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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020] 금융 전문가라면 소신 있게 말해주세요.

by Retireconomist 2007. 12. 3.

시니어 고객님께서 너무도 많은 경험으로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시황전망에 관한 얘기입니다.

참으로 요상한 일 중에 하나가 아침에 일어나시면서 TV를 보시거나 라디오를 켜시면 뉴스의 첫머리에 항상 미국시장의 주가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기름값이 어떻게 되었는지 하는 뉴스를 접하게 되시죠? 언제부터 남의 나라뉴스를 먼저 들어야 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좋던 싫던 간에 그 뉴스가 지나야 오늘의 날씨도 들려주고 다른 사건사고 뉴스도 전해주고 합니다. 그것이 제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내가 원하는 뉴스만 전해주는 그런 라디오는 없는지……

어쨌든 오늘은 남의 뉴스를 먼저 들어야 하는 불편을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황에 대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대체로 아침 뉴스는 미국 주가가 떨어진 이유 또는 올라간 이유를 설명하고 그 중에서도 그날 크게 뉴스가 된 대표기업의 주가얘기, 그리고 앞으로 시장 전망을 얘기하는 순서로 뉴스를 풀어나가지요? 어느 방송이나 크게 틀림이 없습니다.

여기서 내용전개의 순서가 아니라 왜 애매하거나 좋은 얘기만을 늘어놓는 시황 전망을 오늘의 도마에 올려 놓겠습니다. 그리고 촉구합니다. 이제는 바꾸어 주세요.

첫 번째. 시니어 고객 분들은 소신 있는 시황을 듣고 싶어합니다.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를 나중에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좋아질지 아니면 나빠질지를 소신 있게 밝히는 시황얘기를 듣고 참고하고 싶어합니다. 꼬리에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로 끝말까지 듣도록 하면서 결국에는 두리뭉실로 끝나는 시황이 불편하단 것입니다.

전문가들이라면서 너무 비겁하게 소신을 밝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습니다. 가끔 반대 시황을 얘기하는 사람이 몰매를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취사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번째. 알아듣는 얘기로 설명해 주었으면 합니다.

전문가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전문용어, 특히 영어단어는 신중하게 써 주세요.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에 하나가 “펀더맨털”입니다. 말하자면 “경제기조”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데 굳이 영어로 말해야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젠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전문용어가 있겠지요.

조금 빗나간 얘기이긴 하지만, 여러 번 병원을 찾았음에도 감기가 안 떨어져서 간호사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면, 당장 의사에게 안내할 때 “컴플레인이 많은 분”이라 친절하게 소개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불평이 많은 손님이란 뜻이지요. 차라리 대놓고 불평 많은 환자라고 소개시켜 주는 것이 속 시원합니다.

세 번째. 제발 좋은 얘기만 하지 말아주세요.

좋은 얘기만 해야 살아남는 우리나라 환경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시니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논어맹자처럼 믿기도 하는데 어찌 빠져나갈 길도 안 만들어주고 오직 들어오라는 얘기만 합니까?

“비가 올 것 같다.”고 하면 우산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비가 안 왔다고 불평은 할 수 있지만, 비가 안 왔다고 우산 들고 다닌 것 보상해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가 올 것 같은데, 비가 올 것 같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분노합니다.

시황도 업종전망도 기업전망도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그대로 알려주세요.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입니다. 덕담만 좋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이랍니다.

네 번째. 이미 판 금융상품 사후 서비스 좀 해주시죠?

어떤 시니어를 만나 뵈었습니다. “한달 전에 중국펀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해서 중국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는 TV를 보나 신문을 보나 ‘아직도 중국펀드를 가지고 계십니까?’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불과 한달 사이인데, 요즈음은 다른 나라 펀드를 사야 된다고 합니다. 그럼 그들이 사라고 해서 산 것인데 내가 산 ‘중국펀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는 한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신문이며 잡지며 앞으로 이것 사면 돈 된다고 하는데, 그때 산 그 금융상품은 어찌해야 한다는 것을 실지는 않더군요. AS라는 것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가전제품에만 있는 것 아니니, 이미 판 금융상품 사후 서비스 좀 해주시죠? 그리고 앞으로 사야 될 금융상품만 안내하지 말아 주세요.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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