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고 열흘쯤 지난 어느 날,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LG그룹 출입 기자를 찾았다. “망설이다 전화 드렸어요.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님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TV 드라마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사연인즉 이러했다. 전화를 걸어온 여성은 미국에서 광고·홍보 일을 하는 한나 씨. 지금은 인정받는 광고인이 됐지만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오늘은 없었을 거라며, 그녀는 구본무 회장과의 사연을 풀어놓았다. _<사랑받는 기업의 조건> 중에서
기업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 오너는 물론 직원과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윤을 낸다 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기업이 발 딛고 있는 공동체의 이익과 어긋나는 일이다. _<공동체를 위한다는 것> 중에서
1968년,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중남미로 수출한 라디오 케이스가 망가져 못쓰게 된 것이다. 그 제품의 생산은 락희화학이 맡았고, 금성사에서 이를 조립하고 포장해 수출했다. 당시 구자경은 락희화학 임원으로 플라스틱 케이스 생산을 책임지고 있었다. 락희화학은 금성사 쪽에 책임을 물었다. “도대체 포장을 어떻게 한 겁니까? 포장이 제대로 안 됐으니 운송 과정에서 부서질 수밖에요.” 금성사는 락희화학의 잘못이라며 맞받아쳤다. “애초에 케이스를 충분히 강하게 만들지 못한 탓 아닙니까” 구인회 창업회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구자경은 금성사 임원과 크게 다퉜다. 회의는 결국 괄괄한 성격의 금성사 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끝이 났다. 그런데 구인회가 따로 불러 크게 꾸짖은 사람은 금성사 임원이 아니라 아들 구자경이었다. “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고로 덕 있는 지도자는 싸울 때도 인화를 생각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그룹을 이끌어가겠느냐!” 그즈음 외부에서는 금성사 임원이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총수의 장남과 회의 석상에서 맞붙은 것도 모자라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인사는 예상을 빗나간 것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락희화학 임원이던 구자경은 금성사 부사장으로, 그 금성사 임원은 락희화학 부사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다. -<엄한 교육의 힘> 중에서
오너가 모든 일을 틀어쥐고 있으면 사업도 그 한 사람의 시야 이상으로 뻗어 나가기 힘들다. 제대로 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는 직원들 역시 자신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좋은 인재가 오래 머물지 않는 기업이 계속 성장해나가기는 어렵다. _<알아서 하시오> 중에서
LG에서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있었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런 잡음이 전혀 없었다.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 덕분이다. 또한 인화를 강조하는 오랜 문화 덕이기도 하다. LG는 경영권 승계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동업자에게 계열사를 떼어줄 때도 분란이 없었다. 2000년대 초 GS그룹과 LS그룹의 계열분리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현상이었다. 인화, 사람이 서로 화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LG의 문화가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다. _ <인화, 서로 어울리며 화목하게> 중에서
LG에서 임원이 되기 힘든 것도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LG에는 임원에 오르지 못한 고참 부장들이 다른 대기업보다 많다. 임원과 부장 사이에는 다른 기업에는 좀처럼 없는 ‘담당’이라는 직위가 따로 존재했는데, 임원이 되기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사람을 함부로 자르지 않아 안정감을 주면서도 성과에 확실한 보상을 하면, 시키는 일만 하지 않는다. 직원들 스스로 열심히 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전자와 화학에서 LG 계열사들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안정과 경쟁, 상반돼 보이는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_ <사람,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 중에서
기업은 새로운 경영론이나 조직관리 기법의 실험실이 아니다. 파격적인 의사결정은 조직 전반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70여 년간 성장해온 LG는 대부분 변화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왔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는 변신을 주저하지 않았다. _<럭키금성이 LG가 된 까닭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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