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먹은 자, 말을 못하는 자, 다리를 저는 자, 종기나 부스럼이 난 자 등이 지팡이를 짚고 들것에 실리고 등에 업히고 수레에 실려서 줄줄이 길을 메우며 찾아와 사시사철 빈 날이 없게 되었다. 비록 병이 심한 자라 하더라도 열흘이 되지않아 누워서 왔다 걸어서 돌아가게 되었다. 아아, 온천의 영험함이 이런 정도라니!” _이종묵의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中 ‘임금이 내리신 만병통치약’ 본문 일부
시니어 J는 요즘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 격인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소개하는 우리나라 온천과 관련한 부분을 읽고 있다.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이 온천이었고, 최근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리마인드 허니문(Remind Honeymoon)으로 그곳에 다시 다녀오면서 온천에 심취하게 되었다.
한민족의 삶과 함께한 온천의 역사
우리나라 온천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나타난다. 고구려 본기에 서천왕 17년(286)에 “왕의 동생인 일우(逸友), 소발(素勃)이 모반하였을 때 질병을 사칭하고 온탕에 가서 온갖 무리와 어울려 유락(遊樂)을 즐겼다”고 했다.
또 신라 성덕왕 11년(712) 4월에 왕이 온천으로 행차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온천은 고대에는 목욕이나 음식의 조리로, 유럽에서는 중세 이래 가정의 온수나 난방 목적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온천 이용에 관한 고문헌 기록을 보면 <고려사(高麗史)>에서 고려 선종(宣宗) 때, ‘병든 부모를 온천수로 치료하려는 관리에게는 온천의 거리에 따라 휴가제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고, <경국대전(經國大典)>과 <대전회통(大典會通)>에 수록된 내용 중에는 ‘온천이 자리한 곳의 수령은 온천의 욕장을 수리 관리하고, 병인(病人)을 구호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온천을 발견한 자에 대해서 현직자(現職者)에게는 3계급 특진을, 직위가 없는 자에게는 7등급에 임명하고, 천인에게는 입역(立役)을 면제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등 선조도 온천을 요양 치료용으로 현명하게 이용해왔고, 국가적으로 보호 육성해왔음을 알 수 있다.
‘여민동락(與民同樂)’ 정신이 살아 있는 우리나라의 온천
‘백성의 지도자가 되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잘못이다’라는 구절은 <맹자>에서 유래한다. 온양온천은 임금이 사용하는 온정과 백성이 사용하는 온정이 따로 있었다. 제일 위쪽 상탕(上湯)은 임금이, 하탕(下湯)은 백성이 이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런 전통은 조선 세조 때 이미 확립돼 임금이 직접 사용하는 온정 외에는 일반 백성도 자유롭게 사용하게 했고, 영조 때에는 상탕과 중탕(中湯) 모두를 백성이 사용할 수 있게 허락했다. 금제가 풀리자 온양온천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들것에 실려온 자가 걸어 나가고, 신음하면서 온 자는 노래하면서 돌아갔다니, 병이 나은 백성은 영조의 성덕을 칭송할 만했다. 정조는 사도세자가 이곳을 찾은 것을 기념해 온양온천에 느티나무를 3그루 심었다. 그리고 비를 세웠는데, 바로 영괴대비(靈槐臺碑)다. 조금 벗어난 얘기일지 모르나, 지금 그곳에는 온양관광호텔이 들어섰다. 1931년 장항선 철도의 개통과 더불어 번창한 온양온천은 한국전쟁이 일어나 그 쓰임이 잠시 끊기기도 했다. 그러다 1959년 이후 다시 온천수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편리하고 다양한 숙박 시설과 온천탕이 집중해 있으며, 수도권 전철 개통 덕분에 당일 코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각양각색, 우리의 온천
첫 번째, 가장 많은 온천으로는 단순천이 있다. 광물질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온천으로 우리나라 온천 대부분이 이에 해당하며, 아래 특수천 중 성분 함량이 낮은 온천을 단순천으로 다시 분류하기도 한다.
두 번째, 식염천(食鹽泉)이 있다. 식염, 즉 소금이 함유된 온천이다. 소금의 영향으로 체열이 급격히 식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을 해 피부 질환과 관절염, 근육통과 위장 질환에 좋다. 단, 심장병이나 신장 질환을 앓는 사람은 금물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수안보온천 등이 있다.
세 번째, 유황천(硫黃泉)이 있다. 온천수 1kg당 1mg 이상의 유황이 함유된 온천. 피부 질환과 순환계 질환 개선에 좋다고 한다. 부곡온천 등이 유명하다.
네 번째, 탄산천(炭酸泉)이 있다. 물에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온천. 혈액 순환에 효험이 있고, 마시면 장운동을 촉진해 위장 질환이나 변비에 좋다는데, 국내에 존재하는 탄산천은 탄산 농도 500ppm 이하의 저농도 탄산천으로, 해외에서는 이런 저농도 탄산천의 농도를 늘리는 기술이 쓰이고 있다. 국내의 능암온천이 대표적 탄산천이다. 몸을 담그면 일반 온천과 달리 피부가 탄산 음료를 마실 때처럼 톡톡 쏘는 느낌이 든다.
다섯 번째, 중탄산나트륨천이 있다. 중조천이나 알칼리천이라고도 한다. 만성 위장 질환에 효험이 있으며, 기타 피부의 지방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피부병과 신경통,간 질환에 좋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오색온천이 이에 해당한다.
여섯 번째, 방사능천(放射能泉)이 있다. 주로 라돈이나 라듐이 함유되어 있다. 물론 함유된 방사성 물질은 극히 미량이므로 방사능 피폭 위험은 없다. 진정 작용이 있어 신경통이나 류머티즘, 피부 질환 등에 효험이 있다는데, 암 환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국내에는 유성온천과 백암온천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철천(鐵泉)이 있다. 물 1L당 철분이 20mg 이상 함유된 온천으로, 철산화물의 영향으로 물이 적갈색을 띤다. 세분하면 탄산수소이온이 많으면 탄산철천, 황산이온이 많으면 황산철천, 염소이온이 많으면 염화물철천으로 나뉜다. 빈혈과 부인병, 만성 습진 등에 좋다고 한다. 이천온천과 덕구온천 등이 있다.
시니어 J는 올겨울 국내 온천지를 순례하기로 했다. 엔저 현상으로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온천욕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국내 온천 여행을 하기로 했다. 1970년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온양온천, 동래온천, 경주, 설악산 등이 꼽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혼부부가 즐겨 찾던 곳이 온양온천이다. 동래온천도 백로의 전설이 깃든 오래된 온천 명소다. 농부가 온천수로 세수하고 안질이 나은 이후 안질과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모여 유명해진 이천온천, 설악산의 설경과 어우러진 척산온천 등 이렇게 좋은 곳이 많은데, 어디 시니어에게 해외여행이 대수일쏘냐? 아내와 한마음으로 첫 순례지로 동래온천을 향해 떠날 여행 계획을 세웠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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