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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37] 선배의 협동조합을 '링겔만 효과'에 붙여보니

by Retireconomist 2014. 12. 12.


어떨 때는 약속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약속을 바로 깨는 예도 있다. 얼마 전 부탁이라는 것을 전혀 꺼내지도 않을 성공한 선배께서 나에게 부탁한다는 전화를 넣으셨다. 어쩌면 내가 부탁을 들어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영광이라 말하고 싶을 정도의 큰 분이시기에 거두절미하고 “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답을 해버렸다. 외부 일정이 많은 관계로 그분이 원하는 일정을 몇 개를 건너뛰다가 겨우 뵙게 되었는데 모임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모임이 점점 줄어들고 시들해지기도 하는데, 특별한 사회적 공적을 쌓지 못하는 상황에 새로운 모임에 가입하라는 부탁을 들어드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또 선배의 사회적 지위나 공로를 보았을 때, 나에게 돌아올 사회적 이점과 부가가치는 충분히 필요한 것을 넘어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기다리는 데 불편하지 않으시게 되도록 빨리 답해 드렸다.


여럿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사진. 김형래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선배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다. 내가 도움을 드릴 처지가 아닌데 무엇 때문일까 하는 의아심도 생겼다. 안심한 듯 선배는 다른 부분으로 모임 얘기를 풀어가셨다. 선배는 정년퇴직 후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경제 관련 칼럼도 쓰고 기회가 되면 강의도 하는 인생 2막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이분은 사회적으로는 명망이 높으셨지만, 혼자서 연구소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사소한 일부터 복잡한 일까지. 어쩌다 강의 요청이 오면 은행통장 사본과 신분증 사본을 회신 이메일로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강의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일도 어려워 복사 가게에 부탁하곤 하셨단다. 손익을 떠나서 얼마나 비효율적이셨을까.


그러던 차에 무심코 지나쳤던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단체 설립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기존의 주식회사의 단점을 보완한 어쩌면 완벽에 가깝고 이처럼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기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변 지인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할 분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뜻밖에 많은 분이 동병상련의 뜻으로 참여하셨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젯거리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들 의견 개진만 할 뿐이고 회의를 하면 의견 통일도 안 되어 실행 방향을 정하지도 못하고, 그저 과실만을 기다리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 협동조합을 모임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사무원을 두는 일조차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기에 실행하지 못했던 차에, 우선 내가 그 협동조합에 가입하게 되면 내가 그 협동조합의 사무 업무를 맡길 작정이신 모양이었다. 


나는 번복하는 실수와 미안함이 교차하였지만, 단호하게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깨버렸다. 얘기를 들을수록 주인의식 있는 구성원이 한 분도 안 계시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아직 겸업할 수 없는 직장인이라고 설명해 드렸다. 가만히 따지고 보니 올해만도 협동조합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 대여섯 차례가 된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주인의식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주인의식이 없는 협동조합은 실패하더라. 주인의식은 자발적 의지와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과 훈련으로 성취감과 몰입감을 가져갈 수 없다면 그 조직은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가 가 아닌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에 빠져버린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에 빠져서 개인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지 않는 것을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부른다. 독일 심리학자 막시밀리안 링겔만이 줄다리기 실험을 해보니 혼자 당길 때에는 100%의 힘을 내던 개인들이 두 명이 당기자 잠재치의 93%, 세 명이 당기자 85%, 여덟 명이 당기자 49%의 힘만 썼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을 ‘링겔만 효과'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례를 설명 주신 그 선배가 주도한 그 협동조합을 ‘시너지 효과'에 붙여보니 맞지 않았고, ‘링겔만 효과'에 붙여보니 맞아 떨어졌다. 핵심 인재로 구성된 많은 협동조합이나 유사한 조직이 ‘링겔만 효과’에 빠지지 않고 ‘시너지 효과’가 나기를 바란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11/2014121103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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