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마사노리 저/이선희 역 |
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01월
정가 : 12,000원
“창업자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 장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무서움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 짓이네. 중요한 것은 매출이익이 높은 사업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매출이익이 낮은 분야를 시작해야 하는데, 매출이익이 낮은 분야로 사업을 시작하면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자멸할 수 있네. 그렇다고 매출이익을 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자네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빼앗기면 안되네. 사업가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함정은 성공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나치게 바빠지는 것일세. 그렇게 되면 일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발에 무거운 족쇄를 달게 되지.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그 자리에 멈춘 채 꼼짝도 못하게 된다네.” - 사업성을 판단하는 세 가지 조건 --- p.70~71
독립하고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고독이었다. 창업자는 독립한 순간 세상과 격리된다. 처음에는 책상을 정리하고 인사장을 보내느라 비교적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일 주일쯤 지나면 할 일이 없어진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불안을 공유할 사람도 없다. 그런 고독 속에서 혼자 새로운 영역을 향해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인생은 결국 새로운 도전 --- p.83
회사는 그곳에 모이는 모든 사람이 본래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장소라네. 그런 과정에 즐거운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 오히려 좌절이 더 많을 수도 있네. 하지만 좌절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빛나는 부분을 만날 수 있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보물이란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자각’이네. - 인생의 철학을 실현하는 법--- p.275.
줄거리
‘큰 꿈을 품고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그렇듯 33세의 직장인 다쿠도 이 믿음 하나로 꿋꿋이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시절 몸 바쳐 충성해온 회사가 그를 버렸다. ‘전적’이라는 낯선 인사발령 하나로 느닷없이 그에게 퇴출 선고를 내린 것이다. 다쿠는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여 어쩔 줄을 몰랐다. ‘겨우 서른세 살에 명예퇴직을 당해야 하다니!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인정받지 못한 것일까?’ 회사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문, 구조조정의 시기를 동료들과 얘기한 게 불과 어젯밤이었는데, 난데없이 길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꼴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제 겨우 석 달 된 아들이 있었다. ‘나만 바라보는 아내와 갓난아이도 있는 이 상황에 실직이라니! 지금 같은 불경기에 퇴출 당하면 어떻게 다음 직장을 구하지?’ 결국, 다쿠는 고민 끝에 자신에게 닥친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고자 ‘독립’을 선택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월급 받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업가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다쿠는 첫 사업 아이템으로 외국어 홈페이지 제작을 택했다. 그러나 막상 책상 하나 컴퓨터 하나를 놓고 사업을 시작하자 모든 것이 막연하기만 했다. 성공의 1차 조건이라는 ‘타이밍’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내가 선택한 사업이 돌멩이인지 다이아몬드인지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고사하고 과연 아내에게 한달 생활비라도 꼬박꼬박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겠노라며 야심차게 독립 선언을 했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풀려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쿠에게는 자기 일처럼 온 힘을 다해 도와주는 ‘사람’과, 열정과 성실함이라는 든든한 ‘재산’이 있었다. 특히 한 회사에 근무하다 독립하여 최고의 컨설턴트로 자리잡은 간자키 사장은 자신이 처음 독립할 때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다. 다쿠가 간자키로부터 배운 것은 너무나 많았다. 사업의 각 단계 -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마다 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 가업에서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경영의 시스템, 구성원들의 내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부드러운 조직관리 기법, 일에 파묻혀갈수록 더더욱 잊어서는 안되는 경영자의 자기관리 원칙, 성장의 정점에서 준비해야 할 일 등 비즈니스 경영 기법 외에도 사생활 관리 ? 가족과의 갈등 해결 등 인생 경영에 대해서도 간자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다쿠가 크고 작은 위기를 해결하며 ‘워커홀릭’ 상태로 빠져드는 동안 가정에는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덧 세 살이 된 아들은 희귀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고, 가까스로 그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아내는 이혼 청구서만 남겨놓은 채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사업에 몰두하느라 집은 거의 하숙집이 된 지 오래였지만 그렇다고 아내가 이혼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 아니, 그동안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었다. 가정이 흔들리자 그토록 열정을 쏟았던 회사에도 잇따라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친구이자 가장 믿었던 간부가 직원들을 빼내어 경쟁회사를 차렸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그의 핵심 사업을 모방하는 등 시장 상황은 날로 나빠져갔다.
