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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원자바오는 ‘녹색고양이’를 좇는다 [10년 후 중국]

by Retireconomist 2005. 4. 23.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골고루 존재한다. 무역진흥공사 중국지역본부의 박한진 차장이 쓴 이 책은 중국 경제의 몰락을 예측하거나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섣부른 전망보다 현재 중국 실물 경제의 흐름을 소개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할 뿐이다.

최근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녹색(green)고양이론’부터 시작하자.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론에 이어 최근 등장한 신조어다. 환경과 자원을 생각하며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자바오 등 중국 지도부가 작년부터 들고 나온 정책기조의 변화다. 구체적으로는 수출 확대를 위해 채택한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제도가 점차 취소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본다. 맹목적인 수출경쟁을 바로잡아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판다현상’은 신세대가 이끄는 소비를 가리키는 용어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양산된 외동아이들이 집안의 의사결정권을 장악한 현실을 반영한다. 시장 조사기관 ‘영점조사(零點調査)’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선 5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가 가정 내 의사결정권의 32%를 행사했다. 이에 따라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옷·신발·액세서리 등 의류, 전자사전, 가방, 필기구 등 학용품, MP3플레이어, 온라인 게임 등 오락용품이 유망하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현장 전문가답게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구슬꿰듯 제시한다. 홍콩 맥주업체인 샌미구엘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알코올 함량 4.5%의 샌미구엘 라이트를 출시하면서 ‘게릴라 마케팅’을 펼쳤다. 기존의 TV광고 대신, 화면 보호기나 마우스 아이콘으로 쓸 수 있는 사이버 캐릭터를 개발해 인터넷에서 유포했다. 결과는 대성공. 젊은 네티즌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7년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37%에 달했던 에릭슨은 다음해 25%로 줄었다가 10%(1999년), 5%(2000년)로 추락했다. 제품의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나 노키아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벨소리·음악·게임·사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데 반해, 소비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기업들이 IT와 첨단 부품 위주로 수출 품목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IT를 비롯한 하이테크 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제2선 도시’(지방 중소도시) 육성 정책에 발맞춰 이 지역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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