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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17] 성인자녀 독립시키는 묘책, 지원의 한계를 긋자

by Retireconomist 2014. 7. 25.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서 의미 있는 제2의 사회활동을 도우려는 관심은 정부나 민간이나 공동의 책무이자 초미의 관심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젊은 시절에 맞벌이로 생활했던 B 씨는 항상 자녀의 양육에 소홀히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을 거둘 수 없는 심정으로 감성적이 되어버리는데, 최근에는 그런 마음이 더욱 심각해져 온다. 나이 서른둘인 외동아들은 휴학과 복학을 밥 먹듯이 하면서 대학을 아직도 8년째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공부에 스펙 쌓기를 비롯한 합당하지 않은 이유는 없었지만, 서로 바쁘게 현실에 급급한 생활을 오랫동안 지켜왔기에 미래에 대해서 걱정스런 얘기를 나눌 만큼 가까운 대화도 나누지 못했던 터라 불쑥 심각한 얘기를 꺼내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손님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아내를 통해서 들은 아들의 미래는 아빠가 원하는 전도유망한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하는 것인데, 다니는 학교도 국내 유수의 명문인데다 성적도 좋은 편이라서 걱정하지 말라는 전언만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B 씨는 자주 볼 수 없는 아들의 선전에 늘 기대와 희망으로 일관된 시각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B 씨는 아내를 통해서 그 전도유망하게 빛이 되어주던 아들이 취업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커피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바리스타 유학’을 떠나겠다며 유학자금을 요청해왔다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 졸업 유예를 해둔 상태로 열심히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던 아들의 전격적인 방향전환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 자녀의 독립까지 안심할 수 없는 요즘 시니어 세대 / 사진. 김형래


B 씨는 어느 날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기로 했다. 대기업의 임원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지 2년이 되어 사회적 현장 감각은 잃어가고 성공확률도 극히 낮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들이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오면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다가 물려줄 생각이다.


단 한 번도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본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프라이팬을 들어본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주방에서 요리라곤 해 본 적도 없었던 B 씨는 두려움과 어색함이 가득한 외식업에 뛰어들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오로지 자식의 미래에 도움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아버지의 부성애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 얘기가 생소하고 특이한 소설 같은 일이 아니었다. 지난 수요일. 단, 하루 동안 B 씨와 거의 흡사한 배경을 가지고 자녀의 독립을 돕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가 먼저 창업을 해서 안정시킨 뒤에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분을 네 분이나 만날 수 있었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막상 닥치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B 씨는 아내를 통해 지출된 아들에 대한 지원금 규모를 듣고는 은퇴준비를 위한 유동성 자금의 거의 모두를 소진한 것으로 알게 되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는 사실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받은 조언은 ‘적당선'을 사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B 씨는 외동아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50대 가구는 31.7%에 달한다. 60대까지 합쳐도 28.6%다. 문제는 다 큰 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들은 함께 사는 성인 자녀 한 명에 월평균 90만 1,000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일하며 쌓은 국민연금을 자녀의 생활비로 쓰는 격이다.


장수가 축복만은 아니라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된 것과 마찬가지로 성인 자녀 (Big Boy)에 대한 위험도 이제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수없이 다른 배경을 두고 본다면 성인 자녀를 독립시키는 묘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은퇴 시니어의 공통의견이다.


학자금뿐만 아니라, 결혼 자금에 이제는 독립 자금까지 지원하고 사업체까지 준비해서 미래를 돕겠다는 부모 마음이야 능력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부모의 능력이 무한하지 않다면 묘책을 세워서 한계를 분명히 그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는 성인 자녀를 독립시키자는 사회적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형국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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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24/20140724008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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