또 한번 벼랑 끝에 내몰린 다쿠. 그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처음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퇴출됐을 때는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하는 아내가 있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지펴준 소중한 아이가 있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했던 아내와 어떡하다 이런 냉랭한 사이가 돼버렸을까? 내 인생에, 내 회사에, 내 가족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엉킨 실들을 풀어야 할까? 다쿠는 평탄치 않은 길을 한 걸음씩 어렵게 밟아가며 마침내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누구나 성공의 과정에서 험난한 장애물을 만난다. 하지만 그 장애물은 나를 파괴하려는 지뢰가 아니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괴롭다 해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그 속에 숨은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꼭 껴안을 수 있는 것, 아내의 존재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것, 기쁨과 슬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은 모두 내 인생에, 그리고 우리 인생에 보석 같은 빛을 안겨준다. 성공의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은 무서운 지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위해 우주에서 보내온 ‘선물’이었다.”
Chapter 1 - 내 인생을 변화시킨 첫 번째 기회
명예퇴직 선고를 받은 ‘그 날’; ‘겨우 서른 세 살에 명예퇴직을 당해야 하다니!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인정받지 못한 것일까?’ 다쿠는 불안했다. 그는 입사한 지 겨우 6개월 밖에 안 되었다. 전적 사실을 말하자 아내 유키코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다쿠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서 평생 노예처럼 혹사만 당하다가 죽고 싶지는 않아. 독립해서 회사를 차릴 거야.” “독립해서 무슨 일을 할거예요?” “그건 아직 안 정했어. 하지만 굉장한 일을 할거야!” “좋아요. 한 번 해보세요. 예전부터 독립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게 조금 빨라졌을 뿐이에요.” “기획이나 제작 일을 하면 어떨까? 일단 홈페이지를 만드는 거야.” 홈페이지 제작은 지금까지 다쿠가 해온 일의 연장선이었다. “홈페이지 제작이라면 나도 도와 줄 수 있어요. 물론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많이 도와줄 순 없지만요.” “일단 사무실은 저 두 평짜리 방이야.” “그나저나 고객은 어떻게 찾을 거예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 다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공의 1차 조건, 타이밍; “아오마 씨. 그 책 재미있나?”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간자키 히로시였다. 그는 지금 독립해서 회계사무소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숍 안에서 간자키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의 인생관을 뿌리째 뒤흔드는 내용이었다. “실은 다음 달에 자회사로 전적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독립하려고 합니다.” “전적이라 그거 잘 됐군. 자네는 행운아야.” “왜 전적이 잘됐다는 거죠?” “실은 나도 젊은 시절에 명예퇴직을 당했지. 그 때는 분하고 억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네. 명예퇴직을 당하지 않았다면 독립은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잠시 후 간자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 아닐까요?” “교과서적인 대답이군.” “그러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비결은 무엇이지요?” “첫째도 타이밍, 둘째도 타이밍, 셋째도 타이밍일세. 즉, 언제 시장에 뛰어드느냐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지. 시장에 뛰어드는 타이밍만 맞으면 경영자의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사업은 급속히 성장한다네.” “시장에 뛰어들려면 어느 타이밍이 좋겠나? 나는 성장기를 노리겠네. 성장기에는 그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80~85퍼센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성장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죠?” “지식과 정보만 있으면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안테나를 세워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네.”
열정을 바친다는 것; 간자키는 다쿠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면 행복해질 수 없네. 자신의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보람을 느낄 수 없으니까 말이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일과 돈을 버는 시스템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네. 돈을 버는 일에 진지한 경영자는 상품을 만드는 일에도 진지하지. 그런 사람은 자기가 파는 상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네. 그리고 그 상품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지.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큰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안정을 얻을 수는 없지. 안정은 자기 힘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능력에 비례하는 것이라네. 그런데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리는 데만 급급해서, 자기 힘으로 레일을 깔 용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은 것 같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다쿠는 자기 사업에 관한 힌트를 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계속했다. “저도 레일을 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모든 업계가 성숙기에 들어가 있지 않나요?” “그것이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지. 하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거라네. 성숙기에 들어간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과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이 정해진다네.” “쇠퇴기로 접어들지 않나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쇠퇴기로 접어들 수밖에 없지. 하지만 거기서 머리를 쓰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네. 상품이든 사업이든, 성숙기는 차세대의 시작이며 혁신을 일으키기에는 최고의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성숙기의 후반에 이르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차세대 모델이 나타난다네.” “성숙기가 보이지 않으면 기존의 시장을 바라보면서 이미 성숙되어 있거나 정체되어 있는 타이밍을 보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면 되는군요.” “바로 그거야!” “어떻게 하면 새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지요?” “통계적으로 볼 때, 기존 시장의 틈새를 노려서 창업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성장이 멈춘 종합 업종에서도 전문화할 수 있는 틈새를 발견하면 새로운 성장곡선을 만들 수 있단 말이죠?” “그래. 전문화가 완벽한 탈출구는 아니지만, 매우 강력한 탈출구라는 것만은 분명하네.” ‘새로운 성장곡선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다쿠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어느 새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이제 회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다쿠는 간자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게.” 간자키는 헤어질 때 한마디를 덧붙였다. “성공하고 싶으면 우연에 신경 쓰게, 우연을 우연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그게 무슨 뜻일까?’ 