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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아베 생각》 올해는 국화 순을 자르지 않기로 한다.

by Retireconomist 2008. 7. 21.


국화 / 안상학

제 목숨껏 살다가 죽음 앞에 이르러
몇 송이 꽃 달고 서리도 이슬인 양 머금다 가게


지난 가을처럼
꽃 욕심 앞세우지 않기로 한다.
가지 잘린 상처만큼 꽃송이를 더 달고
이슬도 무거워 땅에 머리를 조아리던
제 상처 제 죽음 스스로 조문하던
그 모습 다시 보기는 아무래도 쓸쓸할 것만 같아

올해는 나도 마음의 가지를 치지 않기로 한다.
상처만큼 더 웃으려드는 몰골 스스로도 쓸쓸하여
다만 한 가지 끝에 달빛 닮은 꽃 몇 달고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는 슬픔을 위문하며
서리라도 마중하러 새벽 길 가려한다.

위의 시는 모 투신운영사의 마케팅팀장이 시장리포트와 함께 보내주었던 것인데,
(받았다고 작가의 저작권에 침해가 없었다는 얘기지만)
꼭꼭 감추가다 오늘 내 블로그에서 풀어 놓기로 했다.
(물론 그의 시집을 방금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 복더위에 무슨 국화냐?"

우선 국화라고 봄에는 죽었다가 가을에만 살아나는 식물이 아니라는 것.
시심이 나와 '공감각적' 위치에 있다는 것
시인 안상학이 나와 같은 나이라는 것
그의 시집에 올려논 인사말이 참으로 와닿는 말이라는 것이다.

아배 생각(애지시선 020, 안상학 시집) 에 있는 시인의 말을 또 적어 본다.

지금처럼,
보고 싶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곁에 없다.
그들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거나
헤어진 사람들이거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거나
보고 싶어도 잘 만나주지 않거나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
사는 동안,
나는 나를 영원히 안 떠날 터이지만,
적어도 나 때문에는 내가 외로울 리 없겠지만,
언젠가는 나도 나를 버려야할 날이 한 번은 올 것이다.
미안하다,
혹, 나 때문에 외로운 적이 있었던, 외로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내 시집일랑 내가 내다버린 엄살덩어린 줄이나 알고
절대, 멀리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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