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병 때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일 말고 다른 것들이 더 힘들어.” 이렇게 토로하는 인생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또 다른 선배는 이렇게도 말한다. “어떤 상사는 실력에 비해 승진이 빠르고, 다른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빛을 못 보는 것 같아.”
두 선배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회사 내 인간 관계였던 것 같다. 업무야 세월이 지나면 어떻든 적응하게 마련이지만, 상사나 후배와의 관계는 결코 그렇지 않다. 문제는 이 놈의 ‘인간 관계’가 직장 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 있다.
부부 행동과학자인 로버트 볼튼과 도로시 그로버 볼튼은 직장인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며 직장 생활에서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책 초반부에 34가지 질문을 던진 뒤 답변 성향에 따라
▲꼼꼼한 일처리를 중시하는 분석형
▲협력과 사교에 강한 친절형
▲매사에 적극적인 표현형
▲결과를 중요시하고 목표지향적인 추진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책 서두에 질문들을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읽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직장 내 자신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읽을 수 있다.
스타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사람은 평생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게 되며, 타고난 스타일은 바꾸지 못한다”고 못 박는다. 예를 들면 분석형 인간은 어떤 일이 갑작스럽게 터졌을 때 단호하거나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렇기도 합니다”는 식으로 참모들이 말하는 데 진절머리를 느낀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이 언젠가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경제학자 1명만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을 때, 그 참모들이 바로 분석형인 것.
내 스타일만 알았다고 끝일까? 저자들은 또 직장 상사나 부하의 유형을 파악한 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다른 사람도 당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게 하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경구(警句)를 인용한다. 실제 1980년 포드 자동차 회사의 사장 도널드 피터슨과 부사장 레드 폴링은 각자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타일 개요를 만들어 상대방의 업무 방식에 협조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찰떡궁합’이 된 이들은 파산 직전의 회사를 10년간 경영하며 7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저자는 미 프로 풋볼리그(NFL) 선수들의 사물함을 조사한 뒤 “깨끗한 사물함의 주인은 공격적인 팀에 속해 있고, 경기를 치밀하게 계획해서 연습하는 것을 즐기는 선수”라고 분석한 심리학자의 연구를 인용하기도 한다. 사물함의 정리 상태와 팀 성적·선수 성격까지 조사한 대목에 이르면 ‘날이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자조적 한탄도 나온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통해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이끄는 철저한 미국형 실용서적. “끓어오르는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다(에머슨)” “인내심이 강한 사람의 분노를 조심하라(존 드라이든)” 등 경구 위주로 따로 체크해도 좋다. 이 경구 중에는 영화 ‘올드보이’에 인용됐던 “웃어라, 그러면 이 세상도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는 윌콕스의 시(詩)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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