새로운 의문을 가슴에 품고 다쿠는 회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의 경쟁력;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분노에 찬 아버지의 목소리가 온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기획, 제작 회사를 차려서 홈페이지와 프로그램을 제작할 겁니다.”설득력이 없는 사업 계획이 가슴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아버지는 분노를 뛰어넘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회사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은행 지점장인 아버지는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한심한 녀석! 그러니 애당초 왜 전직을 해서 이런 꼴을 당해? 한때의 거품과 같은 그런 벤처기업에 취직해서 6개월만에 명예퇴직을 당하다니! 그런 녀석이 독립한다고 잘될 리가 있겠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서로의 상처에선 또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네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네 마음대로 해라!” 그 한마디로 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서로 엇갈린 채 막을 내렸다. ‘명예퇴직을 당해서 우울해 있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적어도 가족이라면 따뜻하게 위로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난 반드시 성공하겠어! 1억 엔 이상 수입을 올리고,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자유롭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되겠어!’ 그렇게 되려면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독립을 할 수 없었다. 다쿠는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창업하겠다고 하다니, 자신의 어리석음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사건’; 오랜만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사이의 작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잠시 벤치에서 편안한 자유로움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런 아이의 울음소리가 평화를 깨뜨렸다. “마미, 마미!” 눈을 뜨자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 아이가 넘어져 울고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 아이인 것 같았다. 다쿠가 아이를 일으켜주는 동안, 금발의 여성이 뛰어와서 소리쳤다. 아이의 어머니인 듯한 여성은 “혼자 뛰어가면 어떡해? 그러니까 넘어지지!”라고 야단치는 것 같았다. 이런 외곽에 있는 아파트에 외국 사람이 사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우연이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득 간자키의 말이 떠올랐다. ‘우연을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일어난 사건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우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때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잠깐만.... 아, 그래! 외국어 홈페이지를 만들면 어떨까?’ 홈페이지가 없는 회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어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외국어 홈페이지 제작이 좋은 사업이 되지 않을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노트를 꺼냈다.‘잊어버리기 전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어두자.’ 노트에 적은 내용을 설명하기 쉽도록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정리했다. 신뢰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숫자로 만들고, 놓친 것들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완성된 사업계획서를 바라보는 그의 가슴에는 새로운 희망이 부풀어올랐다. ‘우선 간자키 사장님과 이 사업에 대해 의논해보자.’
사업성을 판단하는 세 가지 조건; 사업계획서를 들춰보는 간자키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재미있군. 사업 모델은 나쁘지 않네. 사업 모델을 판단할 때, 나는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기네. 첫째 이 사업 또는 상품은 성장곡선의 어디에 있는가? 둘째, 경쟁업체와 비교해서 시장 우위성이 있는가? 셋째,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이익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인가? 최소한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업이 될 수 없네.” “이 외국어 홈페이지는 어떻게 판단하셨어요?” “성장곡선에 대해서는 잘 생각했더군. 경쟁업체가 없으니까 시장 우위성도 해결된 거야. 하지만 시장 장벽이 낮기 때문에 즉시 경쟁업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네. 가장 현실적인 방어책은 다른 회사가 뛰어들기 전에 이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는 걸세. 문제는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야. 많은 창업자들이 여기에서 함정에 빠지게 되지. 사업에서 이익은 기름이나 마찬가지네. 기름이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은 계속 질주할 수 없어.”
“창업자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 장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무서움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 짓이네. 중요한 것은 매출이익이 높은 사업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사업이 궤도에 이르면 매출이익이 낮은 분야를 시작해야 하는데, 매출이익이 낮은 분야로 사업을 시작하면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자멸할 수 있네. 그렇다고 매출 이익을 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자네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빼앗기면 안되네. 사업가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함정은 성공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나치게 바빠지는 것일세. 그렇게 되면 일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발에 무거운 족쇄를 달게 되지.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그 자리에 멈춘 채 꼼짝도 못하게 된다네. 처음에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사장이 시간을 많이 써야 하지. 실제로 창업 후 1년 동안은 밤도 낮도 없이 일에 몰두해야 하네. 그런 각오는 되어있나?” “물론입니다.” “다행이군.” 그때 한순간이지만 간자키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다쿠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인생은 결국은 새로운 ‘도전’; 그로부터 한 달 후, 다쿠는 자본금 300만 엔으로 마스터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책상 하나와 컴퓨터 하나로 시작하는 조용한 출발이었다. 거래처는 단 하나. 간자키의 회계사무소뿐이었다. 독립하고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고독이었다. 창업자는 독립한 순간 세상과 격리된다. 처음에는 비교적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할 일이 없어진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불안을 공유할 사람도 없다. 그런 고독 속에서 혼자 새로운 영역을 향해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는 홈페이지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고객을 모집했다. 한 달 후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료를 청구한 회사가 100군데도 넘었다. 이렇게 순조로울 줄 알았다면 좀더 빨리 독립할 것을 그랬다며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계약으로 연결 된 곳은 두 군데 밖에 없었다. 이렇다면 창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다. 통장의 돈은 하루하루 줄고 있었다.
