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한껏 낮아진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 기회도 축소되고 성공 체험도 맛볼 기회가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요즘 들어 인연이란 이름으로 뭉치고 챙겨주던 시절이 지나갔다고 한탄할 정도이다.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같이' 할 때 ‘가치'를 느끼는 생명체이건만, 낮은 생존의 기회는 지금까지의 적자생존보다 더 격화된 양상이 표출되고, 수명 연장에 따라 경쟁 기간도 길어지면서 소외된 이들에게는 피로, 우울, 단절 등 사회적 병리 현상까지 표출되는 슬픈 현실이 연출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젊은 남성의 희망 중의 하나였던 자동차 선호가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면허증 보유 숫자가 이를 증명하는데, 1998년 전체 일본의 면허증 보유 인구는 1,842만 명이었는데, 2007년에는 1,434만 명으로 줄었고, 평균 80%를 보유하고 있는 30~60대에 비해서 20대의 면허증 보유율이 56.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대는 자동차가 가진 효용보다는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버블 붕괴와 불황의 충격을 목격한 20대는 풍족한 소비보다는 아끼는 저축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단카이 세대를 중심으로 집중된 시니어의 스포츠카의 구매와 보유 현상이 주니어 20대의 상대적 박탈감과 격차 심화의 갈등사례로 거론된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거칠게 개척하고 돌파하면서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이제껏 겪지 못했던 성공을 체험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괄괄하고 저돌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의 시니어에게 밀려 유약한 소극적인 주니어가 더욱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만난 젊은 16~17세 직장인 / 사진. 김형래]
그런데 지난 5월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더욱 확신이 선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에 있는 에모리대학의 심리과학자 에밀리 비앤키(Emily Bianchi) 교수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 메일(www.Dailymail.co.uk)’을 통해서, 경기 침체기에 성장한 젊은이들이 덜 이기적이고 덜 자기중심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에밀리 비앤키 교수 연구팀이 지난 1930~1994년 사이에 출생한 3만 5천 명을 상대로 3개의 대규모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얻어낸 결론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황 시절 쉽게 돈을 버는 시절만 거쳐 성인이 된 시니어 세대와 불황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주니어 사이의 성격이 확연하게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니어는 본인 능력이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면서 잘난 체를 하고 오만하고 무례하며 남에 대한 배려도 없는 독선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바가 크다.
반면 10대부터 20대까지 불경기를 경험한 주니어는 상대적으로 겸손하고 너그러운 성격을 갖게 되며, 불경기로 인해서 늦은 시기에 취직이 되고 또 젊은 시기에 해고당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서 자아도취와 특권의식을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독한 시니어에 비해서 물러터지게 보이는 주니어에게는 남들에게 관대하고 배려심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겪은 뒤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이다. 에밀리 교수팀의 조사에서 성격 형성과 가장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 것이 ‘성장할 당시의 평균 실업률’이라는 것인데, 장기간 동안 대규모로 조사된 것이라 신빙성을 높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고 보니 경기호황기에 성장한 시니어는 아직도 왕성하게 직업 유무와 관계없이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계절에 관계없이 도서관에서 꼼짝없이 취업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는지 주니어의 활동성에 걱정스러운 생각마저 든다.
혹자는 이러한 배려심 깊고 양순해진 주니어의 성향 변화가 조사된 결과를 두고 경기 침체기의 위로 거리라고 하고 있지만, 젊은 시절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피의 온도로 보아서 어찌 이 사회가 주니어의 억제된 현실 때문에 생긴 배려심 높아짐만을 칭찬해야 할 것인가. 순리에 따라 미래를 주니어에게 이양하는 역사적 이치와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간곡히 기대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현재 내려진 조사결과와는 반대로 ‘독선적인 주니어, 관대한 시니어'가 되어도 좋으니,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경제 걱정을 해본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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