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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행복한 인생 2막-02]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가꾸다 [GOLD & WISE] 12월호

by Retireconomist 2011. 12. 1.


진정한 안녕(Well-Being)은
신체건강 33점에 나머지 67점을 채우는 것

지난 9월 말에 은퇴 전후의 시니어 대상으로‘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입니 까?’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답변은 모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로 ‘신체적·정신적 건강’(47.7%)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건강해야 다른 무엇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일치했다. 두 번째 중요한 것으로‘배우자와 가족 그리고 인간관계’(20.6%)를 꼽았다‘. 경제적 풍요’(18.7%)는 세 번째로 밀려났다. 그런데 답변의 나열을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보면‘건강’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그 이유는‘건강’이 가진 포괄성 때문이다. 194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Physical)·정신적 (Mental)·사회적(Social)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Well-Being)’로 정의했다. 신체적 건강에 국한된 우리네 건강 인식의 허를 찌른 셈이다. 세 가지 건강을 스스로 진단해 보는 다섯 질문이 있다. 질문 1 화를 자주 내거나, 싫은 사람이 많거나, 모임이 귀찮나요? 질문 2 바둑을 두거나, 글을 쓰거나, 대화에 열중하는 것이 싫은가요? 질문 3 버스를 타거나, 걷거나, 지하철 타는 일이 싫은 적이 많은가요? 질문 4 체중 변화가 심하거나 편식하는 습관이 아직 남아 있나요? 질문 5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이 좋거나, 심부름을 시키시나 요?’다섯 질문 중에서 3개 이상이‘그렇다’라면 총체적인 측면에서‘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을 위해 실천할 만한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 까? 우선 땀 젖을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3일, 매회 30분 이상씩 하는 것이다. 아마 신체적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을 내용이라 부담도 적다. 그다음이 사회적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화제와 성격이 다른 5개 이상의 모임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만일 동창회와 친목계 그리고 교회 모임에 참여 한다면 이를 묶어도 3개의 모임에 참여하는 셈이고, 이 정도로는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 번째 실천 사항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현재 작정하고 실천하는 일이 3가지 이상 있느냐?’는 것이다. 목표를 두고 실천하는 의지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유지법을 찾아보자.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늘 미소 짓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모임을 갖고 인간관계에 소홀하지 않도록 한다. 또 글쓰기를 하거나 바둑을 두거나 걷는 것뿐 아니라 대화하는 것은 뇌를 바쁘게 활용하는 것으로 정신 건강에 좋은 실천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버스나 지하철 또는 걷는 것이 근육을 늘리고 신체적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고른 영양 섭취와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TV와 소파를 멀리하며, 심부름 시키는 일을 중단하고 직접 움직이는 것이 좋다. 또 목적 있는 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 사회적 건강

이제 구체적으로 사회적 건강에 대해 짚어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 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킬 것인지 알아본다. 남성의 사회 사람과의소통 , 사람도서관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경험을 나누는‘사람 도서관(Human Library 또는 Living Library)’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이어주는 활동이 있다. 세상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살아 있는 책이 되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준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0년에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되어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는 도서관 서비스의 일종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에 대해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스스로 느끼게 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퇴직한 시니어가 보유한 현장 경험을 멘티 후배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좋은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륜이 높은 시니어가 가진 값진 지식 정보를 책의 색인으로 등록해놓으면, 필요한 이가 검색을 통해 찾고 개방된 시간과 장소를 입력하면 한곳에서‘사람 책(Human Book)’과 마주할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은행에 면접을 앞둔 취업생이‘사람 도서관’에서‘은행’과‘인사부’두 단어를 검색해 은행의 인사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사람 책’을 찾게 된다면,직접 대면으로 조언을 얻어 면접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현재 북유럽을 중심으로 북미와 호주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베이징, 일본의 도쿄와 교토, 말레이시아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출은 지정된 장소와 지정된 시간에 가능하며, 정해진 시간에 대화를 통해‘사람 책’ 의 개인적 경험이나 역할, 지식을 공유할 수 있고,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고, 소통을 확산하며, 구성원의 조직 내에서 응집력을 향상시키는 부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는 없으나, 베이비붐 세대 전후 막강한 지식 기반의 퇴직자 그룹은‘사람 도서관’의 성공 기대감을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 질도 무척 높다.

