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야스가 히데요시를 공모해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부하들이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강력하게 진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결코 암살을 꾸미지 않았고, 천하는 그런 잔계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센고쿠 시대의 무장에게 정면으로 맞서 당당하게 싸우는 것은 악이 아니라 선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에야스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훌륭한 인간이었고 ‘의리의 사나이’였다. 이에야스 스스로 깨달은 것인지 모토나리와 같은 선배들에게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토나리가 남긴 교훈, 즉 알 수 없는 운명의 지배자에 대한 경외심과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태도는 어떤 면에서는 현대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_41p
‘보통 사람은 따를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배경을 잘 살펴보면 이에야스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첫째 이에야스는 자신보다 힘이 강한 자에게는 당연히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젊은 날에는 이마가와를 따르고 이후 오다에 복종했으며 이제는 히데요시를 따른다. 그리고 일단 따르기로 했다면 그에 맞게 상대방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그런 만큼 자기보다 약하면서도 자신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일종의 증오심마저 느꼈던 듯하다. 요도기미와 히데요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에야스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력하다고 판단하는 한 동요하지 않았다. 이에야스가 문제 삼는 것은 오로지 무력뿐이었다. _161p
이런 이에야스의 인사 처리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간핫슈는 통일적인 법제도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이칸은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에야스의 옛 영지 5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한 사람이 통일적인 민정과 개발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려는 발상임과 동시에 이에야스가 이나 다다쓰구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 그 자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그 재능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것이 이에야스의 인사 방침이었다. 그는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를 함께 두면 유능한 자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믿었다. _167p
이에야스의 ‘학문 사랑’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긴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만년에는 확실히 학문광 같은 면이 있지만 유년시절부터 학문을 즐겼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문제는 이 ‘학문’의 정의다. 만일 당시의 ‘학문 사랑’이 한시를 짓고 와카를 읊으며 렌가를 즐기는 취향을 뜻한다면 이에야스는 그런 종류의 ‘학문’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_185p
이에야스가 당시 사람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에야스의 이런 재능을 싹틔우고 자라게 한 힘은 무엇일까?
우선 이에야스는 ‘가이도 제일의 활잡이’로 전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지휘자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에야스가 자신의 무용을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스스로 이에야스의 무공과 지휘 능력에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다음은 통치력과 부하들을 이끄는 통솔력이다. 이것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간토 영지 이동과 또 새로운 봉지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지배권 확립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세 번째가 그의 재정 능력이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이에야스 세 사람 중에 이에야스는 화려한 것을 싫어했으며 가장 검소했다. 구두쇠나 다름없었지만 세 사람 중에서 재정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자는 이에야스였을 것이다. 이 능력 또한 결코 과시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은연중에 주위에 영향력을 미쳤다. 조선인 포로 강항의 이에야스 평가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능력을 키운 바탕이 바로 그의 ‘학문’이었다. 그는 결코 당시의 교양주의적 학문에 얽매이지 않고 배워야할 것과 그것을 배우고 또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했다. 바로 그것이 그의 특성이었으며 천재적인 점이었다. _187p
……나 이에야스 젊어서 미카와 절반을 소유하고 그 후 큰 인물이 되어 지금은 간핫슈의 슈고가 되었다. 지금 일본 전국에 모리 데루모토와 이에야스만큼 영지를 가진 다이묘는 그 누구도 없으리라. 하지만 금은이라는 물건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은이 부족하면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우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만, 금은을 모으려면 수입이 늘어야하고, 수입만 늘리려 하면 사람을 가질 수 없다. 허나 사람이 없으면 나라의 방비가 약해지며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람도, 금은도 많이 가지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는가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_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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