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단카이 세대가 요즘 들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누구일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시나타 도요(柴田トヨ)’라는 여성 시인이다. 특징이라면 나이 100세. 21년 전 남편이 죽자 그는 향리 우쓰노미야 시에서 ‘독거노인’으로 혼자 생활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요는 허리를 다쳐 소일 삼아 하던 일본 무용을 그만두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서 먼 산만 쳐다보는 도요를 보다 못해 하나뿐인 아들이 시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아흔 세 살이 되던 해,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의 독자 투고란 ‘아침의 시’에 자작시를 투고하기 시작했다. 투고하던 시를 모아 2009년 3천부 자비 한정출판이 시작, 입소문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다음가는 판매 부수를 기록하면서 베스트 셀러로 등극했다.
‘불행하다고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만 편들지 않지.
꿈은 공평하게 꿀 수 있는 거야.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지.
그러니 당신도 좌절하지 마.’
1911년생의 평범한 할머니가 지은 시집 ‘좌절하지 마’(한국어 번역본 이름은 ‘약해지지 마’)가 발매 10개월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그래서인지 단카이 세대는 도요의 열렬한 팬이다.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었다” “노후를 보내는 노하우를 깨달았다” “나도 지금부터 시나 소설에 도전해보고 싶다”. 출판사에 답지한 독자 편지가 2만 통을 넘어섰다고 전한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니어 뱃사공이 곤도라의 희망의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 /사진.김형래]
조금은 지난 이야기이지만 2010년 가을, 차사순 할머니는 집념의 할머니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시카고 트리뷴지에 소개가되었다.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해서 959번 떨어지고 960번만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이 69세에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집념으로 도전을 즐기는 차사순 할머니.
트리뷴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유명한 노장 쿼터백 브렛 파브(41.미네소타 바이킹스)가 최근 경기도중 심한 부상을 당해 실려나가면서도 “바보라고 불러라. 고집쟁이라고 불러라. 나는 도전하는 것이 좋다”며 “차 할머니 같은” 오뚝이 정신을 보였다고 평했다. 이어 작가 롤링은 ’해리포터’ 원고를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퇴짜 맞은 끝에 출간 기회를 얻었으며,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난 지 13년만에 컴백해 지금의 애플을 일구어냈다며 이들의 집념을 부각시켰다.
트리뷴은 인간은 총명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날 수도 있지만 집념은 부모와 교사, 친구로부터 배워가는 것이라며 “결국 집념이 평범한 삶과 성공한 삶의 차이를 만든다”는 데이비드 쉥크의 책 ’천재성의 발견(The Genius in All of Us)’ 중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사설은 차 할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1977년 수퍼밴텀급 권투경기에서 4번의 녹다운 끝에 다시 일어나 세계 챔피언이 된 유명한 권투선수도 있다며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홍수환 선수의 4전5기 일화를 소개했다. “다시 도전하라. 또다시 실패해도 좋다. 이번엔 한결 성공에 가까워져 있을 테니까”라는 프랑스의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인용해 시작된 이 사설은 “누구나 쓰러지는 일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이다”라며 끝을 맺었다.
단지 어떤 한 세대가 풍요롭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나이와 관계없이 미래를 희망으로 채워야 하는 이유를 배워야 할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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