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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074] 펀드회사 사장님들, 이런 펀드 만들어 주세요.

by Retireconomist 2008. 11. 8.
 우선. 어색한 배꼽인사와 귀아픈 기계음의 인사는 정말 사양합니다.

항공사 승무원처럼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하는 혹독한 친절 교육이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일까요? 묻는 말을 잘 듣고, 필요한 답을 명쾌하게 하는 분들이면 족합니다.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권유해야 하는 기본이 안되는 문제가 최근 펀드 관련 소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긴장하면서 근무해야 하는 직업인데 거기에 항공사와 똑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강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이 싫어하는 몸짓은 손님인 저희들도 싫어한답니다. 거기에 평가해서 진급과 퇴출에 반영까지 한다며 직원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직원들이 금융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번에 딱 한 번이라도 우리 고객이 원하는 펀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는 금융기관이 원하는 펀드만 만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과장되었을까요?

첫 번째. 손실이 한정된 펀드이면 좋겠습니다.

높은 수익 운운하면서 손실 운운은 작게 하시잖아요? 이번 폭락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 금융기관이기에, 이런 기대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융기관에 대해서 고객은 아주 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수익률로 돌아가서 상황에 따라서 10%도 떨어질 수 있지요. 뭐 20%가 떨어지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꼭 금융상품 가입할 때 손실 얘기는 안하고 올라갈 얘기만 하더군요. 금융기관 직원은 "수익률이 높아서... 바꿀 집과 바꿀 차를 미리 생각해 두시라."고 밝은 미래를 예견까지 해 주시더라구요. 그런데 요즈음 찾아가보면 낯빛이 거의 퍼러둥둥 합디다. 잠깐 딴 얘기로 흘러갔는데, 이익도 한정해도 괜찮으니 반대로 손실도 한정된 펀드 만들어 주세요. 펀드가 깡통 난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가슴철렁 합니다. 고객들이 무한정 욕심으로 펀드 가입하는 것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두 번째. 물가상승을 따라잡는 펀드 만들어 주세요.

펀드 수익률이 몇 % 운운하는데,(이젠 감독기관에서 이런 것도 못하게 한다지요?) 실상 물가와 비교하는 자료는 잘 안보여 주시더라구요.그리고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물가가 더 올라버리면 다 소용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런 얘기는 절대로 안가르쳐 주더라구요.) 그래서 그저 물가 상승을 극복하는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면 만족하겠습니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물가가 더 올라가면 '꽝'이라는 것을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준다고 하는 믿지 못할 감언에 얼마나 많이 속았는지, 이제는 그 수익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얘기가 거짓말로만 들립니다. 공부들 많이하시고, 경험도 많으시고, 이 일에만 전념하고 계시는 분들이니 뭐든 못 만들겠습니까? 소박한 꿈입니다.

세 번째. 수수료는 수익률 올라갈 때만 떼는 펀드 만들어 주세요.

수수료 없는 펀드 만들어 달라는 억지 부탁을 드리는 파렴치한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즈음처럼 수익률이 거꾸로 타고 내리는데 수수료까지 떼어가는 것을 보니 부화가 치밉니다. 올라갈 때 두 배로 떼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수익률이 하락으로 기울 때는 수수료 안 떼도록 해주세요. 어짜피 그쪽에서 정하는데로 따라가는 입장이니 이런 부탁을 드립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분들이나 펀드를 파셨던 분들은 어김없이 항상 월급을 그것도 많이 받아가신다는데, 그분들이 정작 주인이라고 모시던 저같은 펀드 가입자들은 하락기에 얼마나 고통을 감내하는지 아십니까? 깡통들고 다니게 생겼습니다. 물론 직업이니 월급을 받으셔야겠지만, -40%의 수익률인데 억대연봉 기사는 너무 대조적이지요. 같은 펀드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인데, 그래서 조금은 공평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번째. 직원들에게 캠페인 걸지 않는 펀드로 만들어 주세요.

