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있는 아파트 팔기만 하면 시골 가서 허름한 집 한 채 사고 남은 돈으로 여생을 유유자적 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학업에 지칠 때 친구들과 다방에 죽치고 않아서 서로의 꿈들을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 “3층 건물 주인이 되어서 1층은 커피숍, 2층은 당구장, 3층은 살림집을 꾸리면서 유유자적 하고 싶다."고들 했다. 야심차야 할 청년들이 이런 꿈이나 꾸고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이었지만,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요즘 젊은이들의 꿈 중에 하나가 ‘유명 커피 체인점’ 주인이라고 한다. 곧 과잉 경쟁에 내몰릴 태세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은퇴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면 누구나 한 두 번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바로 ‘귀농(歸農)’이다.
그러나 귀농을 실천에 옮기는 경우도 드물고 막연한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오히려 많지만, 귀농과 귀촌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져 든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귀농과 귀촌은 의미와 내용이 분명 다르다. 귀농(歸農)은 농부로 돌아가는 것(Return farmer)으로 직업이나 생계를 농사짓는 곳으로 되돌아 간다는 뜻이고, 귀촌(歸村)은 시골로 돌아가는 것(Return to rural)으로 시골로 돌아가서 살겠다는 거주 이전을 뜻하는 것이다. 뜻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업적 목적으로 귀농하는 것도, 텃밭 가꾸며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먹으며 낭만적이고 한가로운 전원 생활을 꿈꾸는 귀촌도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가 지방자체단체의 유혹도 끊이지 않는데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지방시군의 가장 큰 공통의 행정 과제는 인구 유입. 지방의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 중앙 정부의 지방 교부금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이라는 엄청난 불안감이 따라 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귀농인 지원 방안은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으로 바뀌고 있다. 귀농 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 예전과 달리 융자를 줄이는 대신 보조금을 늘리고, 지차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빈집 수리나 귀농 교육비, 선도 농가 취업 시 현장실습비, 정착사업비, 의료비, 장학금 지원 등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자치체간 경쟁으로 인해서 과수원 조성비, 농기계 구입, 농지 구입에 따른 취득세, 등록세 면제 및 이자를 지원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존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재정의 문제도 있지만 당분간 그 혜택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누구나가 꿈꾸면서도 귀농 행렬에 뛰어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성공 신화를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생계에 내몰리듯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럴까? 지난 2006년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귀농인의 16.6%만이 농업 관련 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많은 도시인들이 준비 없는 귀농으로 실패를 겪거나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한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농업 또는 농촌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뛰어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준비 없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떠나는 것은 농촌에서 기술도 직업도 없이 도시로 이주하는 것과 똑같은 형국이다. 결국 IMF 때 농촌에 가면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귀농 대열에 뛰어든 귀농인의 90%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는 결과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4월 농림수산부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0년 전체 귀농 인구는 4,067가구 9,732명으로 조사되었다.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는 약 532만 명 중 급여 소득자가 320만 명, 우리나라 은퇴 연령 55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2010년부터 매년 30~40만 명이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 은퇴 행렬 중에서 퇴직하거나 은퇴하면 “귀농 하겠다.”라고 행로를 얘기했던 많은 희망자들이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귀농정책을 통한 인구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 농촌극의 한 장면 / 사진. 김형래]
귀농을 원한다면 반드시 사전 검증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바로 주말농장을 찾아서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경작 규모는 작아도 실제 농사와 비슷하고, 농사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농기구를 빌리거나 씨앗, 비료 그리고 농약 사용법 등을 실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 이외에도 이웃 농장의 경작자들과 교류하면서 정보도 교환할 수 있고, 채소를 구분하고 경제성을 가늠하는 등 부수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 주말농장에 대해서 가장 많은 정보가 있는 곳이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 (http://www.weeknfarm.co.kr 전화 02-2080-5588)에서 많은 농장을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귀농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서면 땅부터 살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귀농교육을 실행하는 천안 연암대학의 귀농지원센터 (http://www.uiturn.com 041-580-1114) 또는 여주 농업경영전문학교(http://www.yeoju.ac.kr/ 031-883-8272)에서 교육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귀농지 선정부터 토지구입, 작물의 선택, 현장 실습 등을 통해서 사전적인 귀농 준비를 철저하게 지도해 주는 곳이기에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귀농은 단순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즐기는 여가 활동이 아니라, 토지와 노동과 자본을 투여하고 수익을 얻어야 지속적인 영위가 가능한 사업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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