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플래너 (Financial Planner. FP), 차터드 파이낸셜 컨설턴트(Charterd Fianacial Consultant. ChFC), 차터드 리타이어먼트 플래닝 카운슬러 (Charterd Retirement Planning Counselor CRPC)등등 참 어려운 이름이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명함입니다. 물론 한국에서가 아닌 미국에서 흘러넘치는 명함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투자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투자환경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자신의 책임의식도 강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본인의 재정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친구'나 '신문'등에서 볼 수 있는 정보를 곁눈질한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왜 이런 전문가들이 필요할까요? 미국인들은 여유자금을 운용하거나, 주택자금을 빌릴 때, 또는 노후 투자계획을 세울 때도 그 분야에 특화된 조언자를 찾는 것이 그들의 습성입니다. 그 분야에 대해 권위 있는 전문가라는 신뢰가 강하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추세에 영향을 받아 요즘 미국에서는 '프로 조언자'를 자처하는 명함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달리해 손님들을 끌러들이자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이 가열화 되다보니 그럴듯한 이름이 쏟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에는 '재무계획'을 세워주는 일을 하지만, 이 일을 두고 명칭만 다른 전문가들이 100종류 이상에 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현혹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정작 공인된 자격의 이름을 찾아내는 일조차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미국 증권관리위원회에서도 이를 좌시하지 않아 단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뽀족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고, 결국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몫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지경이 이른 것입니다.
미국 증권당국에서도 투자자를 현혹하는 유사 명함이 가장 많은 분야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분야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른바 '시니어 전문가 (Senior Specialist)'를 자처하는 명칭만 30개만 넘는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관련 한 협회는 그들의 홈페이지에 '사이비 자격증 구분법'까지 알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사안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정부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유사 '재무계획사(FP)'가 난립하는 것은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발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유사 명함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공인된 자격증을 알아 두는 게 필요하다는 계몽운동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서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 걱정이 앞섭니다. 회사마다 부르는 호칭이 다르고, 각종 자격증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펀드 판매가 급증하다보니 '완전판매'를 목표로 해서 수 많은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편드판매자격을 부여하는 '취득권유인' 자격증 시험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완전판매'의 본질은 아주 단순합니다. '펀드를 팔 때 약관에 동의하도록 하면서 팔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동의를 하고 펀드에 가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취득권유인' 자격시험 (평균 60점이상)에 합격하기만 하면 자격이 부여됩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의사자격증'이 있었을까요? 자격증이 모든 위험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 투자자에게 약관상 내용을 모두 일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험을 합격했어도 합격증이 도착하기 전에 다 잊어버리는 오지선다형 문제를 많이 맞추는 것이 정작 '완전판매'의 길일까요?
시니어 투자자들에게는 권위있는 기관에서 발행하는 '공인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투자를 권유하는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이라는 비공인 자격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식당에 들러서 요리사 자격증을 한 번 쯤 눈여겨 보셨듯이, 시니어 여러분의 투자조언을 해주는 '그 직원'의 명함과 자리 옆에 걸려있는 자격증 한 번 유심히 보아주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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