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번 돈을 한 닢 두 닢 세듯, 차근차근 소중히 간직하시도록”.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 1878~1967)의 말이다. 앨범을 만드는 일도 지난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 중 하나다.
찰나를 예술로 만들다
지난 2005년 5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는 세인의 관심을 끈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바로 <찰나의 거장전>이다. ‘찰나’는 불가의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에서 나오는 말로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 즉 순간(瞬間)의 음역이다. 무상(無常)을 나타내는 불가의 용어인데, 과학적으로는 1찰나가 75분의 1초, 약 0.013초에 해당한다. 인간의 감각으로 간파하거나 느끼기조차 어려운 극히 짧은 순간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을까? 그 거장은 또 누구인가? 그 주인공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다.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 바로 사진이다.” 일상적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절묘한 순간을 잡아챈 그의 작품 ‘결정적 순간’이야말로 찰나를 예술로 승화한 불멸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맞다. 사진은 시간을 고정시키는 신비한 기술이자 예술이다. 그런데 이제 사진은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가져온 현상이다. 우리는 사진 덕분에 과거를 빛과 같이 짧은 시간 속에 멈추게 하고, 그 멈춘 과거를 현재에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다. 시나브로 사라질 과거의 한때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은 찰나의 빛으로 그린 그림
사진을 뜻하는 영어 ‘Photography’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빛’을 의미하는 단어 ‘φώς(Phos)’에, ‘펜’이나 ‘붓’을 뜻하는 ‘γραφίς’(Graphis)’ 또는 ‘선으로 이뤄진 상(像)’이나 ‘그림’을 뜻하는 ‘γραφń(Graphé)’, 이 둘이 합쳐져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이룬다.
한국어 ‘사진’이라는 말은 ‘Photography’의 사물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사생(寫生)의 의미와 사실을 그대로 베낀다는 사진(寫眞)의 의미를 담아 정착된 용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은 1863년 음력 1월 중국 방문 사절단인 조선 연행사(燕行使) 일행이 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러시아 사진작가에게 의뢰해 촬영한 것으로, 한국인과 사진의 첫 만남을 보여주는 귀한 사료다. 그동안 외국인이 찍은 최초의 한국인 사진으로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영국인 사진가 펠릭스 비아토가 강화도 광성보 전투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같은 해 프랑스 사진가가 역관 오경석을 촬영한 사진 등으로 알려졌는데, 그보다 앞서 찍은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대청마루에 비스듬히 걸려 있던 액자 앨범의 기억
시니어 R은 가을의 기운이 대지를 곱게 물들일 무렵 파주 헤이리에 있는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을 다녀오고는 한동안 칩거 생활을 했다. 단풍이 유독 고왔던 올가을, 산행이면 절대 빠지지 않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그 박물관에서 대청마루에 걸려 있는 액자 앨범을 보고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개구쟁이 시절 잠자리채로 집 안팎을 뛰어다니다 액자 앨범을 깨뜨린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는지 그 이후로 다시는 액자 앨범을 볼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유리 파편에 긁힌 사진들 사이에 도포 입고 갓을 쓴 할아버지의 사진도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시 떠올랐다. 어린 시절 그를 애지중지 키워주신 할아버지의 미소, 표정, 목소리도 하나둘 기억 속으로 되돌아왔다. 그날 서둘러 집에 돌아온 그는 집 구석구석을 뒤져 앨범을 모두 찾아내서 먼지를 닦고 내지의 접착력이 떨어진 앨범을 새 앨범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보니 앨범이 모두 14권이나 되었다.
사진을 정리, 분류하는 작업은 세 자녀를 둔 그에게 가족의 역사와 추억을 나눠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그러다 보니 더 애착이 가는 활동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세 자녀가 함께 있는 사진은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무튼 시니어 R는 앨범을 정리하면서 그립고 따스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겼고, 이 과정을 통해 가족의 역사와 소중함, 그리고 기록의 가치를 알았다.