벼랑 끝에서 날아오르다; ‘어쨌든 홈페이지 조회수를 늘려야겠어.’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는 매스컴에 접근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 경제신문에서 취재의뢰가 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은행 잔고는 30만 엔도 안 남았다. 그러나 그것을 기점으로, 기사가 나가자마자 은행 잔고는 완전히 반전했다.《주간재팬경제》에서는 그의 회사에 이례적으로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광고 효과로 환산하면 족히 2,000만 엔은 될 것이다. 매일 매일이 월급날 같았다. 그는 통장을 정리하러 갈 때마다 감격했다. 다쿠는 환호했다. 유키코도 환호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Chapter 2 - 내 인생을 변화시킨 두 번째 기회
지금은 많은 것을 참아야 할 때; “이제 가족과 느긋하게 휴가를 보낼 시기네.” 다쿠가 회사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 간자키는 그렇게 말했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습니다.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서요….” 다쿠의 얼굴에는 희색이 가득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게 아닌가?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여행이라도 다녀오게.” 명령투로 말하는 간자키의 말에 다쿠는 발끈했다. “그러잖아도 직원을 한 명 고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간자키는 다쿠를 이해시키려는 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일을 위해서 가정이 있는 게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일이 있는 거야. 그것을 착각하지 말게.” 다쿠는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모두 가족을 위해서다. 돈 걱정 없이 풍요롭게 살 수 있으면 가족은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간자키의 조언에 다쿠는 처음으로 반발심을 느꼈다. ‘간자키 사장님의 의견을 100%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건 아니군. 이것은 결국 내 회사니까.’ “죄송하지만 전화가 와서요.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간자키의 전화를 끊은 뒤, 그는 웬지 큰 실수를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시달리고; “목소리에 힘이 없군. 무슨 일이 있었나?” 다쿠는 오랜만에 간자키와 술을 마셨다. 그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쿠는 눈물을 쏟을 뻔했다. 간자키는 오늘 다쿠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자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나?” “예? 그게 무슨 뜻이지요?” “부부 사이는 원만한가?”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아내가 아이를 키우느라 지쳐서 요즘은 거의 대화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다쿠는 자신의 말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사업과 가정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가르쳐주지.” “자네는 지금 성장곡선의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성장기의 입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이제 사업도 궤도에 오르고, 자네도 자신감이 생겼을 걸세.”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성공하면 아내도 기뻐하지. 모든 걸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가족 모두가 행복해하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네. 자네의 상황이 좋아질수록 집에 있는 부인의 상황은 나빠지지. 자네가 적극적으로 전진할수록 부인은 소극적으로 변해서 뒤를 바라보게 되네. 부인은 그렇게 변하는 자신이 싫어서 견딜 수 없을 걸세.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걸세.” 간자키의 지적은 틀림이 없었다. 간자키에게 가정의 상황을 설명하다보니 다쿠는 자신의 부부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네도 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부인도 돈을 많이 벌수록 자네를 인정하지 않네. 남편이 성공하면 아내는 질투하는 법이지.”
“경영자에게 창업기의 회사는 갓난아이나 마찬가지네. 갓난아이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돌봐주어야 하니까 말일세. 그런 상황을 아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견뎌주는지, 남편은 아내의 내조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지, 가정의 평화와 안녕은 오로지 이것에 달려 있네. 그리고 남편은 가능하면 빨리 사업을 궤도에 올려야 하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나면 일 중독에 빠지기 전에 가정과 균형을 맞춰야하지.” 다쿠는 몇 달 전에 간자키가 전화로 한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제 슬슬 여자를 조심할 때가 됐네. 바람은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제 인생에서 외도는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다쿠는 힘있는 목소리로 단언했다. “자네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일세.” ‘간자키 사장이 뭐라고 하든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 지금 잠시 부부관계가 어색해졌다고 해도 다른 여자에게 빠질 리가 없어.’ 다쿠는 사람의 인생을 모두 간파하고 있는 듯한 간자키의 태도에 불쑥 염증을 느꼈다.
