 인간의 의지로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진실을 오롯이 받아들이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과거에 비해 자유롭고 가능성 많은 이 사회를 열심히 끌어안고 두려움 없이 살아갈 것!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던지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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