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Column

[금융주의보-045] 친절한 기업분석 보고서는 아직도 없다.

by Retireconomist 2008. 3. 11.

하루에 몇 십 포인트 씩 널뛰는 요즈음 증권시장, 이 험난한 폭풍우 속의 승객처럼 선장격 기업분석가(통칭 애널리스트라고 부른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폭풍우 속에 모든 승객들의 입장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그들 기업분석가들은 너무도 불친절하다.

기업분석가는 여러 산업이나 기업을 연구해서 연구보고서와 평가조사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연구보고서는 인쇄물로 배포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기본이다. 그런데 내용의 진위를 떠나 사용되는 용어가 문제이다.

증권시장의 하락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용어가 아직도 남발이 되고 있고, 증권회사의 창구에서 일반투자가를 대상으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브로커 마저 이들 용어를 거침없이 쓰고 있다. 이런 용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명쾌한 답변을 기다리는 심정에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보면, '벨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라는 문장을 보면, '기업의 수익에 비해서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한국말로 쓰여진 문장을 또 다시 해석해 주는 사람이 필요할 지경이다. '시장의 리레이팅이 진행될 것'이라는 문장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았지만 이에 버금가는 것만큼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또는 '시장 가치를 되찾아 갈 것이다.'라고 해석된다.

'주식을 사지말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을 '매매 타이밍을 길게 잡아라.'또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관망하는 입장에서 투자하라.'라는 표현으로 돌려버린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매매는 되어야 하니, 애매모호한 용어로 사지 말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돌려서 전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용어를 알아서 이해하는 투자자는 피해가고, 모르는 투자자들은 당하라는 뜻과 무엇이 다른가? 그래서 친절한 기업분석보고서가 없다는 것이다.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표현하면 이해할 말을 '제한적 범위 내에의 랠리가 기대된다.'라고 꼬아서 발표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기 힘드니 파는 것이 좋을 듯.'이라고 쓰면 바로 알아들을 말을 이렇게 쓴다. '비중을 축소하라.' 그 말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혼란스럽다. 몇 %로 줄이면 된다는 말인가?

가장 불친절한 기업보고서 중에는 '바텀업식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황진단이다. 바텀업을 영어로 쓰면 Bottom-Up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위 시스템부터 검사하기 시작하여 전체 시스템을 검사하고자 하는 검사 방법.'으로 검색된다.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는 '투자 종목 발굴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뜻이다.

남부럽지 않은 보수를 받는 기업분석가 (그들은 스스로를 애널리스트라고 부르고 짧게 끊어서 애널이라고도 하는데, 애널은 영어를 쓰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성인전문용어로 활용된다.)들이 내놓은 기업분석보고서는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어쩌겠는가? 그들이 전문가라고 하니 전문가들의 용어를 이해해야 시장을 이해한다고 하니. 최근 증권시장은 전문용어도 아닌 묘한 그들만의 영어사투리까지 이해해야하는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형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