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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36] 시니어 교육 쇼핑족, 환영합니다.

by Retireconomist 2014. 12. 5.


숫자를 불문하고 대중 앞에서 정해진 주제로 내용을 풀고 전달하는 강사 활동이 100회를 훌쩍 넘었다. 그러다 보니 강의 주제가 중복된 경우를 접하게 된다. 제한된 시간과 짧은 지식을 가진 나로서는 그야말로 행운이고 다행이라는 생각에 무임승차 기분을 갖는다.


더구나 이미 현장에서 연습된 주제이기 때문에 시간 안배도 자연스럽게 구상되고 사례나 일화도 적절하게 배열할 수 있어서 강의의 질을 높이는데도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무려 3천 여 회의 강의를 소화하셨다는 대선배의 전설 같은 얘기는 바로 이런 ‘중복 효과'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나 스스로가 상상하게도 된다.


그런데 이 행운의 같은 주제 강의라는 반복하여 얻게 되는 행운에 가까운 기회에 생각지도 않은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난번 강의할 때 맨 앞자리에서 연신 스마트폰으로 강의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도 모자라 강의가 끝난 후에도 20여 분을 단독 질문을 쏟아부었던 한 ‘시니어 교육 쇼핑족'이 등장한 것이다.


강사 소개를 받은 후 무선 마이크를 잡고 꾸벅 인사를 드리려 허리를 굽혔다 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을 마주친 분이 바로 지난번 지독한 말꼬리 따라잡기를 통해서 힘들게 했던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 나는 시니어라면 지혜와 경험이 있기에 누구라도 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김형래

한순간에 심장이 오그라들고 입술이 얼어붙는 급격한 신체 긴장 상황이 느껴졌다. 지난번과 같은 내용으로 강의하겠다고 희희낙락했던 자만심이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상황에 따라 흐름을 바꿔서 대중을 휘어잡는 능수능란한 강사도 아니지만 알량한 자존심은 살아 있어서 이분에게 책잡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준비된 강의 흐름은 바뀌었고 폭풍을 만난 조각배처럼 좌표를 잃고 헤매고 말았다. 진땀이 등줄기를 따라 흐르도록 힘들게 강의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릴 때 예상대로 그분이 등장했다. 기립박수까지 치면서 박수를 유도하더니 강단 앞으로 친밀하게 다가왔다. 오랜 지인처럼 편안하게 악수를 청하시더니 다가와서 귓속말로 조용히 하시는 말씀이 “지난번이 훨씬 좋았어요. 이번엔 준비 없이 오셨나 봐요?"라고 하시면서 얼굴에 찡긋하는 표정을 보이고는 바람처럼 강의장을 나가셨다.


100분 동안 그 불편한 시간을 감내하셨을 수강생에 대한 깊은 미안함과 나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자아비판 하면서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왔던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같은 주제의 강의라도 대상자나 목적 등을 세밀히 따져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겠다는 실천 계획을 앞에 두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중장년 교육과정 프로그램 운영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했던 한 회의에서 ‘중복 수강자'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다. 정부 또는 관계기관에서 주관하는 교육 강좌의 특징 중 하나가 ‘무료 수강료'다. 한 위원은 수강료의 재원도 세금이니 절대로 중복으로 수강할 수 없는 철저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공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많은 위원이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인지 그들을 ‘시니어 교육  쇼핑족'이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시니어 강좌를 직접 운영해본 짧은 경험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시니어를 접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우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관심과 정보의 습득 그리고 도전하고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나와 같이 거저먹기로 준비 없이 강단에 오르는 강사에게는 변화와 창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감시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또 어차피 빈자리로 남기는 것보다는 원하는 이에게 개방하는 것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물론 중복수강 시니어 교육 쇼핑족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칼럼에서는 편향된 시각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강사에게 가장 큰 자극과 도전의 신호를 보내고, 열정과 도전 의지를 교육 참여라는 자발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니어 교육 쇼핑족은 아름답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시니어 교육 쇼핑족을 환영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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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03/20141203014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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