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엄청나게 낮다. 로또 복권의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 반면 연금복권의 당첨 확률은 315만분의 1로 약 2.6배 높다. 단 살다 벼락 맞을 확률은 180만분의 1, 연간 40번 골프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은 3만 3천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야말로 로또 복권이나 연금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번개를 몇 번이나 맞아야 할 정도로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이성적 판단의 기준인 확률로 따져보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기회이니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또다시 복권을 다시 사지 않는 것이 정상인 판단일 것이다. 과연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복권을 다시 살까? 아니면 안 살까?
국내의 복권당첨자의 복권 재구매 비율을 찾고자 했으나 통계적으로 잡힌 것이 없던 차에 금융 칼럼니스트인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가 지난 2007년에 쓴 책《당신의 돈과 당신의 두뇌 (Your Money and Your Brain)》에서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최하 1백만 달러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당첨자의 82%가 횡재를 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복권을 산다고 한다.
[과일가게 주인장께서 빵으로 끼니을 때우고 계시다 /사진. 김형래]
복권 당첨자가 그 낮은 당첨 확률의 복권을 계속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이슨은 그의 책에서 ‘당첨의 짜릿함을 한번 맛본 사람은 그것을 다시 얻기 위해 승산 없는 확률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썼다. 그는 경제학에 의료의 한 부분인 신경학과 결합하여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이라는 영역을 통해서 답을 찾아갔다. 연구 결과 ‘측위신경핵(Nucleus Accumbens)’ 영역이 가장 활발히 요동을 칠 때는 ‘강력한 보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동안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당첨되었을 때보다 당첨될 것을 기대하는 때에 즐거움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예측이 실제로 돈을 버는 자체보다 더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종목의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할 때 쾌감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막상 주가가 오르면 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한 흥분은 오히려 줄어든다. 돈을 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만큼 강한 짜릿함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비단 돈과 관련된 것을 비유하기보다는 학창시절 시절 봄 가을에 있었던 ‘소풍’과 연관 지으면 쉽게 연상이 될 것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소풍 전날 사이다와 삶은 달걀을 ‘니꾸사꾸(リックサック, Rucksack)’에 채워 놓고, 아침에 고슬고슬한 김밥이 ‘나무 도시락’에 얹혀질 것을 상상하면서 기대했던 것이 훨씬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대략 10리 정도 먼 길을 걸어야 했기에 다리가 아팠고, 갑작스러운 과식의 후유증인 배탈로 고생했던 아픔으로 소풍 당일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이슨의 이와 같은 기대에 대한 심리와 관련해서 원숭이나 사람을 이용해 측위신경핵을 관찰한 과학자들이 여러차례 증명한 바 있다. 목마른 원숭이에게 주스를 줄 때 사전에 간단한 도형을 보여주는 실험을 한다. 사각형이 나오면 맛있는 주스가 2초 후에 나오고, 삼각형이 나오면 주스가 나오지 않는 식이다. 그러면 원숭이는 주스를 먹을 때보다 사각형 도형이 제시되었을 때 측위신경핵에 더 큰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주스를 먹지 않더라도 이미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짜릿한 행복감은 보상이 주는 만족을 만끽할 때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이슨 츠바이크의 표현처럼, 국화를 꺾을 때보다 가시 돋친 장미를 꺾을 때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며 이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가 경기회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예를 들어 올해 내로 여러분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지난 2007~2008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높은 가격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불구하고 상승 전망에 당신이 골몰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장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주는 짜릿함을 즐기는 신경 경제학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어찌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가능성은 복권의 당첨 확률보다 훨씬 높다. 신경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아서 당첨 확률이 높기에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예측에 대한 열망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인내하면서 견딜 수 있는 기대치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DTI가 되었든 LTV가 되었든 경기를 회복 시기키 위한 정책은 나라에서 정하고 추진할 터인즉, 우리는 장밋빛 환상으로 인내하고 있을 것이니, 제발 인내의 기간이 짧아지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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