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enico_Ghirlandaio (1449~1494) , An_Old_Man_and_his_Grandson]
노인의 역사는 가능한가?
우리 시대는 분명 노인들에 대해 커다란 흥미를 보이고 있다. 노년에 대해 지금처럼 많은 질문이 제기된 적도, 노인들에게 이처럼 큰 관심을 표명한 적도 없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조르주 미누아는 『노년의 역사』에서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성찰하기 위한 귀중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문학과 예술은 물론이고 고대의 의학 서적, 묘비명, 중세의 각종 기록들, 교황과 왕에 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에서 시작해서 ‘근대의 입구’인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서양 역사에서 노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조명한다. 이 책과 더불어 노인은 비로소 온전한 역사의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는 셈이다.
역사를 통해 살펴본 노년의 다양한 이상
저자는 노년에 대한 이상과 전형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노인들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봄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인간 조건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끈다. 또한 사회와 가족 형태의 변화, 정치 ․ 경제 ․ 종교 등 다양한 역사적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다룸으로써, 노년이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수많은 요인들이 사회 속의 노년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아름다움과 힘을 찬미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노인들의 위상은 보잘것없었다. 중세의 노인들은 성수를 뿌리고 칼을 잡고 괭이를 들고 셈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직분을 수행했으며, 사실상 은퇴를 하고 물러나 쉬는 노년기란 존재하지 않았다. 14세기 이후 노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자, 노인에 대한 비판도 다시 일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그리스 ․ 로마의 이상이 복권되고 젊음에 대한 찬가가 울려 퍼졌지만, 실제로는 이때만큼 노인들이 활발히 활동한 시대도 없었다.
‘노년의 황금시대’란 존재한 적이 없으며,
모든 문명은 이상적인 노인상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노인들을 판단했다.
“모든 문명은 전형으로 삼는 노인의 모습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노인들을 판단한다. 그 전형이 이상화되면 될수록 사회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잔인해진다. 이러한 경향이 역전되지 않는 한, 노인들은 진정으로 집단에 통합될 수 없다. (…) 추상적인 원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노년에서 출발할 때 사회는 비로소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과학과 심리학, 노인 의학의 발전이 필요하다. 노인들을 연구하고 사회가 그들의 요구에 발맞추어야 하며,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노인들에게 신체적인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43쪽
조르주 미누아의 이 탁월한 저서는 역사 곳곳에 묻혀 있는 노년의 모습을 망각에서 구해낼 뿐만 아니라,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으로 살아가게 될 우리 모두에게 과연 진정한 노년이란 무엇이고 사회는 노년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여생’이 아닌, 생의 일부이자 그 완성이 되어야 할 노년을 역사상 처음으로 마주한 우리 시대가 시급히 답해야 할 물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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