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줄을 세우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더라.
지난 2000년, H증권의 바이코리아 열풍이 재테크의 주류에 있었다. 당시 설정한지 13일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13개월 동안 12조원이 몰렸다. 광고에는 항공모함이 등장했고, 다른 펀드들은 아주 작은 조각배에 불과하게 보였다. 다른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 펀드에 갈아타는 것은 예사였고, 과거 수익률이 높았었다는 역사적 실적을 마치 미래에 실현이 확정된 것처럼 줄을 섰었다.
결과는 아주 비참했었다.
2000년 뮤추얼펀드 주주총회에서는 고성과 탄식이 가득했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눈물과 호소로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었다. 펀드매니저들은 멱살이 잡혔었고, 책임질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만을 졌을 뿐, 투자원금을 회복시켜주지는 않았다. 혹시 그 기억이 가물거리면 요즈음 인터넷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이 되니 그 정도의 노력은 투자를 위한 예비활동으로 꼭 필요한 준비활동!
그때와 다르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때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펀드내용이 어떤지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그리고 예상되는 시장의 전망이니 제시하지 않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한 사람도 없다. 물론 당시 H증권의 L 사장은 종합주가지수가 3천을 간다고 호언했었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시장이 바뀌었느니 하면서 과거와 단절을 시도한다. 그래서 어려운 영어를 써 가면서 펀더멘탈이 다르니 기업이 투명해졌느니 해외에 투자하는 등 투자가 다변화되었느니 하면서 위로의 말과 안도의 조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것을 가지고 알고 투자하고 모르고 투자하고를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투자자의 책임이 더욱 명확해 진 것.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 감독기관에서 검토를 해보니, 결론은 투자자가 투자할 때 본인의 의지로 투자했다는 것을 좀더 확실하게 할 필요를 느꼈다. 투자결과에 대해서 모든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을 명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꼭 필요했다. 왜냐하면 약관에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좀더 명확하게 만들었을 경우 지난 2000년과 같은 멱살잡이는 없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운영자들도 더욱 투명하게 운영을 해야 하는 부분도 가미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때와 지금이 너무 유사한 점
지금 고객들은 가입하기 위해 줄서기 바쁘고, 지시사항에 따르지 않으면 뒷사람의 눈치까지 보아야 하는 상황이고 보니 그 당시의 진풍경을 또 다시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며칠 사이에 3조원이란 엄청난 돈이 몰고 있다. 이 펀드는 “최고의 수익이 나는 곳에 어디라도 투자하겠다”는 일종의 ‘묻지마 펀드’다. 지역이나 투자방식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 50% 이상씩 펀드 수익이 나다 보니 투자자들이 펀드는 위험이 없다는 생각이 걱정스럽다. 그리고 펀드 운용방식도 모르면서 회사 이름에 대한 맹신만 갖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차라리 높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어떨까?
앞으로 이번의 묻지마 펀드가 높은 수익을 남겨주는 것이 너무도 확실하게 보장된다손 치더라도 이번에는 피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더 이상 투자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시니어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무엇인가? 몰라서도 이득을 취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위험상황이 예상되더라도 아무런 부담감 없이 투자에 나설 것 아닌가? 옛 경험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그래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투자의 교훈 중에 하나를 상기해보자.
“묻지마 투자”에는 투자하지 마라. "묻지마 펀드'에는 투자하지 마라. 차라리 지나가는 X에게나 줘라.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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