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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095] 예금금리가 내려가도 대출이자가 줄지 않는 까닭

by Retireconomist 2009. 3. 28.

지난 가을부터 예금금리가 얼마동안 얼마나 내렸나요?

요즈음 금융권 대출이자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2%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5%에서 2%로 낮춘 결과다. 물론 이자는 줄었지만 예금금리에 대한 기대치의 절박성보다 대출이자에 대한 절박함이 앞서게 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닥쳐온 서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지난해보다 거의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 것으로 수치상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 대출이자부담도 같이 줄었는지 대략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어림치로 계산을 해보니 은행권의 가중평균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지난해 10월 연 7.58%에서 올 1월 연 5.63%로 2%포인트 정도 낮아졌습니다. 거기에 올 2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4조8천억원이었고, 2%포인트 대출금리 하락을 감안하면 연 4조5천억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정책은 경기침체기의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대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금금리 하락만큼 바로 대출이자를 내려주질 않았습니다.

금융권 대출이자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3%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 1월 말부터였고, 개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재조정이 시작된 것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되었습니다. 게다가 은행들이 CD 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과 대출의 차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보완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도금융권에서도 심지어는 징벌성 연체이율을 40%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이율이 지나치게 높아 일부 서민 가계는 저금리시대에 연체를 할 경우에는 가혹한 연체이율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3일 금융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의 연체이율이 시중은행은 최고 연 25%, 보험사 연 20%, 카드사 연 30%, 저축은행들은 연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연체이자 계산 방식도 아주 숨차게 늘어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대출자가 한 달을 연체하면 이자에 대해 연 17%, 두 달째부터는 원금에도 같은 연체이자율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석 달째부터는 연체이자율에 다시 가산금리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최근들어 은행권이 펀드 판매 부진 및 건설·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건비 증가, 이자마진 축소, 펀드 등 상품판매부진 등으로 1분기에 흑자를 기록하는 은행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 문제를 대출이자로 전가시키는 듯한 정책적 대응은 순전히 서민 가계에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제도금융권의 자구노력이 서민들에게는 각박하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예금금리가 내려도 대출이자가 같이 내려가지 않은 이때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대출은 새로이 일으킬 때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것입니다.@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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