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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by Retireconomist 2020. 9. 19.

패션을 좇는 인간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지지를 받고 싶어 해요!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어 하고, 개성을 증명할 필요성도 느껴요. 같은 집단에 속한 개인들을 결속하는 동시에 ‘열등한’ 집단을 배제하는 것, 이것이 패션의 변화무쌍한 원동력 중 하나인 듯해요! _44쪽 〈패션은 왜 계속 변화할까?〉

화려한 옷을 버린 신사들에게는 이제 실용적인 것만이 관심사에 올라요. 계속해서 플루겔을 인용하면, 신체를 드러내려는 욕망과 몸치장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욕망을 억압하고 남자들은 관람자로 변모하게 됩니다. 남자들은 노출 충동과 표현 욕구가 억압되자 성적 죄책감을 느꼈어요. _62쪽 〈패션은 왜 여성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여성성’은 여자를 작아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남자들이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도록 만들어요. 특히 공공장소에서 말이에요. 하이힐은 걷기 불편하게 만들고, 가방은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해요. 이런 도구들은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자를 ‘수줍다’, ‘얌전하다’는 이미지 안에 가둡니다. _77쪽 〈여자들의 치마 아래에는〉

옷은 고유한 나 자신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존재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상상력 덕분이죠. 상상력이라는 인간의 타고난 재능은 겉모습을 실제 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요. _99쪽 〈새 옷을 사면 왜 기분이 좋을까?〉

여성 바지의 확산은 여성이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아래가 트인 여자들의 속옷도 점차 막힌 형태로 바뀌어 갔어요. 여성들 또한 신체적 통제권을 갖게 되었지요. _151쪽 〈바지를 입은 여자〉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독자적인 인간으로 거듭난다


우리는 날마다 옷장 앞에서 무엇을 입을지 고민한다. 옷에 오직 보호라는 기능만 존재하고, 미학적 가치 또는 개인의 정체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어떤 옷을 입을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옷을 입음으로써 우리는 개성을 표현하고, 매력을 드러내며, 세상에 변화의 불씨를 던지기도 한다.

 

오래전에는 모두 비슷하게 생긴 옷을 입었다. 그러나 14세기 중반 이후, 관습을 벗어던지고 독자적 인간이 되고자 열망하는 ‘개인’이 탄생하면서 패션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패션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역사 속 특권층은 늘 사회적 위계질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사치 단속법을 제정하곤 했다.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 정해진 대로 입어야 했다. 이후 1793년, ‘복장의 자유’가 선포되면서 옷으로 계급을 나누던 시대는 끝났다. 물론 여전히 디테일에 따라 사회 계층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났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낮아 장식적인 조연으로 물러나야 했던 여성은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패션의 선봉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패션과 연관된 여러 사상가, 디자이너의 표현에 따르면 언뜻 부질없어 보일 수 있는 패션의 세계에는 자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심리적 태도, 인간 정신이 갖는 고유한 본성이 숨어 있다. 각각의 이유가 있는 옷장 속 패션이야말로 개인의 취향을 넘은 철학 그 자체로, 나 자신을 대체하는 하나의 형태이다.

피어싱, 화장, 바지, 미니스커트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처럼 패션에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정치·경제가 변화한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오늘의 바지, 치마, 액세서리, 옷 색에 그 모든 패션이 지나온 궤적이 있다. 작가는 옷에 따라 개인의 활동 범위가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자들이 입는 바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보라색 차림은 어떤 의미인지를 재치 있고 세련된 그림에 녹여 만화로 전한다.

 

차례를 훑고 관심이 가는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봐도 좋다.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를 통해 왠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철학과의 거리감을 한 뼘 좁힐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날 아침, 옷을 고를 때 옷의 의미를 떠올리는 색다른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기에 옷을, 철학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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