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시니어 시장 진입을 알리는 큰 뉴스가 등장했었다. 미국의 국민 브랜드 '갭(GAP) 사'가 오래간만에 새로운 컨셉 스토어를 오픈하며 큰 기지개를 핀다는 것이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로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을 사로잡았던 '갭(GAP)'은 '올드 네이비(Old Navy)'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오픈하는 스토어인데다 당시 매출실적이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시점인지라 갭사의 새로운 스토어 오픈 소식에 패션계의 눈과 귀가 더욱 집중됐었다. 게다가 새로운 컨셉이라는 것만이 알려진 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였고, '포스 앤 타운(Forth & Towne)'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발표하면서 과연 어떤 의미의 상품군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 세목이 집중되었다.
새로운 브랜드 '포스 앤 타운'은 기존 브랜드가 미처 관할하지 못하는 35세이상의 여성들을 목표로 준비되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느 중년세대들보다도 패션에 있어서 다양하고 까다로운 욕구를 지닌 세대, 이들에게 패션에 대한 다양한 욕구와 필요,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원스탑 쇼핑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였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갭 사는 지난 2년간 고객들의 소비성향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갭 사가 35세 이상의 소비층에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고작 3% 에도 못미친다고 판단, 이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매장 개점을 추진해왔다. 또한 전체 의류 시장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의 구매력과 이 세대의 인구수가 2010년에는 가장 두터운 인구층을 이루게 될것이라는 통계결과를 생각해 볼 때 '갭 사'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비층이었다.
▲ 요즘 시니어는 10년 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 김형래
이 베이비부머세대들이 1969년 '갭(GAP)'이 런칭한 이래 줄곧 '갭(GAP)'의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성장해 왔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자신들의 2세들과 쇼핑하면서 여전히 '갭'. '올드 네이비' 등 관련 매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한다는 점은 '갭 사'에 큰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바로 경쟁자인 7세부터 22세까지의 영세대를 겨냥하는 'A&F(아베크롬비&피치) 사'가 자사 브랜드의 상품군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넓힌 상표 '루엘(Ruehl)'을 시판하는 것과 맞물려 '갭 사'는 35세이상의 중년여성을 고객으로 선택했다.
'포스 & 타운'은 조금 성숙한 느낌을 지니고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들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대인 20달러(2만원)에서 200달러(20만원)대의 가격대로 옷의 크기도 기존의 브랜드들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하게 준비했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의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욕구와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외없이 일반 의류매장의 피팅 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설치해놓고 앞과 옆 그리고 뒤의 세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전신거울과 어느정도 피부의 결점을 커버해주고 좀 더 예쁘게 보이게 해주는 특수 조명까지 설치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또한 매장 내에는 '스타일 컨설턴트(Style Consultant)'가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맵시와 사이즈에 대한 조언과 상담을 해주었다.
준비는 완벽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베이비부머들은 '포스 앤 타운' 매장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이 매장에 출입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늙은 것을 인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였고, 매장에서 고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4천만 달러(약 400억원)의 손실을 본 다음 이 매장 모두 철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철저한 시니어를 겨냥한 상표의 시장 실패를 경험한 업계의 충격은 엄청났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세계는 고령화의 길로 진행 중이다.
많은 시니어와 시니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포스 앤 타운'의 실패에 대해서 상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토록 철저한 준비를 하고도 실패한다면 시니어 시장에 진입하는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20억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럼에도 점점 더 나이가 많아지고 있는 소비자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미 '갭(GAP) 사'의 실패는 10년 전의 전설이 되었다. 큰 실패를 잊을 만큼의 시간이 충분히 흘러간 것은 아닐까? 변함없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실패를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딛고 일어서는 용기와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제 2의 '포스 앤 타운'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시니어 소비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고령화는 계속 진행 상황이라는 것.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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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9/20150129042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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