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근대적 은행제도가 도입된 것은 일본의 제일은행 부산지점이 개설된 1878년.
그때가 고종 15년으로 일본과의 교역이 비교적 활발한 부산지역에서 환전과 보관업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많은 금융서비스가 부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상업은행으로는 1897년에 설립된 민족계 한성은행(漢城銀行)입니다. 이른바 예금, 보관, 대출 등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은행이 개인들을 고객으로 대출해주기 이전까지 원조 대출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주 간단한 과거를 거래행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금전대출은 개인간에 있어 왔습니다. 은행이 우리나라에 보편화 된것이 100여년에 불과한 것이 확인되고 있지요, 그렇다면 그이전 우리네 대출은 개인끼리의 거래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 해 금융위기 이후에 은행은 대출업무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바람에 개인들이 돈을 빌릴 곳을 찾지 못하고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IMF 시절, '보증사절'을 가훈으로 삼을 정도로, 서민가계에 빚보증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만들었었습니까? 보증을 안 해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끈끈했던 인간관계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개인간의 보증 인심은 아예 사라져 갔고, 급기야 개인보증 대출은 역사적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10여년만에 또 다시 신용도 낮고 담보 부족한 개인들은 대출 받을 곳이 제도권에서 사라지고 상황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얼마라도 급전 대출은 개인 간에서나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해 말부터 미국에선 이러한 대출 제한의 극복 대안으로 개인간 금융대출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원리는 돈이 필요한 개인과 돈의 여유가 있는 개인을 온라인 회사가 인터넷을 통해서 연결해 준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기업이 렌딩 클럽(Lending Club), 프로스터(Prosper), 론이오(Loanio), 버진 머니(Virgin Money), 그린노트(GreenNote), 파이낸즈(Fynanz)와 같은 온라인 회사들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있습니다.
은행을 활용할 수 없는 개인들은 소위 말하는 P2P(Peer to Peer, 개인 대 개인) 거래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은행 대출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됩니다. 동시에 돈을 빌려준 개인들은 현재 은행에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두 자리 숫자의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P2P 대출거래 서비스의 성적은 훌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론이오(Loanio)가 P2P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첫 주에 1,000명 이상이 가입 서명을 했고, 또 다른 P2P 대출 사이트 렌딩 클럽(Lending Club)은 18개월 동안 2천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합니다.
퍼스트어게인(FirstAgain)이라는 한 인터넷 대출회사는 오로지 차용인의 상환 기록과 소득만을 토대로 개인에게 최대 10만 달러(한화 약 1억3천만원)까지 빌려주는데, 담보는 필요 없으며, 신용평가기관의 보고서에 의존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퍼스트어게인(FirstAgain)은 신용조사결과가 믿을 만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불량 대상자를 회피하기 위해 최신 부정사용방지 기술, 소유재산 신용평가 알고리즘, 그리고 상식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은행의 신용평가 전문성을 의심한다는 대목입니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개인간 금융 분야에서 1억 달러를 취급했다니 과히 은행의 대안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최대 P2P 대출 사이트는 온라인 경매 시스템을 활용하는 프로스퍼(Prosper)입니다. 회사는 대출자로부터 2~3% 정도의 수수료를 1회 징수하고, 대부자에게서 1%의 연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대부자는 자신들이 허용할 수 있는 최저 이율을 제안함으로써 대출금 입찰이 이루어집니다. 프로스퍼에는 80만 명의 회원들이 있으며, 최고 25,000달러(한화 약 3천2백만원)까지 대출 요청을 승인한다고 합니다. 2006년 2월부터 1억5천만 달러의 대출금을 취급했으며, TV와 라디오 광고를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P2P 대출사이트에서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 발생되는 손실도 잘 감당하고 있답니다.
대부자들은 거래를 할 때마다 50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내며, 대출금은 이러한 수많은 대부자들의 소액을 모은 것이기에 위험을 내부적으로 소화한다고 합니다. 대부자들은 한 번에 큰 돈을 입찰하기보다는 여러 명에게 입찰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위험이 분산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출자들이 한꺼번에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대출자와 대부자 모두 약간의 절차를 거쳐 책임을 다하는 계약을 해야하겠지요.
이러한 개인간 금융대출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직접 빌리지 않고 대출 사이트를 통해 부모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떳떳하게 빌릴 수 있고, 정확하게 갚으면 신용 실적도 쌓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출자는 세금에서 융자금 상환이자를 공제받을 수 있고, 대부자는 자본이득을 상쇄하기 위해 연체된 원금을 자본손실로 공제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 대출을 막고 있는 사이에 P2P 대출 서비스가 뉴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대출 여건이 급속히 변화했고, 전통 은행들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의 대출 요청까지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몇 년에 걸친 개인간 금융대출의 활동은 은행이 만들어낸 공백을 채우면서 경제 활동을 활성화할 것입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담보대출이나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P2P를 통한 자금을 더 많이 활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사업은 규모 면에서 기존 은행과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감독기관은 뒤따라 리를 규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뒷북을 치며 쫓아오겠지요.
무엇보다도 은행이 대출을 풀어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빨리 살아나기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제빨리 헤아려 대응하고 있는 P2P 대출서비스 같은 고객지향적 비즈니스가 도입되어 고객들이 금융기관을 선택적으로 거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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