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부터 시니어라고 정의하고 있고, 내 나이 한국 나이로 50이 되었으니, 시니어 새내기이다.
100세를 살아도 꺾어짐을 무시할 수 없는 나이가 50이고, 눈 좋아질 때 책 많이 읽을 것을 하면서 노안이 점점 심해져 가고 있음을 몸으로 이해하는 나이. 서양 나이로 아니 만으로 48세가 되었다고 우겨도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반항하지 말자. 지난해 마흔 아홉수를 보내지 않았는가? 친구들과 통칭 아홉수 통과식을 함께 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반론이냐?
거꾸로 타는 보일러는 있어도 거꾸로 가는 나이는 없는 법. 나 1962년 임인생 호랑이는 2010년 12월 21일 생일을 맞아 쉰살이 되고 말았다.
"김상무, 미국 대학에서 8주간 연수 프로그램에 다녀오시지요?"
쉰 살 생일상을 받자마자 사장님의 연수명령이 떨어졌다.
"네 - 에?" 끝이 올라가는 반문형 답이어서는 안된다. 거역할 수 없는 답변 "네!"로 전달되었기를 기대했다. 거역할 수 없는 명이라 이런 저런 사정얘기로 미루어지거나 없던 일로 바뀔 공산은 없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 미국에서 대학의 프로그램 매니저가 한국을 방문하여 사장님을 뵙고 갔다는 것이고, 프로그램의 올해 첫 시작은 2011년 1월 10일. 월요일부터 3월 4일까지 진행된다는 것이다. 재수하는 아들은 원서만 내놓고 대학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고, 신년 사업계획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거기에다가 미국이면 영어를 해야 하는데, 85년도 대학졸업 이후에 영어사전이랑 담을 쌓았던 내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명령 아닐 수 없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는 기본 토익 점수가 700점은 넘어야 한다는데, 몇 점이세요?"
토익이랑 토플은 이름만 들어보았지 한 번도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는지라. 시험을 안 보고 버티기로 나갔다. 사실 시험을 보면 점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내 자신이 확신했기 때문이다. 준비를 했어야 시허을 볼텐데. 토익 시험을 안보면 어떻게 미국 유학은 안가도 되는가 싶어서 그냥 '모르쇠'와 '버티기'로 견뎌 나갔다.
"시험을 안 보시면 전화 인터뷰를 하셔야 한답니다."
버티는 나를 그냥 두고 가실리가 없다. 네브래스카 주립대학과 의견 교환이 있었나 보다. 토익점수 없이도 인터뷰로 가기로 또 다른 진로가 선택되었다. 인터뷰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전화 인터뷰가 선택되었고, 다급하게 짜여진 인터뷰 일정에 시종일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생각도 나질 않는 40여 분의 인터뷰를 마치고 24시간 뒤에 합격의 통보를 받았다. 기뻐해야 할 일인지... 쏜살같이 미국대사관의 F1 비자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눈이 펄펄 내리는 날 꼬마 유학생들과 함께 줄 서서 기다리기를 한 시간. 미국 대사관에서 F1 비자 인터뷰를 마치고서야 미국 대학연수 자격이 확보되었다. 비자인터뷰가 무사히 끝나고 돌아서면서 뒷전에 남는 미국인 인터뷰어가 웃으면서 나에게 한 질문이 반복해서 자꾸 귓전을 때린다. 웃으면서 물어본 그 태도가 괘씸하기까지 하다. 그 질문은 딱 한 줄이다.
"아저씨, 공부하던 사람도 아닌데, 그 나이에 공부될까요?"
혹시나 몰라 면허시험장에 들러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고, 아들 녀석 입시 정보 자료가 수북히 쌓인 방 한 귀퉁이에서 아내는 20년 주부 경험으로 단 두 시간만에 아들 같은 남편이 아내 없이 두 달간 지낼 여행가방 두 개를 가득 채웠다.
떠나기 전날, 어머니께서는 '큰 꿈을 가지라'는 제목의 성경을 인용한 격려문의 편지를 한 장 나에게 건네셨다.
창세기 28절 15절의 말씀.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신지라 하신지라. 미국 연수를 떠나는 아들에게 모친 2011. 1. 8.
어머니는 예외없이 벌판으로 아들을 밀어내기를 '즐기신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느샌가 시간은 빠르게 흘러 2011년 1월 9일 출국일이 되었다. 일요일 오전 11시 40분, 예전에 없던 아들 녀석과 아내가 인천공항까지 동행했다. 영어도 못하는 내가 혼자서 겪을 속타는 심정을 생수로 달래며 겉으로는 의연하게 태연하게 아내와 아들과 아주 가벼운 작별인사를 하고는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렇게 나의 미국 유학생활은 이렇게 단숨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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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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