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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우울 사회의 소비 심리학 <행복한 사람은 쇼핑을 하지 않는다>

by Retireconomist 2012. 11. 2.



우리 사회에는 우울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울함이 절로 느껴진다. 문제는 그 우울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 상처와 같은 우울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 깊숙이 자리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우울함을 극복하는 것은 단지 개인이 혼자 스스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우울함 속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모든 이에게 우울함을 던져 주는 이 시대에 우리는 매 순간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의 물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4-5쪽) 


기분이 우울하거나 일상이 답답하다고 생각될 때 기분 전환 삼아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구두를 사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가족과 쇼핑을 하러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면서 잠시 지금을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도 아니면 그냥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하고 자신의 기분을 모른 척하고 외면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와는 반대로 우울하고 답답할수록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고, 나를 갈고 닦아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야지’라며 긍정적인 자세로 공부하기도 하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기도 한다. (중략) 이런 우울 해소법은, 우리가 흔히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들일 뿐이지 그다지 거창한 방법이 아니다. 허브 차, 인삼 제품, 술, 커피, 요가, 책, 마사지, 음악 등은 주변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32-33쪽) 


우울 소비사회는 우울을 소비를 통해 해결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소비가 우울이라는 정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서나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행위로 100%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울의 완전 해소보다는 일시적 해소 또는 부분적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가 중심을 이루게 된다. 그럼 어떻게 소비행위는 우울을 일시적, 부분적으로 없애는 것일까? 가장 빠르고 효과가 큰 방법은 소비를 통해 우울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상태를 잊게 하는 것이다. 시험 때문에 우울하다면 시험을 봐야 하는 이 상황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이다. 대출 갚는 것 때문에 우울하다면 돈 걱정 없는 판타지를 잠시 맛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매일 우울함 속에서 산다면 극복 방법은 비일상을 체험하는 것이 될 것이다. (58-59쪽) 


이케아, 유니클로, H&M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다. 단지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오히려 품질을 약간 낮추고 디자인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런 점포들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까? 그곳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냥 사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이들 매장은 이미 물건을 사고파는 매장의 의미를 넘어 일종의 ‘놀이동산’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진출 예정인 이케아 매장을 가보면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 잡화가 가득하다. 그 때문에 아이들도 재미있어하고 넓은 매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지겹지 않다. 그러다가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케아 매장이 고객에게 주는 가장 큰 인상은 바로 비일상의 느낌이다. (78쪽) 


지금 40, 50대 남성이라면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뭔가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을 것이다. 껌 종이부터 시작해서 딱지, 우표, 외국 동전, LP 레코드판까지. 여성들은 다방이나 레스토랑의 성냥갑이나 컵 받침을 모으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질구레한 것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 하나둘씩 모으는 것이 당연했다. 그만큼 당시는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않았고, 젊은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을 살 만한 능력이 없었다. 수집품은 요즘으로 말하면 블로그나 트위터같이 내가 무엇을 했고 어디 갔었고 하는 기록을 남기는 로그log이기도 했고, 자신을 타인에게 보여 주는 소재이기도 했다. (중략) 우울 소비사회에서 사실 수집을 하는 행위인 컬렉션만큼 확실하게 우울과 불안 등을 없애 주는 것은 없다. 잘만 하면 미래의 경제적 불안도 없앨 수 있다. 현재의 무료하고 답답한 일상도 수집품을 바라보고 즐기면서 잊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아이덴티티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손에 넣고 싶었던 물건을 찾아내는 과정도 두근거림을 준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이다. (106-109쪽)


우울 소비사회에서 우울은 없애야 하거나 경감시켜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소비사회인 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울한 기분이라는 문제가 생기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영화, 소설, 만화, 게임 같은 콘텐츠, 허브 차나 커피와 같은 음료, 맛있는 음식, 마사지, 요가, 여행상품 등이 이미 쉽게 손이 닿는 곳에 널려 있다. 게다가 쇼핑몰, 놀이동산, 삼청동 등 우울을 경감시키거나 망각시켜 주는 공간도 주변에 많다. 근본적인 우울 원인의 해결을 위한다면 컨설팅이나 카운슬링을 받거나,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면 된다. 이것도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다. 

생산적인 노동을 통해 우울을 해소하고 경감시키고 싶다고? 그럼 주말농장 텃밭에 나가 토마토와 배추를 기르면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말농장 텃밭을 분양받고, 농기구를 사고, 토마토와 배추 씨를 사야 한다. 우울 때문에 뭔가를 하려고 하면 뭔가를 사고 쓰는 소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193쪽) 


우울이 없는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울이 있는 지금 이 시간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우울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이지만, 내가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우울이라면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가끔 우울을 의식적으로 느끼게 되더라도 너무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으며, 우울이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과도하게 느낄 필요도 없다. 우울에 익숙해지는 첫 번째 단계는 우울에 내가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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