사회적 성공의 이면; 어느 날, 조금 일찍 들어온 다쿠를 보고 유키코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집에 오면 아이가 흥분해서 잠을 자지 않아요. 그러니까 밤 열시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쿠는 충격에 휩싸였다.‘누구 덕분에 먹고사는데, 이제 내 집에도 들어오지 말란 말인가!’ ‘이름뿐인 부부, 섹스 없는 부부’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새 자신의 일이 되고 말았다. 다쿠와 유키코는 상대방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의 부부관계는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이제 연애에서는 졸업하겠어! 내 애인은 일이야!’ 다쿠가 그렇게 결심하고 얼마쯤 지났을까? 낯선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쓰키시타 아키코? 그 아키코 말인가!’ 그 메일을 열기 전까지 다쿠는 바람피우지 말라고 충고한 간자키의 예상이 맞으리라는 것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장님, 졌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되었습니다.” “무슨 뜻인가?” “여자 문제 말입니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서 간자키는 강의를 시작했다. “대체로 경영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시기는 성장기의 전반이네.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여자 문제를 일으키기 쉽고 반대로 회사가 힘들면 가정은 일치단결하게 되지.” “부부관계가 좋아지려면 서로 똑같은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다네.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경우에는 싸우기도 하면서 잘 지내게 되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부가 똑같은 취미를 갖는다든지, 모임이나 세미나에 같이 참가하는 것도 좋네. 경영자에겐 확고한 가족관이나 철학이 필요한 거야. 문제는 사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는 경영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지만.”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죠? 이미 애인을 만들어버렸으니...” 간자키는 눈을 내리깔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인간은 지식이 없으면 감정의 노예가 되고, 패턴에 빠지게 되지.” 다쿠가 빠진 것은 자식의 병과 가정의 붕괴라는, 패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대가가 큰 것이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다쿠는 아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왔지만 머릿속에서는 간자키와 나눈 이야기가 계속 꼬리를 물었다.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온 순간, 다쿠는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들의 종아리에 맞은 듯한 멍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간자키의 말을 떠올렸다. ‘스트레스를 받은 남편은 아내에게 화를 내고, 아내는 무의식중에 아동학대로까지 발전할 수 있네. 자식을 학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적 수준이 높은 여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을 학대하는 거지.’ ‘설마 유키코가!’ 다쿠의 등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Chapter 3 - 성공으로 가는 길에 놓인 몇 가지 관문
'문제‘가 연이어 터질 때; 다쿠가 내놓은 사업은 모두 적중해서, 경쟁회사들은 마스터링크의 성장을 따라올 수 없었다. 경고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메니에르 병으로 직원들이 잇따라 쓰러진 것이다. 좁은 사무실도 문제였다. 새로운 부서는 여기저기로 사무실을 얻어서 나갔으나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했다.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단순한 실수가 자주 일어났다. 사람을 고용해도 교육할 시간이 없고 사장에 대한 비판도 많아졌다. 다쿠의 가정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어느 날 저녁, 집으로 들어가자 집안은 어둠에 감싸여 있었다. 다쿠는 유키코와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옷을 벗었다. 그때 식탁 위에 있는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 이혼 청구서 - ‘이럴 수가!’ 아내도 아이들도 없었다. 옷장은 텅 비어 있었다. 다쿠의 마음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점점 심해지는 재정 압박; 경리담당자가 은행잔고가 없다고 했을 때, 다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 나서 다쿠의 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간자키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윽고 그는 다쿠의 반응을 살피듯이 물었다. “만약 내가 보증인이 되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나?” “가지고 있는 모든 명함에 전화를 걸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집을 팔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간자키는 승낙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앞으로 6개월은 내 지시에 따라서 죽을힘을 다해서 회사를 다시 살려야 하네.” 다쿠는 즉시 승낙했다. 자금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자는 모든 시간을 자금 끌어모으는 데 빼앗긴다. 그리고 자금에 휘둘리는 사이에 회사 경영은 손을 쓸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는 또다시 이런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무시해왔던 은행 관계를 강화하기로 결심했다.
