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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38] 설거지를 하려면 반드시 손부터 씻어야 한다

by Retireconomist 2014. 12. 19.


최근 두 달에 걸쳐 한 정부 기관이 주체하는 ‘중장년 창업과정’이 우리 시니어파트너즈가 운영기관이 되어 세 차례 진행했다. 뜻하지 않게 강의를 맡았는데 주제는 ‘아이디어형 해외 유망 스몰 비즈니스'. 창업을 희망하는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성별 불문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이 수강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시니어의 현재적 상황을 표현하자면 대체로 절박함이라는 단어로 응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유된 단어가 생계형 창업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생활형 창업이 좀 더 순화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쩌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는 남다른 비장한 각오를 하고 참여한다는 것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주제를 맡은 강사는 강의를 마치고 ‘눈에서 광채가 나더라.’라는 얘기로 집중된 수업 태도를 설명했다. 그런데 과연 집중하는 마음가짐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 맡긴 주제의 강의 내용이 국외에서 성공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가 한국적 환경에도 맞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래서 국내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나름대로 검토하고 확인해 보았다.


▲ 불경기라고 하지만 고객에게 줄을 서게 하는 광경도 목격하게 된다 /사진. 김형래


그중에서 가장 관심이 끌리는 부분은 경제 활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성공한 사업모델들. 그중에서 주로 실속 상품, 오래되거나 쓰던 상품 그리고 이 상품을 교환하거나 중계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의 창업이 시니어에 적합하고 오래도록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 중 하나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표로 현재 일본에서 성업 중인 ‘주식회사 리핸즈(株式会社 リハンズ, Rehans)라는 회사를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13년 2월 12일에 설립된 이 회사의 상품브랜드는 ‘창고생활관(創庫生活館, www.sokoseikatsukan.com). 주요 판매 테마는 재활용품 매매 전문점과 골동품 판매점이다. 재활용품 전문점은 근검절약 분위기와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자원 재활용과 환경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 급성장하는 리사이클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는 이 회사는 생활 잡화, 수입 잡화, 가전용품, 가구, 골동품 등 2천여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이른바 중고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이 만나는 판매 상품은 외관이나 성능 면에서 신제품과 다름없다.


일반 생활용품들은 흠집 제거와 표면 처리를 통해 말끔하게 수리된 것이고, TV나 냉장고 등 전기제품은 정비공장에서 수리와 소독을 거친 것들이다. 이곳에서 직원들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매입 상품을 손질하고 세척하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중고 판매점과 차별점을 꼽는다면 다루는 품목이 훨씬 더 많고 철저하게 재생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성 있는 사업체를 찾아보니 국내에는 '포-페인팅스쿨(http://www.hugdeco.co.kr)’이라는 신생기업을 찾을 수 있었다. 여성 시니어 창업자인 조명자 대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가치를 창조해가는 상상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업을 일구고 있다. 업사이클은 버려지는 물품을 단순히 다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을 더 해 재료의 가치를 높이는 재활용 과정을 말하는데, 도자기와 유리, 기타 소재로 재질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조 대표는 브랜드명을 지을 때 ‘허그(H.U.G)’는 ‘껴안다’는 사전적 의미에 이 세상의 모든 업사이클링의 좋은 제품들을 껴안고 환경을 생각하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발상의 전환을 실천하여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기업의 슬로건은 ‘상상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3년 3월에 창업한 신생 기업으로 보이지만, 실제 사업을 위한 준비의 신호탄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열린 29차 국제 컨퍼런스(Society of Decorative Partners)에 참가하는 것으로부터 꼽아야 한다.


그만큼 관심을 현실화하는데 사전 준비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예술 작품화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보급 홍보방법도 교육과정을 통해서 깊이를 더한다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창업은 남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외는 별개로 시니어를 위한 외식 창업과정에서 강의하다 보면 ‘상권’ 이외에는 볼 것도 없다는 많은 분을 만난다. 또 생활형 창업과정을 강의하면서 받은 느낌은 ‘아이템'만 좋으면 만사형통처럼 생각하는 분을 꼭 접하게 된다.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를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차라리 그렇게 상권 또는 아이템 단순 조건의 충족 여부로 사업 승패가 갈리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도 든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일본의 ‘창고생활관'의 성공은 다른 가전제품이나 가구회사 직원이 하지 않는 세척과 손질 작업을 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포-페인팅스쿨(H.U.G)'의 조명자 대표가 직접 유리와 도자기를 소재로 거칠고 무거운 공구를 직접 다루지 않았다면 생활예술품으로 제품이 생산되지 못했을 것이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상권과 아이템의 선정이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사전 준비 작업과 이를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현장의 어려움도 반드시 고려의 대상에 넣어야 할 것이다. ‘설거지를 하려면 반드시 손부터 씻어야 한다.’라는 어머니가 주신 교훈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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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19/20141219009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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