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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071] 장기투자, 단기투자 맘대로 안되는 속사정

by Retireconomist 2008. 10. 18.

최근 증권시장이 하락의 급물살을 타면서 투자자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증권사, 투신사, 은행 심지어는 보험회사까지 고객을 제대로 볼 낯이 없는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증권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면 어김없이 모임이 열리는데 그 중에 하나가 증권사 사장단이 모임입니다. 모여서 무슨 얘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필요없을 정도로 수 십년 동안 거의 같은 얘기들을 나누십니다. 주제는 "증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수립"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증권회사는 직접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정책을 논의하고, 일부는 자율 결의로 '매도 자제' 같은 작은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수요촉발 정책을 건의 하는 등의 말씀을 나누게 되겠지요. 그래서 증권사 사장단 모임은 소위 총대를 매고 정책당국에 건의하는 모습을 포함해서 투자자들에게는 힘과 위로가 되는 아주 중요한 이슈거리입니다.

그 걱정때문에 모인 증권사 사장단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요?

주로 자율과 건의에 관한 것으로 크게 '주식 매수촉진 정책'과 '주식 매도 자제 정책'이라는 부분으로 대별됩니다. 주식 매수촉진 정책으로는 '근로자 증권저축 가입시 세제 혜택'과 같은 것은 참으로 여러번 활용했던 정책이었는데, 최근에는 '적립식 펀드 가입시 세제 혜택'으로 모양이 바뀔 것 같습니다. 직접 투자에 촉진에서 간접 투자 촉진.

그 다음이 주식 매도 자제 정책 수단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공매도 금지' 정책같은 것과 '주식 장기보유자 세제 혜택'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공매도 금지' 정책은 옛날에도 시행해 봐서 효과를 봤고, 요즈음 다시 부활해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고 있지요.

뾰족한 대책이 나와서 시장이 안정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가뭄이 든다고 하늘 비를 마음대로 내리게 하는 것이 어렵듯이 마음데로 안되는 일도 있지요. 최근 투신사에서 매도자제 요청을 받아 들이지 않고 초과 매도를 했다고 언론에 두들겨 맞은 적이 있지요. 약속을 안지킨 배신자처럼 되어 버렸지요. 그렇지만 투신사의 주식은 투신사 소유가 아니라 투자자 소유입니다. 투자자들이 환매요청을 하면 팔아야 합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당연히 주식을 팔아서 충당할 수 밖에 없는게 정상이치입니다. 그렇다면 투신사들에게 뭇매를 가한 언론이 잘못한 일이겠지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어짜피 손해는 보았고, 추가적으로 가입하면 세제 혜택이라는 미끼가 있으니, 기존의 펀드를 해약하고 다시 신규로 펀드 가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예견됩니다. 아마도 펀드를 판매한 직원들이 손실에 대한 미안함 마음에 이렇게 또 다른 형태의 권유가 유행할 것 같습니다.

'장기보유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 세제혜택을 검토하고 있답니다.

당장 매물화로 시장이 교란되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제 혜택'이라는 카드로 환매를 자제하도록 하면, 증권시장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손실율이 50%를 넘나드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그 작은 세제 혜택이 환매를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3년 보유하게 되면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수 십%의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펀드 가입이 증가해서 증권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니, 너무 상징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손실난 펀드에 대한 보상대책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아니면 시장 안정화대책이라고 해야할까요? 물론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은 또 다시 '세제혜택 펀드 판매 캠페인'에 내몰릴 것이 분명합니다.

"과연 장기로만 보유하면 손실이 회복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겠습니다.

장기 투자는 애국이고, 단기 투자는 범법자처럼 취급하는 투자자들을 향한 시선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등락폭이 30%를 넘나드는 것이 증권시장인데, 운좋게 하루에 30% 수익이 발생되면 당장 현금화 해야 하는 것이 이치 아닙니까? 반대로 주식을 샀던 날, 갑작스런 악재로 추가하락이 예상되면 당장이라도 팔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 시장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문제되는 투자 방법일까요?

투자는 '수익률'을 목표로 할 뿐, 꼭 '기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올 연초 높은 수익이 났던 중국펀드에 투자한 한 주부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납니다. 투자수익률이 70%까지 갔다가 하락하고 있을 때 기자가 만났던 것인데, "반드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장기 투자'에 돌입했다."고 하면서 "수익률 100%를 목표로 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바램은 그 분이 그 당시 인터뷰와는 상관없이 이익 실현을 하고 펀드 환매를 했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펀드 환매를 하지 않으셨다면 세제 혜택을 받으실 지 모르나, 이익이 손실로 반전되어 비자발적으로 더 오랜 장기투자를 향해야 할 지 모르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요?

'장기 투자'가 마치 투자의 정석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정책 당국의 생각처럼 당장의 시장 안정을 위해서 당장 매도를 막았으면 하는 바램은 이해하지만, 장기 투자 만이 정상 투자인 것처럼 강권하듯 보이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 결정하시기 전에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보시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기 투자 세제 혜택 말고, 오히려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투자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이익 목표가 되었을 때 실현을 해야하고, 손실 목표에 도달하면 손절하는 것이 투자의 정석입니다. 물론 증권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국민 동병상련이라는 것을 바탕에 깔고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누어보는 성의가 필요합니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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