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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조선의 9급 관원들》 하찮으나 존엄한

by Retireconomist 2013. 4. 23.

통사에게 시험보다 괴로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역원에서 그 나라 말만을 쓰게 한 규정이었다. 당시 조정에서는 중국말에 능통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말하기는 발음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에서만 공부하니 발음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서 중국어를 10년이나 공부한 사람보다 사신으로 중국에 두어 달 다녀온 사람이 더 낫다는 평이 있었다. 이런 문제의 근원은 통사들이 사역원에서만 마지못해 외국어를 배우고, 평소에는 우리말을 쓴다는 것이었다. 해법은 하나. 사역원에서 외국어만 쓰게 하는 것. 마치 어학연수원에서 하루 종일 영어만 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지켜지는지 정기적으로 검사를 했다. 만약 우리말을 쓰면, 한 번부터 다섯 번까지 걸린 횟수에 따라 처벌하엿다. 특히 다섯 번을 위반하면 해임시키고 1년 이내에 다시 등용하지 못하도록 했을 정도로 강력한 규정을 적용했다. 


이러니 통사들은 사역원에 출근하기를 싫어했다. 사역원 책임자는 날마다 출근부 이름 밑에 출근 여부를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한 달에 3일 결근하면 데리고 다니는 종을 가두도록 했다. 한 달에 15일을 빠지면 벼슬길에 나가는 시험을 보지 못했다. 1년에 30일 이상 결근자는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실제 직책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 본문 25~26쪽 


일을 한다는 것이 의무가 되면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중세시대의 하층 계급인들의 잔혹한 일상을 다룬 <불량직업 잔혹사>에서도 다른 나라의 직업세계를 조망하는 비교 문화를 통해서 통렬하게 느낌을 받아올 수 있는 교양서로 생각된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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