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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097] 체면 세우기와 체면 버리기, 과연 누가 이길까?

by Retireconomist 2012. 3. 23.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23/2012032300943.html


여전히 계산대 앞 경쟁이 베이비붐 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면 문화'의 잔재가 아닐까 싶다. 윗 사람이면 당연히 밥을 사야하고, 회장이면 밥을 사야 하는 것이 '체면 문화'의 핵심이다. 밥 값을 계산할 때 딴청을 피우면 밥값 계산을 하지 않기 위한 쩨쩨한 행동이라고 놀림받기 일쑤이고,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가 빨리 식사를 마쳐야 계산대에 빨리 다다를 수 있는 유리한 시간적 고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계산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 아예 입장할 때 신용카드를 카운터에 맡기고 입장하는 위험한 행동도 나오고, 귀한 자리일수록 돈내는 장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릴레이 경주하듯 윗사람의 법인카드가 지갑을 벗어나 아랫 직원에게 소매치기하듯 슬그머니 전달되고, 부지불식간에 결재가 이루어지는 눈깜짝 작전이 숨죽이고 벌어지곤 한다.


"네가 찾아 왔고, 내가 근무하는 지역이 이곳이니 이곳에서의 계산은 내가 맡는다"던지 "식사하자고 먼저 약속을 청한 사람이 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던가, "선배는 영원한 물주니, 계산대 앞에서는 절대로 얼씬거리지 말라"라고 체면유지를 위한 지불에 인색하지 않은 것도 한국사회가 가진 독특한 문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뿌리깊이 사회 생활에 규칙처럼 또박또박 적용되는 '체면 문화'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 여름날 영상 35도를 넘나들고 습도가 높은 홍콩에서 비즈니스는 양복입는 체면과도 싸워야 한다.


체면유지비 지급이 중단되는 시기가 바로 정기적으로 수입의 마감이 '체면 문화'의 종결 상황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등등하던 체면도 결국은 소득없은 지출 생활이 표면화되는 시점이면 고개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후배들이 예고없이 찾아오는 일도 급격히 줄어들기도 하지만, 늘 밥값을 내주던 후배들이 찾아오는 것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평생을 통틀어서 소비의 패턴이 급격히 변동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소득이 갑자기 증가해서 이와 연동해서 소비를 늘리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일 수 있으나, 소득이 갑자기 감소해서 지출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소비의 하방경직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소비의 하방경직성'을 견디어 내기 위해서는 아픔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과거 수준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펑펑' 쓰는 모습을 보이지만 뒤로는 더욱 내핍하는 방법이있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체면을 버리고 현재의 경제력에 맞추어 소비하는 방법이다.


소싯적 규칙적으로 벌던 시절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소득없는 시절에 갑자기 소비수준을 낮춘다는 것은 '바깥 체면'은 고사하고 '기초 생활'마저 궁핍해 질 수 밖에 없다. 은퇴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이니 부담가는 '체념 문화'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은퇴 기간이 10년을 예상한다면 소득 기간의 생활 수준을 75로 낮추고 25를 저축해서 은퇴를 대비해야 은퇴 후 10년의 소비 수준을 75수준에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은퇴 기간이 30년을 넘는 현재의 우리네 현실을 감안하면, 소득 기간의 생활 수준을 100을 벌어도 50수준을 낮추고 50을 은퇴 준비에 할애해야 은퇴 후 30년간 50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은퇴 기간이 길어지면서 인류가 단 한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장 힘든 고난의 시절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단순하게 은퇴 기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신이 준 가장 축복된 시간을 더욱 더 길게 만들어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준비한 분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엄중한 사실을 깊이 깨닫고 대비해야 한다는 예비적 경고를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단순 교육지원에 그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은퇴 자금을 준비해주기 위해서 국민연금에 가입시킨다는 것을 예사로이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은퇴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은퇴를 둘러싼 복잡하고 미묘한 일들이 경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미래에 다가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득이 있건 소득이 없건간에 은퇴 기간이 길어지는 대세를 이해한다면 현재 소비 수준을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따라서 체면 세우기과 체면 버리기가 싸운다면 체면 버리기가 100전 100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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