‘가업’에서 ‘기업’으로 변하기 위해; “자네는 6개월 동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나?” “우선 매출을 올려야겠지요.” “마스터링크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서 두 배나 늘어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은 줄어들었네. 이것은 경영에 허점이 많다는 증거지.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돌아가는 ‘관리팀(Management Team)’을 만드는 것일세.” “관리 문제라면, 어떤 문제지요?” “관리가 소홀해지면 직원들이 자주 병가를 내고 지각을 밥먹듯이 하며 이직률이 높아지지. 배송문제도 생기고 외상매출금은 회수되지 않으며 품질도 저하되고 직원의 도덕성도 떨어지네. 또한 직원들이 모이면 사장 험담을 하게 되고, 직원의 모반과 이탈이 생기며….” 지금 마스터링크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었다.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거지요?” “이 시기는 제2의 창업기라고 할 수 있지. 지금 일어나는 일은 가업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네.” “가업에서 기업으로 변할 때, 무엇이 달라지지요?” “규칙이 완전히 달라지지. 가업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경영자가 나서면 모두 해결할 수 있지. 그런데 직원이 많아지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현장에서는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네. 이것이 초기의 경고 신호일세.” 다쿠는 간자키가 그린 성장곡선을 보면서 말했다.“마스터링크는 곡선의 전환점에 걸려 있었는데, 너무 속도를 내는 바람에 벽에 부딪힌 거군요.” “그렇다네. 지금까지는 경영자 혼자 이끌어왔지만 이 시기에 이르면 조직적 경영으로 체제를 바꾸어야 하지. 애벌레에서 나비가 될 때까지의 시기에 비유할 수 있네.” 다쿠는 간자키라는 지도자를 만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부드러운 경영 - 아이를 키우듯 조직 만들기; 간자키의 강의는 관리 부문으로 넘어갔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 단계에서 ‘당연론’으로 넘어가지. ‘리더’는 이러해야 한다‘, ‘앞으로 성장할 인재는 이러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일세. 그것을 주입시키기 위해 규칙을 만들지만, 그 규칙을 가장 먼저 깨트리는 사람이 나오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도 사장, 규칙을 가장 먼저 깨트리는 사람도 사장이지. 그래서 규칙은 늘어나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않은 채 묻혀버리지.” 다쿠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질문을 꺼냈다. “경영 방식에 대해서 호랑이 스타일이 좋으니 부처 스타일이 좋으니 말이 많은데, 사장님께서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나요?” “글세, 가장 나쁜 것은 호랑이 스타일도 부처 스타일도 아닌 회사일세.” “아아, 저희 회사 말이군요.” 다쿠가 쓴웃음을 짓자, 긴자키는 이제 알았냐는 표정을 지었다.
“고도 성장기에는 호랑이 스타일이 매우 효과적이었지. 호랑이 스타일은 많은 사람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개개인의 학습 능력은 저하되고 창조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되지. 사람은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이라야 창조력이 늘어나고 학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네. 그런데 지금은 고객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지. 즉,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를 채워주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네. 그것은 곧 지금은 부처 스타일이 더 맞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무조건 다정하게 대하면 안되고, 다정함과 동시에 규율과 엄격함을 갖추어야 하네. 그동안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다쿠는 무언가 답이 보이는 듯 했다. “지금 마스터링크에 필요한 것은 영업력이 아니라 관리 능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 관리는 자네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해야 하네. 지금 자네 회사는 성장기에 있으니까 영업을 하지 않아도 1~2년은 버틸 걸세.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 때까지 회사가 팀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매출을 올릴 수 없을 거야.”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똑같네. 기어다니지도 못할 때 걷는 훈련을 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걸을 수는 없겠지. 아이를 키울 때는 무엇을, 어느 순서로 할지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네. 팀도 마찬가지일세. 순서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전혀 성장하지 못하네.” 육아를 모두 아내에게 맡겼던 다쿠는 조직 만들기가 육아와 똑같다는 말을 듣고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긴자키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이가 어머니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신은 안전하며 어머니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아무리 올바른 교육을 해도 올바르게 자라지 않네. 즉 아이에게는 어머니가 애정을 쏟은 다음에 아버지가 교육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런데 육아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사회에서 팀을 만들 때는 그것과 정반대로 하게 되지. 회사가 혼란 상태에 빠지면 일단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서 직원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걸세.” “그래서 회사들이 군대식으로 관리하는 거군요.” “토대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토대 위에 아버지의 규율을 올리지 않으면 제대로 된 팀을 만들 수 없네.”