적 건강은 은퇴 이후 급속하게 위축되는 성향이 짙다 . 그 이유는 남성의 사회 활동 대부분이 수직적인 상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 조직이라는 특정 소속감을 통해 유지되면서 강력한 구속력을 갖지만 , 퇴직이라는 조직과의 단절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와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 간단히 정리하면 많은 남성은 퇴직과 동시에 사회적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된다 . 현재 만나고 있는 친구를 조사해봐도 동문수학하거나 , 동향 친구(64.6%) 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 그다음이 사회 생활을 통해서 만난 친구 (27.3%) 인 반면 취미나 종교같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교류하는 친구 (17.8%) 는 의외로 적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 더구나 이웃 사촌(1.3%) 은 거의 사라져가는 옛 풍습 중 하나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 이웃이 무너지고 이웃 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 ? 이유는 간단하다 . 사회적으로 건강한 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 이탈리아에서 노인정신의학회장으로 일하는 마르코 트라부치치 박사는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시니어의 사회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는‘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니어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활동이 더 활발하고 , 불안 ,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적인 대화 기술을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시니어는 다른 시니어보다 기억력이 더 좋았고 , 또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주의 지속 시간이 길어져인지력이 자극되면서 뇌의 젊음을 유지했다’는 결과를 영국의 일간지 < 데일리메일 > 과 미국의 경제지 < 비즈니스 위크 > 에 보도 자료로 내놓았다 . 이와 유사한 다른 연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미국에서 80 년간 1,500 명의 인생을 추적한 사상 초유의 인생 연구 프로젝트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 1921 년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10 년 전후에 태어난 소년 소녀 1,500 명을 선발해 무려 80 년간 후배 연구자들에게 이어지는 기나긴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 이름하여 ‘터먼 프로젝트 (The Longevity Project) ’ . 연구 결과는 책으로 나왔는데 , 국내에선 < 나는 몇 살까지 살까 ?> 로 출간됐다 . 한 문장으로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장수하려면 이를 악물고 뛰는 것보다 , 여성적인 자질인 사회적 유대 관계를 키우고 가족·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이다 . 사회적으로 건강해야 장수한다는 것이다 .

다양한 성격의 모임 , 사회적 건강을 안겨주다

은퇴 이후 제대로 활동하는 은퇴자들의 생활은 대체적으로 배우고 , 즐기고 , 가르치고 , 나누고 , 만나고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건강을 유지한다 . 이들 활동은 두세 개가 연동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배운 다음 가르치거나, 가르치는 것을 나누는 것과 같이 하나의 활동이 다음 활동과 연계되는 것이다.

배움의 즐거움 배움의 열기는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생학습 과정이다. 서울시에서만 지난 한 해(2011년)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집계한 결과 총 538개교에서 문화예술, 인문교양, 직업능력 분야 3,112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모두 5만 2,896명이 참여했다.

평생교육원은 1984년 이화여대에서 처음 개설한 이래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평생학습 사이트(www.lll.or.kr)를 통해서 지역별로, 과목별로, 기간별로 많은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노인복지센터나 백화점, 쇼핑센터의 문화 강좌가 이를 보충하고 있다.

배운 것을 즐겁게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악기를 배워서 연주단을 꾸리고 여흥을 전하는악단봉사를하거나, 동화구연을 배워서 유치원을 찾아다니는 은퇴자들도 있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 영향을 받아서인지 합창단 조직도 급격하게 늘어났 다고 한다. 대한민국 악기 판매의 대명사인 낙원상가가 30년 만에 호황을 보이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은퇴자 가운데 악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다. 악기를 혼자서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함께 배우고 즐기는 것은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숲 전문가가 되는 일도 좋다. 11년째 운영되는 산림청(www. forest.go.kr)이 인증하는 숲 전문가 양성 코스인‘숲아카데미’를 통해 그간 3,000명 정도의 숲해설가가 배출됐다. 이들은 숲에서 숲을 알고 싶어 하는 이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일을 통해서 소통하고 사회적 건강을 쌓아간다.

일하는 보람 정부에서 지원하는 은퇴자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하나 둘 등장한다. 고용노동부(www.moel.go.kr)는 은퇴한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취업지원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취업지원관은 전문계 고교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진로 지도와 취업 상담, 이력서 작성 지도와 면접 컨설팅을 한다. 현재 48개교에서 은퇴자 55명이 활동하고 있다. 임금 대신 약간의 활동비(월 50만~70만원)가 지급된다.

나누는 기쁨 은퇴자들끼리 단체를 꾸려 자원봉사를 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www.mw.go.kr)는 전문 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공모해 프로그램별로 연간 1,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공모 분야는 금융·의료·교육·언 론·문화 예술·법조 등이다. 그런 다음 가칭‘노인자원봉사협의회’를 만들 예정이다.

복지부는 60대 이상 사회복지분야 자원봉사자를 6만 645명(2009년)에서 1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우선 전문 지도자 1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들 지도자는 동료 입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관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교육·의료 등 전문직 봉사단과 장애아동 등·하교 보조, 학내 안전관리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봉사 클럽 5,000개를 만들 방침이다. 봉사를 통해서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도 가치있고 의미 있는 좋은 은퇴 생활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신체적 건강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건강 관리법에 대한 일대 전환을 고려해볼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킬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형래 ( 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 파트너즈 상무 , < 나는 치사 ( 致仕 ) 하게 은퇴하고 싶다 > 의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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