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부터 시작된 중장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라이프모델링(Life-Modeling) 기반 노년 플래너 양성아카데미라는 아주 긴 이름의 과정명을 가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2014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신직업특화훈련으로 승인받아 모두 35명의 중장년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과정운영을 승인받은 기관은 중장년 교육 전문기업인 시니어파트너즈와 강남대학교 두 곳이다. 총 64일간 492시간이라는 초장기 교육프로그램이 신직업특화훈련과정의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말 선정되어 과정개발과 수강생 모집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초순에 개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492시간이라는 긴 교육시간이 설명하듯 사소하게 지나칠 수 없는 상당한 전문적인 과정임을 상식선에서도 느낄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2008년 7월 1일부터 새로운 직업으로 자리 잡게 된 요양보호사를 보면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해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으로 종전 노인복지법상 인력인 가정 봉사원과 생활지도원보다 기능과 지식수준을 강화하기 위하여 시도지시가 발급하는 신설 국가자격제도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수강 시간은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을 포함한 총 240시간이다. 비록 시범사업이기는 하지만 단순 요양보호사의 수강시간을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
노년 플래너 과정은 시니어파트너즈와 강남대학교가 동시에 과정 수행 승인을 받았지만 2015년 1월 중순 현재 시니어파트너즈만 과정개발과 고용노동부 과정 승인을 거쳐 수강생을 모집 선발하고 교과 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반면 강남대학교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수강생 모집공고를 아직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니어파트너즈가 주관하여 운영하고 있는 이번 과정의 수강생 평균연령은 59.9세, 남성이 80%, 학력은 모두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운영되는 과정에 시니어가 참여하는 것일까? 수강생에게 질문하여 얻은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일’ 때문이란다. 일거리가 되었던, 일자리가 되었던. 일하기 위해서 교육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정보의 취득, 사회적 교류와 자아실현을 부가적으로 얻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일’이라는 대명제는 변함이 없었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업 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Jim Clifton)은 최근 발간한 그의 책 《일자리 전쟁(The Coming Jobs war)》을 통해서 ‘3차 대전은 일자리 전쟁이 될 것이다.’라는 포문을 열었다. 갤럽보고서를 보면, 현재 세계 70억 명의 인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이라는 것이다. 이 ‘양질의 일자리’란 주당 평균 30시간 이상 꾸준히 일할 수 있고, 고용주로부터 정기적으로 일정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한다. 기업 측면에서는 어떤 해법을 가져야 할까? 갤럽에 따르면, 미국의 근로자들 가운데 28%가 ‘몰입형’이고, 53%가 ‘비몰입형’이며, 19%가 ‘몰입 저해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19%의 ‘몰입 저해형’ 근로자들은 관리자들을 지치게 하고, 더욱 잦은 현장사고를 겪으며, 더욱 많은 품질 결함을 유발하며, 재고자산 도난에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28%의 ‘몰입형’ 근로자들은 일하기 가장 좋은 동료며, 그들은 조직을, 기관을, 혹은 단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다. 몰입형 근로자들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좋은 일들의 배후에 있는 창조력의 원천이다. 조직에서 그들은 새로운 고객들을 창출할 유일한 사람들로 보고 있다. 갤럽은 바로 이 ‘몰입형’ 근로자들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하여야 비로소, GDP 성장에 필요한 기업가정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몰입형’ 근로자들의 수가 두 배가 된다면, 상호 연결된 직장들의 전국망을 통해 흐르는 상업적 에너지와 아이디어도 두 배로 늘어나리라 예측한다. 이 책에는 조직에서 인성의 역할을 추적하는 일련의 요소들을 정리한 ‘갤럽의 기업 로드맵’이 제시되고 있다.
노년플래너 양성아카데미 전체 과정 중 초기 10%를 바로 넘어선 상태라 속단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들 수강생은 28%를 훨씬 넘는 수의 ‘몰입형’ 수강생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이들이 ‘몰입형’으로 돌입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일자리 또는 일거리 기회와 직결될 것이라는 희망이 전체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뉴스 한 편에서는 자생적인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패배주의에 빠지게 되었고 극단주의적 테러리스트로 변신하게 되었을까? 원인은 여러가지지만,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니어는 ‘양질의 일자리’를 우선 선택하고 싶지만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은 일거리’라도 얻고 싶은 심정이 절박한 것을 곁에서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청년의 일자리는 더 절박하다. 그렇다고 건강하고 지식 높고 경험 많은 중장년의 일자리가 절박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책을 만드는 지도자 집단도 주변을 돌아보면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적 정책과제인지 절감하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심각성과 절박함은 한계에 가까이 도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책 우선순위 적어도 세 번째 안에는 꼽혀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의 정책 시행이 되기를 바란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일자리 전쟁이 테러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라는 불편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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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3/20150123017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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