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오후, 따가운 햇살을 따라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모였다. 아이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최인호 작가는 그의 학창시절에 학보사인 "연세춘추"에 소설을 연재한 것으로 기억한다. 필력이 이때부터 독특했다. (대학에 입학해서야 알았다.) 그가 벌써 나의 중학교 1학년 가을부터 "조선일보"에 "가족"이란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땐가 그 소설은 지면을 바꾸어 그 당시 유명한 월간지인 "샘터"이라는 잡지에 연재를 계속해서 나지막으로 연재를 마친 시기는 나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소설이 완간되었다.
"가족"은 성장소설이기도 했다. 아무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쓴 것은 진솔한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역사를 쓰듯이 변함없이 털어놓았고, 이 소설이야말로 내가 2004년부터 매일 매일 블로그에 한 자라도 글을 올려 놓으려는 의지에 대한 표상이기도 했다.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고, 아들을 낳고, 딸을 낳고, 서울로 이주했고, 그리고 그 아들녀석이 중3이 되었고, 녀석이 추도예배에 사회를 보았다. 아마도 내가 아들녀석의 그 나이때부터 가족예배에 사회자가 되었으니,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한 세대가 흐른 셈이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추석 추도예배를 마치고 나른한 몸을 이끌고 "덕수궁"으로 향했다. 이제 너무 많이 가본 것이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이 다녀온 곳이지만, 정동길에 소박함과 돌담길이 담고 있는 많은 얘기가 있고,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우리내 삶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리라. 불평하던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이내 생기를 되찾았고, 지난 일요일 찾았던 창덕궁보다 쇄락하고 관리가 소홀해서 왕조의 몰락을 너무 가슴아프게 만든 것같은 애절함마져 들게 하는데, 그래도 오랫만이라 석조전이외에 새록 기억을 새롭게 하는 몇 몇 건축물은 완숙미가 더하고 빛바랜 단청은 오히려 역사의 소중한 부분 부분을 기억해내고 있는 듯, 자태가 사뭇 안정적이었다.
이 추석이 가족을 생각하게 하고, 조상을 기억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때인지라,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동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쓴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 가족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쓴 기록일 것이다.) 최인호 선배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늦은 밤에는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 나가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는데, 그 소원을 내년에도 기억할 수는 있을까? 올해 추석도 단촐한 가족과 함께 기울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을 교훈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부제가 더 크게 노출되어 있지만, 제목은 "가족"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읽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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