Chapter 4 - 내 인생을 변화시킨 세 번째 기회
나를 성장시키는 최고의 조건; 아무 조직도 없는 게릴라 회사였던 마스터링크는 이제 유력 경제지가 선택한 ‘21세기 유망기업’의 상위에 올랐다. 오늘은 사토코가 부사장으로 취임하는 날이다. 핫토리 사토코, 스물 여섯 살에 입사한 그녀는 어느 새 서른 한 살이 되었다. 연매출 10억 엔을 돌파한 벤처기업에서 여자가 부사장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사토코는 맑은 목소리로 취임인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과 아버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배웠습니다. 그 양쪽이 있어야 비로소 창조성이 태어나고, 그것을 실행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사토코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팀워크를 얻었고, 똑같은 뜻을 가지고 똑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는 동료들을 얻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우수한 인재와 자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혜와 용기, 팀워크이고, 여성과 남성의 감정을 기본으로 한 관리 시스템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장님께서 최선을 다해 실천해 온 것들입니다.” 사토코의 말을 듣다보니 다쿠는 새삼 열심히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
“저는 마스터링크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와 가정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구조와 가정이 성장하는 구조는 똑같습니다. 회사와 가정의 균형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경영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미래지향적인 기업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상상력이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의 힘을 믿고 앞으로 전진합시다!” 다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잠자는 사자를 깨운 것은 아닐까?’ 그는 자신에게 사람을 키우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네 사람; 다쿠와 간자키는 오랜만에 호텔의 바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간자키의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색을 느끼자 다쿠는 노트와 펜을 준비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배우가 네 명 필요하지. 창업자, 실무자, 관리자, 정리자. 이 배우들 중에 누가 가장 멋지게 활약하는 지는 회사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다르네.” 간자키는 네 명의 위치를 그림으로 그렸다. “창업할 때는 창업자의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네. 창업자는 장기적 시점에 서 있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솟구치는 사람이지. 그는 창조력도 있고,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행동하네. 앞으로만 돌진하는 군인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곧 실무자일세. 창업자가 군인이라면 실무자는 마법사인 셈이지. 창업자의 에너지와 실무자의 에너지가 만나면 회사는 성장을 향해서 이륙하게 된다네. 사업은 아이디어나 시스템이 좋으면 성공한다고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지. 하지만 그와 더불어 필요한 인재가 모이지 않으면 이륙할 수 없네. 신규 사업이나 창업자가 많이 실패하는 이유는 창업자와 실무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 원래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장 뒤에는 대부분 유능한 실무자가 있네.”
“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하지요?” “창업자와 실무자가 만나면 성장기에 들어간다고 했지? 회사의 관리 능력을 뛰어넘어 매출이 올라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이 단계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무자가 관리자와 손잡고 일상업무를 시스템화해야 하네. 일반적으로 관리자는 경리부문을 지적하는데, 그곳에서는 규칙을 정하거나 일상 업무를 규정화하는 등 단기적인 효율을 중시하지.” 다쿠는 그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발상은 전혀 못했다. 창업자는 도입기에 가장 크게 활약한다. 그러나 성장기 이후에도 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구성원들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충돌이라기보다 회사를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신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리자의 에너지가 적으면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지. 정리자는 회사의 어머니 같은 사람으로, 그 사람이 존재해야 안심할 수 있지. 회사가 크거나 회사의 분열이 심각한 경우에는 그 사람 말고 정리자가 또 있지. 바로 문제 직원이네. 문제 직원이 병에 걸리면 그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 회사가 통합되거나 문제 직원을 험담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이 단합하지. 한 마디로 말해서 회사를 위해서 희생하는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네.” “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군요?” “그래, 문제 직원은 안테나인 셈이어서, 회사의 문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끌어내 주지.” 다쿠는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적절하게 해결하느냐가 경영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간자키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손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경영 마인드가 아닌가? “이런 역할 관계를 알면 왜 조직이 붕괴되는지 알 수 있지.” 술잔을 들고 간자키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창업자는 아이디어맨으로,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니까 회사는 대혼란에 빠지게 되지. 회사를 대혼란에 빠트리는 사람은 정작 창업자 본인이면서 그 이후의 처리는 실무자나 관리자에게 맡기는 걸세. 그래서 회사는 언제나 긴급 사태에 놓이게 되네. 혼란스러운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지. 따라서 직원은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자주 휴가를 내게 되지. 그 결과, 실수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늘 회사에 없거나 어쩌다 회사에 나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곤 하지. 그러는 사이에 실무자와 관리자는 창업자를 험담하기 시작하네. 그래서 두 사람은 쿠데타를 일으키게 되지. 이게 바로 조직이 붕괴되는 과정이네.” 다쿠는 불쾌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간자키의 이야기가 마스터링크에서 일어난 일과 너무도 똑같았던 것이다. “그 말씀은 조직 붕괴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 사장 본인이라는 뜻인가요?” “그렇다네.” 다쿠는 충격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쿠의 표정을 보고 간자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조직이 붕괴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 정도가 더 있네. 첫 번째는 실무자가 창업자에게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지. 이 경우에는 아무도 창업자의 독주를 막을 수가 없네. 그로 인해 창업자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강해져서 사내에 관리자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네. 회사에는 양쪽 다 필요하지만 창업자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강하면 관리 부문이 약해지네. 그러면 회사는 결국 시스템이 자리잡힐 수 없고, 가업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겠지. 도입기에서 성장기의 전반까지는 창업자의 에너지를 활용해야 하고, 성장기의 후반부터 성숙기까지는 관리자의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네.” 다쿠는 새삼스레 절감했다. 회사라는 것은 시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생물이 되므로, 경영 스타일도 그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생의 철학을 실현하는 법;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뭐지요?” “그것은 실무자와 관리자가 대단히 강한 경우야. 그런 경우에는 회사를 혼란에 빠트리는 창업자를 쫓아내서, 결국 회사에는 실무자와 관리자만 남게 되네. 그러면 규칙이 엄격해지고 조직이 경직되지. 그리고 창업자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하고 서서히 쇠퇴해가네.” “그러면 반대의 경우, 즉 창업자에게 쿠데타를 일으켜서 떨어져 나간 실무자와 관리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가요?” “그래, 그들에게는 창업자의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지.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예전의 회사와 똑같은 일만 반복하게 되네.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지.”