군대 동기 모임에서 시니어 R은 사진 분류 작업을 하다 막힌 문제를 해결해줄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전산실에 근무하던 시니어 S가 스마트폰으로 시니어 R과 함께 내무반과 훈련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앨범에 관심이 크던 터라 구세주를 만난 듯했다. 시니어 S는 스마트폰 시대에 시간을 멈추게 하는 신비한 작업’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시니어 S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신비한 작업’
1. 종이 사진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이른바 스캔 작업이다. 컴퓨터용 프린터에 복합 기능으로 있는 것도 있고, 별도로 구매하면 컴퓨터와 연결해서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 사진을 연도별로 모아놓으니 흩어져서 분간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여럿 찍은 단체 사진도 한곳에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시니어가 사진을 디지털로 스캔하는 데 쓸 요량이라면 10만원대 프린터 복합기면 충분하다. 프린터와 스캐너 기능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사진을 스캔할 때 별도의 재료나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2. 스캔한 사진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 클라우드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컴퓨터에 보관하면 볼 수 있는 사람이 한두 사람으로 제한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하려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톡을 통해 두어 장씩 주고받는 것보다는 통 크게 공유할 수 있어 유용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나 다음, 이동통신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연도별로 사진을 볼 수 있고,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다. 인터넷 앨범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인터넷이 접속되는 기기로 언제든 사진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클라우드 서비스다. 네이버(cloud.naver.com)는 30기가바이트, 다음(cloud.daum.net)은 50기가바이트의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데, 저장 공간의 용량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ID만 있으면 별도의 가입 절차도 필요 없다. 그러나 앨범으로 공유하고 싶은 사진이 많아서 저장 용량 제한 없이 사용하고 싶으면 플리커(www.flickr.com)를 이용하면 된다.
3. 그래도 종이책 사진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 포토북 업체를 활용하자. 업체마다 보유한 편집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뒤 편집 순으로 따라 하기만 하면 포토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단, 포토북 프로그램 특성상 용량이 큰 사진을 수십 장씩 다루다 보면 컴퓨터가 다운될 수 있으니 수시로 저장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편집한 화면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 사진 보정도 가능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포토북을 손에 쥐려면 편집 주문을 완료하고 1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박스 참고)
시니어 R은 요즘 새로 들여온 컴퓨터용 프린터에 푹 빠져 산다. 손주의 과제물 출력 때문에 오래전부터 쓰던 흑백 프린터를 컬러 프린터로 교체했는데, 덤으로 스캔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먼지 속에 묵혀둔 사진을 차곡차곡 스캔해서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컴퓨터는 퇴직한 이후 사용 빈도가 떨어져 고작 이메일이나 확인하고 뉴스 보는 수준으로만 활용했는데, 사진 스캔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틈만 나면 컴퓨터에 들러붙어 자리를 뜨지 못한다. “옛날 사진 스캔해 뭐에 쓰느냐”라고 아내가 핀잔을 주지만 벌써 자신이 학교 다닐 때 찍은 앨범 하나를 모두 스캔했고, 지금은 군대 추억을 담은 추억록을 스캔하는 중이다. 게다가 스캔한 사진을 컴퓨터에 담아두지 않고 클라우드라는 인터넷 서비스에 옮겨두니 편하기 이를 데 없다. 누구에게 줘야 하나 망설이던 사진도 스캔해 ‘포토북’으로 3권을 인화해서 자녀에게 보내줄 생각을 하니 한가롭게 느껴지던 겨울이 오히려 더 분주해졌다. 게다가 주변 시니어를 볼 때마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신비의 작업’에 몰입해보라며 경험담을 얘기해주니 더없이 좋다.
편집하기 쉬운 프로그램 제공하는 포토북 업체
스냅스(www.snaps.kr) PC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스마트포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진을 정리한 폴더를 자동담기에 넣으면 사진 수에 맞는 레이아웃을 추천해준다. 포토달력도 원하는 디자인 형태를 고르고 기념일을 입력, 편집하면 된다. 가격은 크기와 커버, 종이 종류에 따라 다르며 1만~5만원대.
베이직샵(www.basicshop.co.kr) 코닥 인화지를 이용해 해상도가 선명하다.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PC에 있는 사진을 프로그램에 옮겨 담으면 자동 편집으로 포토북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말풍선이나 글씨를 넣어 추가 편집할 수도 있다. 기본 포토북 가격은 1만9,900원 정도.
U+포토(uphoto.uplusbox.co.kr) 원하는 사진을 올리고 ‘다음단계’ 버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포토북이 완성되는 원클릭 포토북이 인기다. 또 스마트폰에서 U+Box 앱을 설치한 다음 휴대전화 속 사진을 바로 전송해서 인화는 물론 스마트북을 만들 수 있다. 사진만 보내면 포토북을 직접 만들어주는 편집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찍스(www.zzixx.com)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도 모바일웹(m.zzixx.com)이나 찍스 사진 인화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주문해 최대 A3 사이즈까지 사진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사진 이미지를 이미지 보관소에 올리면 PC로 이미지를 옮길 필요 없이 바로 사진 인화, 디카북, 대형 인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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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에서 발행하는 GOLD&WISE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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