금융기관 직원들은 캠페인 귀재이라는 얘기라고 들었습니다. 새 상품만 나오면 많이 팔아야 하고, 워낙에 강력하게 목표를 추궁하니까 달성하겠다는 열정과 신념이 넘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여러 펀드 중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펀드보다는 회사나 직원들에게 유리한 펀드를 우선 판다는 속설을 깨도록 도와주세요.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금융기관들도 스스로가 자정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캠페인이 걸리면 고객보다는 회사나 직원에게 유리한 것을 권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뒷전일 것이라는 억측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셨죠? 직원을 흔들면 고객이 운다는 사실! 꼭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섯번째. 펀드 설명서는 큰 글씨로 아주 쉬운 문구로 만들어 주세요.

펀드 설명서를 이해하려면 금융공학 대학원 석사학위 정도는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쉬운 우리말도 있는데 어색한 외래어 표기로 잔뜩 갈겨 놓으니 그저 무식하지 않은 척 하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사인하라는데 사인하면서 덜컥 후회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서두르기는 왜그리 서둘러 사인하라고 하는지, 그렇게 가입을하면 가끔 우편으로 오는 운용보고서를 보더라도 도무지 모르는 말 일색입니다. 금융감독원도 힘을 잃었는지 그렇게 얘기해도 운용사들은 꿈쩍도 않으면서 "펀더멘털이 어쩌구 저쩌구" 합니다.  쉽게 해주시고, 큰 글씨로 돋보기 안보고도 보일만큼 인쇄물 만들어 주세요. 그정도는 어짜피 할 일이니 크게 돈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었다면 우리 시니어들에게 한 번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합니다. 뭐 숨길게 있어서 그리 작은 글씨로 하는지 이해가 안됩디다.

여섯번째. 펀드 이름도 알기 쉽게 만들어 주세요.

서울에 있는 아파트 이름이 왜 그리 어렵게 만드냐고 했더니 시골사는 시어미 못찾아 오게 하기 위해 그렇게 어렵게 만든다고 농담삼아 얘기합디다. 그런데, 펀드 이름이 다 그렇습디다. 거기다 1호 호 3호까지 붙여 놓으니 도무지 족보가 생각 안나는 격입니다. 내가 가입한 게 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사정이야 있겠지만, 우리나라 펀드가 너무 많다는 얘기도 연관이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신문기사를 한 번 보니까, 펀드가 실제로 미국보다고 많다지요? 운용하는 분들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게 몇 개나 될까요? 다 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일곱번재. 펀드 판 직원이 매주에 한 번씩 보고하라고 명령해 주세요.

펀드가 올라갈 때는 돈 더 가져오라고 거의 협박성으로 거의 매일 전화하다가는, 떨어질 때는 사무실 전화를 해도 받기 싫은 눈치이고, 회의라고 피하고, 교육 중이라고 피하고, 속시원히 대화할 기회조차 안 줍디다. 다들 그러는 것 아니라고 알고는 있지만, 인간적으로 떨어질 때 위로의 얘기라도, 희망의 얘기라도, 비관적인 설명이라도 듣고 싶은 심정을 이해해주는 직원으로 교육시켜 주시고, 고객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도록 강제하는 것 명령해 주세요. 사장님의 직무상 능히 하실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묻지마 펀드' 같은 펀드는 만들지 말아주세요

펀드를 운영하는 곳의 사장님과 펀드를 판매하는 곳의 사장님이 같은 분일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장님들은 봉급도 많이 받고, 배운 것도 많고, 직원들이 시키는데로 따라할 것이라는 생각에 될 일이지 아닌 일이지도 구분 못하는 수준의 펀드 가입자가 속 갑갑한 마음을 풀어놓아 봅니다. 옛날 '한국팔자' 펀드가 생각납니다. 그때 그것 가입하지 않으면 정말 무슨 일 일어날 줄 알았는데 가입하고 손해를 보니 그때야 정신이 차려지더라구요. 지금도 그런 형국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아무튼 펀드를 만들던 팔던 관련된 회사 사장님, 우리는 1300선과 38선도 구분 안되는 투자자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부터는 펀드회사 사장님들이 고민하신 결과가 나오기를 지켜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최근 펀드하락과 관련해서 이러 저런 불편심정을 가진 펀드 가입 시니어들의 하소연을 청원서처럼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런 펀드라면 시니어분들이 원하시던 펀드가 아닐까요?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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