“어떻게 하면 비극의 시나리오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요?” “열쇠는 두 개일세. 하나는 사장이 성장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만약 함정에 빠지기 전에 사장이 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경영의 목적을 매출 성장에서 경영 시스템화로 변환할 수 있다는 말이지. 회사를 시스템화하는 동안 창업자는 운전석에서 물러나 실무자와 관리자에게 핸들을 넘겨줘야 하네. 그러면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히게 되지. 사내에 시스템이 정착되었을 때는 회사로 돌아오는 걸세. 그런 다음에 창업자의 뛰어난 아이디어로 성장 사업을 시작하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사이클이 만들어지겠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의 사장은 대부분 이렇게 행동하네. 물론 무의식중에 직감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야. 흐름을 잘 타는 회사는 잘 놀고 잘 일하면서 성장하지. 그런데 흐름을 타지 못하는 회사는 놀 여유도 없네.” 다쿠는 사토코에게 부사장직을 맡긴 것은 정답이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열쇠는 뭐죠?” “두 번째 열쇠는 사장이 정리자가 되는 것. 그리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리자의 자질을 키우는 것이네. 가업이 기업으로 변하면 이번에는 아버지, 즉 사장이 정리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네. 회사가 성장했을 때의 정리자는 아버지처럼 이념과 철학, 삶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네. 그런 존재가 없으면 기업은 통합되지 않아.” 다쿠는 자신이 직원들의 정신적인 리더로 활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 불끈 솟구쳤다. “우리는 리더십에 대해서 착각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리더라고 하면 보통 한 사람의 강력한 리더를 떠올리는 법이죠. 하지만 리더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창업자와 실무자, 관리자, 정리자가 필요하고, 조직에 리더십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멤버가 적절하게 힘을 발휘해야 하는군요.” 간자키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회사의 본질이지. 회사는 그곳에 모이는 모든 사람이 본래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장소라네. 그런 과정에 즐거운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 오히려 좌절이 더 많을 수도 있네. 좌절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빛나는 부분을 만날 수 있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보물이란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자각’이네.”
내가 찾은 최고의 선물; 5년 전의 편지를 펼치자 만년필로 쓴 파란 잉크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다쿠, 며칠 전에는 미안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해주마. 나는 그동안 성공했지만 인생이 어긋나는 경영자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은행 빚뿐이라면 괜찮지만 자금줄이 막히면 사채에 손을 대게 된다. 그렇게 해서 빚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영자도 많이 보았다. 지금은 창업에 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 하지만 붐에 편승해서 창업하는 것만은 그만두기 바란다. 유키코에게도, 그리고 신이치에게도 네가 필요하니까. 지금은 네가 곁에 있어주어야 하니까…. ‘아버지가’』 편지를 들고 있는 다쿠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다시 편지를 읽었다. 지난 5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이 몇 번씩이나.... 그러자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고, 동시에 아내에 대한 응어리도 사라졌다. 더 이상 남에게 나를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나를 좋게 보이려고 위장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큰소리를 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아내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유키코의 친정 앞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할 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면서 눈앞에 유키코가 나타났다. “여보” 순간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아내에게 다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문을 닫지마. 할 말이 있어.” 유키코는 눈길이 마주치지 않도록 등을 돌렸다. “최근 몇 달 사이에 회사는 눈부실 정도로 성장했어.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어. 하지만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어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기쁨을, 그리고 슬픔을 함께 나눌 아내가... 내 아내가 집에 없다는 거야.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그 순간, 유키코의 눈이 젖어들면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쿠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으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때 옆에서 신이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누구야?” “아빠야, 아빠가 신이치를 만나러 오셨어!”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다쿠의 귀에서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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